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방해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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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방해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찾아서
  • 관리자
  • 승인 200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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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가정 행복의 장

결혼한 부부가 자신들의 부부관계를 재선하기 위해 정신과 외래를 찾게 되는 일이 이젠 드물지 않는 세월이다. 그전 같으면 “내가 미쳤어? 정신과엔 무엇하러 가” 하고 내칠 일도 이젠 가볍게 상담을 약속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대개 이런 부부를 만나 보면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보다 남이 듣기엔 하찮은 일 때문에 대화가 막혀 찾아 오는 경우가 더 많다. 누가 사이에 들어도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일은 상담한다고 해서 풀릴 일도 못되지만 대개의 중개로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는 원인을 안고 있는 경우 가 많다.
한예를 들어 보자, 자기는 결혼 한지 4년째 되는 주부라고 소개한 이 부인은 남편이 자기를 남들처럼 돌봐 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호소했는데, 부인이 이야기를 끝내고 일어설 때쯤 해서는 남편도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자신에게 호소한 적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상기했다. 사실 이 부인의 호소는 틀린 것은 아니지만 부인 자신도 남편을 하찮게 생각했었다는 것을 통찰하고 문제를 풀었다.
“말이 안통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 이런 호소로 부부간의 갈등을 이야기해온 부부도 많다. 격이 서로 맞지 않아 말기를 못알아 들어서 그럴까 하고도 생각했단다. 말을 걸면 동문서답 같은 대답만 하니 어떻게 부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남편의 호소다.
사례를 일일이 들긴 어렵지만 부부간의 여러 형태의 대화곤란 때문에 부부생활 자체가 어려운 부부도 많이 생긴다. 어떤 형태든 부부간의 대화의 막힘이나 갈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부부를 위해 이를 해결 해 볼 수 있는 요체 몇가지를 소개 해 본다.
첫째로는 부부간의 대화가 막힌 경험을 가지면 내가 나의 배우자를 잘 알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자. 부부간에 배우자를 모르고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지 않겠지만 정말로 ‘올바르게’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 초점이다. 부부대화가 결함이 있는 사람은 대개 자신의 배우자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거나 자신의 욕구대로 주관적인 배우자상을 고집하는 사람이다. 배우자를 올바르게 안다는 것은 어떻게 배우자를 대해야 할까를 바르게 아는 사람이 된다. 바르게 아는 사람은 대화가 막히지 않는다.
둘째로는 사람이나 사물을 보는 잣대를 자기 것만이 옳다고 하는 고집을 피우지 말아야 한다. 고집을 피우면 그 고집이 싫어서 동의해 주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진정한 대화가 아니다. 진정한 대화는 합의에 의한 새로운 이해이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갖는 잣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잣대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듣고 말하고, 함께 나눈 돌질성을 약속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번거롭고 고통스럽다고 피해 버린다면 대화는 항상 막히고 말 것이다.
세 번째로는 대화는 상호적인 것이며 일반통행적인 것이 아니란 사실을 인식하자. 일반통행적인 말은 명령이거나 설교거나 잔소리일 뿐 대화는 아니다. 상대방을 항복하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대로 고치려 들어서는 안된다. 대화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서로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공통성을 찾아 서로가 양해하는 작업이다. 긍정적인 공통성의 확대가 바로 대화이다.
네 번째로는 부부사이의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런 평범한 지적이 말로는 쉽지만 실재 결혼 생활에서 실현이 어려운 것은 부부는 으레 사랑이 전제된다는 착각 때문에 그렇다. 부부간 사랑은 서로가 소중하게 가꾸려는 동기가 있을 때 확인되어지는 것이지 결혼이란 형식만을 통해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가꾸는 방법으로서 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이런 대화는 일반인 사이에서 오고 가는 실천적 언어가 아니라 두사람 사이에서만 신속히 그리고 진솔하게 이해되는 언어가 있어야 한다. 두사람만의 언어가 풍부하고 합의가 빠를수록 대화는 막히지 않는다.
다섯째로는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배우자가 척척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자. 이론적으로 부부대화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더라도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게 제일 좋다. 하지만 서로 범속한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 관계에서 이같은 도동한 것같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도 밝히고 배우자의 욕구도 듣는 방편을 써보자.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상대방이 알아서 하겠는가. 마찬가지로 상대방은 나에게 아무런 어려움없이 자신의 욕구를 수용해야 한다. 서로 자신의 욕구를 주문해보자.
여섯 번째로는 대화의 중심이 현재, 그리고 문제중심이면 대화가 잘 풀린다. 그리고 핵심이 있어야 한다. 말은 많이 했지만 무슨 말을 했는 지 무슨 말을 들었는 지 종잡을 수 없다면 이미 대화가 아니다. 흔히 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전에도 ···’ ‘당신은 항상 ···’ 이런 말로 핵심을 흐릴때가 있다. 말이란 듣기에 따라서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가시처럼 걸려 싫을 때도 있다. 항상 대화하고자 하는 문제의 핵심을 따라 현재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대화는 어렵지 않게 나눌 수 있다.
일곱 번째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고려해야 한다. 화가 나서 말로 뱉는 쪽에선 자신의 감정을 못 이겨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하고 나면 속은 좀 후련해질지 모르지만 그 말의 독은 상대방 가슴에 박혀 오래오래 가슴을 앓게 만들게 된다. 말을 아니함만 같지 못한 결과를 빚는다. 아무리 극한 상태라도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아니 될 말을 가려야 한다. 여기에서 해서는 아니될 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배우자의 자존심을 긁는 말이다.
여덟 번째로는 대화라고 하면 꼭 소리나는 말만이 오고 가야 대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소리가 아니더라도 표정, 태도, 몸짓 ··· 등 우리 몸으로 표현되는 여러 가지도 비언어적 교통수단이 된다. 백마디의 말보다 한 번 던져 주는 시선, 백마디의 수다보다 믿음을 이끌어 내는 자세 등이 비언어적인 언어로서 대단히 중요하다. 이러한 모든 것이다 말이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모든 대화 가운데 다른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는 두부부 사이에서만의 대화를 적극적이고 활기있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타인에게는 배타적이지만 부부에게만은 법률적으로 윤리적으로 모든 면에서 허용되고 장려되는 대화가 바로 성적 대화다. 부부간의 성적 대화는 언어적인 것이나 실재의 부부생활을 통한 비언어적 행동이나 모두가 중요하다. 성적 실현이 부부사이에 막힌다는 것은 어떤 대화의 막힘보다 심각한 갈등을 빚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물론 이상 권고해드린 부부간의 대화소통기법을 자유자제로 구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으나 자신의 대화 막힘이 어떤 연유에서 기인된 것인가를 살펴 한두가지 충고를 실천에 옮겨 보면 어떨까 싶다.
대화가 안된다 안된다 하고 심각하게 걱정하는 부부는 일단 위의 충고를 실천해 보시고, 그래도 대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전문가와 상의해야 할 숨어있는 자신이나 배우자의 병리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분은 대화하는데, 더욱 근원적인 자신들의 정신병리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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