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같은 생명을 잘 구원함이 대장부의 마땅한 대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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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같은 생명을 잘 구원함이 대장부의 마땅한 대업이다
  • 관리자
  • 승인 200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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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뵙고 싶은큰 스님/ 석전(石顚) 스님

선전 스님은 한국 근세불교의 선구자이자 대석학으로 한평생 불교 진흥, 교육 진흥, 전법 교화에 평생을 바치셨다. 스님은 법호인 영호(映湖), 법명인 정호(鼎鎬), 속명인 박한영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셨는데, 석전(石顚)은 시호로서 추사 김정희 선생이 백파 스님에게 석전만암(石顚曼庵)이란 글씨를 주며 훗날 법손 가운데 도리를 아는 이가 있거든 이 호를 주라고 부탁한 것이 5대를 내려와 스님에게 전수된 깊은 뜻을 지닌 것이다.
선교(禪敎)는 물론이고 외전(外典)에도 두루 통한 스님은 백과사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박학다식하셨고, 강의하고 참선하는 시간 외에는 잠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대 지식인들이 스님을 존경하여 자주 찾아뵈었는데, 특히 재주 있는 세 사람으로 손꼽혔던 정인보, 최남선, 이광수 씨 등은 일주일에 몇 차례씩 찾아올 정도였으며, 서정주, 신석정, 김동리 등 문인들도 스님께 많은 영향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스님 문하에서 청담 스님, 운허 스님 등 해방 후 한국불교를 이끈 수많은 고승들이 배출되었다.
“들쭉날쭉하는 뜬구름 같은 생명을 잘 구원함이 대장부의 마땅한 대업이다. 이와 같이 하지 않고 만일 초급적 배움에 편승하여 그 뜻이 밝지 아니하고 고매하지 아니하면 비열한 자기 생명에 마음의 눈이 암담하여 거친 골짜기에 작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라는 말씀처럼 스님은 백년대계를 위한 후학양성에 평생 동안 심혈을 기울이셨다. 스님의 제자 사랑에 대한 일화는 눈물겨울 정도인데, 당신 쌈지돈까지 털어 대원학사의 운영비에 보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원학사 학인이 아프다는 말에 당신의 귀중한 서책을 팔아 병원비를 마련해주실 정도였다.
미당 서정주는 “석전 스님이 내게 끼친 도애(道愛)의 깊이는 일생 동안 남에게서 받아온 이런 종류의 사랑 가운데 가장 깊은 것이다. 나는 이 분을 잊고 지내다가도 매우 견디기 어려운 한밤중에 홀로 깨어 고민하는 때의 언저리쯤에는 반드시 다시 이 분의 깊은 도애를 돌이켜 생각하곤 어머님의 품속에 파묻히는 아이처럼 파묻히어 새로 살 힘을 얻는다.”라고 스님의 은혜를 기렸는데, 그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스님의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 찬란한 봄날 ‘삼매 속의 일상생활을 통해 근기에 따라 중생을 이끄셨다’는 스님, 온 우주 만류의 스승이셨던 부처님 같은 석전 스님을 뵙고 싶은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1870년 전북 완주 출생. 1888년 전주 위봉사에서 금산 화상의 법제자로 출가 득도. 1892년 순천 선암사의 경운 스님에게서 대교 수학, 구암사 설유처명의 법을 받음. 석왕사, 신계사, 건봉사에서 안거. 1912년 중앙불교전문학교(현 동국대학교 전신) 교장, 1926년 개운사 대원암에 불교 강원 설립, 후학 지도. 1929년 조선불교 교정.1931년 불교 전문학교 교장. 1933년 조선불교 중앙총무원의 초대 교정(宗正) 역임. 1948년 정읍 내장사에서 세수 79세, 법랍 61년으로 열반. 저서로는 석전시초(石顚詩崇), 석림수필(石林隨筆), 석림초(釋林崇)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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