‘못된걸’? ‘모던걸’의 독립운동·연애·불교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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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걸’? ‘모던걸’의 독립운동·연애·불교 스토리
  • 최호승
  • 승인 2022.03.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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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걸’로 불린 이들이 있다. ‘모던걸’을 비아냥거린 말이었다. 일본에서 새로운 사상과 신식교육을 받고, 여성에게만 강요된 정조 관념에 맞서고, 독립운동까지 했던 이들을 그렇게 불렀다. 시대는 ‘신여성’, 그들을 억압하고 구속했다. 물러서지 않았다. ‘신여성’은 여성의 사회진출과 여권 시장, 의식 계발에 목소리를 냈다. 김일엽, 나혜석, 김명순 등 1세대 신여성은 남녀 불평등에 관심을 두고 여성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제도와 자유연애 관련 성의 이중규범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뿐일까? ‘신여성’은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는다. 춘원 이광수와 육당 최남선이 불교에 심취한 1920년대 초, 신여성 김일엽이 불교에 귀의했고 나혜석도 부처님을 찾았다. 여성 혁명가 우봉운은 조금 일찍 절집으로 들어왔다. 계몽과 독립, 혁명을 꿈꾸던 이들은 왜 부처님을 찾았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불광미디어(대표 류지호)가 ‘모던걸, 불교에 빠지다’를 주제로 월간 「불광」 통권 569호(2022년 3월)를 발간했다. 월간 「불광」은 ‘못된걸’로 불린 ‘모던걸’의 독립운동과 연애, 불교 스토리를 한 권에 담았다. 잘 알려진 김일엽, 나혜석은 물론 <사의 찬미> 윤심덕, 세계적인 안무가 최승희 그리고 비교적 덜 알려진 조선불교여자청년회 회장 우봉운의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불교 전문사진가 유동영 작가는 김일엽과 나혜석을 끌어안은 덕숭산 수덕사를 렌즈에 담고, 수좌 일엽과 화가 나혜석의 시간을 헤아렸다. 사진과 글로 김일엽과 나혜석을 가늠했다면,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글들이 이어진다.

세상에 당당히 맞선 ‘신여성’의 탄생과 이들이 살아내야 했던 시대, “정조는 오직 취미”라는 주장의 행간에 드러난 사상은 ‘모던걸, 불교에 빠지다’의 서문이다. 이런 시대 속 김일엽이 부처님 가르침에서 찾은 ‘자아’ 그리고 상좌에게 듣는 김일엽의 출가 후 이야기가 월간 「불광」에 실렸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세기의 이혼 스캔들_인형이 되기를 거부한 모던걸’로 조명한 나혜석의 일생에서 빠진 부분도 읽을 수 있다. 화가로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나혜석이 남긴 불씨와 그의 예술혼과 보리심에서 불교와 인연을 상세히 알 수 있다. 영화 <밀정>의 배경이 된 의열단의 ‘황옥 사건’에서 의열단원을 도왔던 나혜석의 활동을 수원에 조성된 ‘나혜석 거리’에서 가늠했다. 김일엽과 나혜석이 교류한 공간, 수덕여관의 서사도 빼놓을 수 없다.

‘신여성’은 또 있다. 근대 ‘신여성’의 표상인 무용가 최승희다. 서구의 모던댄스를 수용해 민족 고유의 전통과 접목해 새로운 공연미학으로 정립한 당사자다. 모던 풍의 양장과 뾰족한 구두, 모자로 ‘모던걸’을 드러낸 그는 <보살춤>, <승무>, <바라춤> 등 불교작품을 선보인 그에게 어떻게 불교가 투사됐는지 밝혀냈다. 불교여성운동 선구자로 불리는 우봉운 역시 ‘신여성’ 1세대였다. 남편 기태진이 출가한 사찰이 석왕사였고, 당시 불교여성운동의 주요 터전은 석왕사의 경성 포교소였다. 우봉운은 1922년 창립한 조선불교여자청년회 초대회장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이들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관습과 익숙함이라는 두꺼운 벽을 끊임없이 두드렸던 ‘신여성’, 즉 ‘모던걸’은 구시대적 관습의 벽에 균열을 내왔고 우리는 그 희생 위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는 불교가 있었음을 월간 「불광」 통권 569호가 조명한 것.

이번 호에서도 답답한 텍스트에 주력하지 않았다. 글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도 곁들였다. 신여성들의 권리를 대변했던 잡지 「신여성」과 「신여자」의 표지, 김일엽의 장삼과 발우, 스님이 주석한 견성암, 수원시립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나혜석의 불교 관련 사진들과 그림들, 나혜석의 거리, 최승희의 <보살춤> 등 쉽게 보기 어려운 사진들을 실었다.

팁 형식으로 짧게 소개한 이야기는 지적 욕구를 채운다. 김일엽과 나혜석의 ‘문학’ 작품은 물론 사랑의 정사情死를 택한 <사의 찬미> 윤심덕, ‘모던’을 키워드로 한 대중영화들을 소개했다.

월간 「불광」 추천 이달의 사찰 순례 저절로 소확행에서는 ‘봄을 부르는 매화와 고찰’을, 불광초대석에는 ‘가래떡 뽑는 울산 황룡사 주지 황산 스님’을, 해인사승가대학장 보일 스님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인생과 작품에서 사성제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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