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의 발견] 경전을 인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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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의 발견] 경전을 인쇄하다
  • 김남수
  • 승인 202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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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본
목판본
활자본

손으로 새긴 경전, 사경(寫經)  

손으로 글을 베껴 쓰는 것을 필사(筆寫)라 하고, 그중 경전을 베껴 쓰는 것은 사경(寫經)이라는 특별한 명칭을 부여한다. 붓으로 글씨를 쓰는 동북아시아에서 사경은 고급 기술이기도 했다. 인쇄술이 발전하고, 기계의 힘으로 책이 대량 생산되는 현대에도 사경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 필사본은 『신라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이다.

경전을 필사하는 것은 읽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이는 수행의 한 방법으로 경전을 사경했고, 어떤 이는 죽은 이의 명복을 빌기 위해 ‘다라니’를 사경해 무덤에 넣었다. 탑에서도 붓으로 사경한 경전이 무수히 발견된다. 무덤과 탑에 경전을 안치할 때는 고급스러운 함에 별도로 보관했다.

불교문화가 발전한 고려시대에는 값나가는 종이에 금과 은을 입혀 글을 새겼다. 백지 한지에 식물에서 채취한 염료로 물들인 감지(紺紙)와 상지(橡紙)가 사용됐다. 이처럼 경전을 사경하는 것은 성스러운 종교 행위였다. 

 

목판(木板)에 글과 그림을 새기다

드디어 경전을 다량으로 생산하는 인쇄술이 등장한다. 처음 등장하는 인쇄는 목판 인쇄술이다. 나무를 가공해 목판을 조성한 후, 경전의 글씨를 한 자 한 자 일일이 목판에 새긴다. 그리고 목판에 먹을 입혀 종이에 찍어낸다. 이때 목판 글씨는 거꾸로 새겨야 한다. 판화를 생각하면 된다.

목판에 새겨진 글을 찍어낸 종이를 목판본이라 한다. 특별히 경전을 찍어내는 것을 인경(印經) 혹은 인출(印出)이라 하며, 인경된 종이를 인경본(印經本)이라 부른다.
현존하는 목판본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다. 불국사 석가탑 내부에서 발견됐다. 탑을 조성하면서 사리장엄구의 하나로 안치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경은 꼭 경전을 읽기 위한 행위만이 아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목판 인쇄술의 대미는 대장경 조성이다. 일단 목판의 양에서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한다. 목판에 글씨를 새기는 일은 뛰어난 장인들이 하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글씨 서체를 통일해야 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해 나무를 가공하고, 일일이 글씨를 새기는 일이었기에 보통은 국가 단위에서나 추진했다. 

목판 인쇄는 조선시대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많은 경우 사찰에서 목판이 제작됐다. 대장경에는 부처님의 말씀을 그림으로 표현한 변상도(變相圖)가 포함돼 있다. 종이에 인쇄한 그림을 보면 아주 세밀하게 조각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경주 남산에서 출토된 『수구다라니』. 소원을 구하는 ‘다라니(진언)’다. 한 면에는 한문으로, 다른 면에는 범자로 글을 새겼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감지에 금을 입혀 고려시대 사경된 『묘법연화경』,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상지에 은을 입혀 고려시대에 사경된 『묘법연화경』,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묘법연화경』 목판본(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국보), 경주 불국사 성보박물관 소장 및 제공.
해인사 소장 『팔만대장경』의 목판, 종이에 인쇄하기 위해 글자를 반대 방향으로 조각했다. 사진 불광미디어.

 

활자(活字)의 등장

활자 인쇄의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청동, 철, 납 같은 금속 주물로 활자를 제작한 후 인쇄하는 금속활자(金屬活字) 인쇄다. 활자를 일정한 틀에 배열하는 것을 조판(組版)이라 한다. 금속활자를 틀에 조판한 후 종이에 찍어내는 기술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쇄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금속활자가 대표적이지만, 나무로 만든 목활자와 돌로 조성된 석활자도 전해진다.

고려시대 청주 흥덕사에서 제작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약칭 ‘직지심체요절’)』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로 추정한다. 『직지심체요절』에는 목활자도 일부 포함됐다.

『직지심체요절』 금속활자 인쇄와 비교되는 것이 서양의 구텐베르크(1398~1468)의 인쇄다. 『직지심체요절』의 인쇄를 1377년으로 추정하고, 구텐베르크는 1450년 금속활자 인쇄를 진행한다. 대략 80년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인쇄술의 차이다. 『직지심체요절』 인쇄는 금속판에 종이를 덧대 사람의 힘으로 찍어내는 것이라면, 구텐베르크 인쇄는 활자판을 기계에 넣고, 압력(press)을 가해 기계의 힘으로 인쇄하는 것이다. 사람의 힘에 기계의 힘을 도입한 것이다. 인쇄 기계의 등장을 가장 큰 공로로 삼는다. 

고려시대 개성 인근에서 제작된 금속활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나무로 제작한 목활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 영조시대 조성해 배열한 금속활자. 동으로 활자를 만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구텐베르크는 1450년경 개발한 인쇄술로 『문법학(Ars Grammatica)』을 첫 번째로 인쇄하고, 다음으로 『면죄부』를 인쇄한다. 세 번째로 인쇄한 것이 『성경』이다. 초판은 180부 인쇄했다. 근대 인쇄술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출판을 영어로 프레스(press)라 하는데, 기계에 압력(press)을 가해 인쇄하는 기법에서 연유한 말이다.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경전의 다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목판에서 금속활자로 발전했고, 근대에 들어서면서 활자와 인쇄술의 발전으로 책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가 등장한 현대 들어서는 그마저도 옛 기술이 됐다. 

먹이나 잉크의 발전 역시 인쇄술 발전에 중요했다. 요즘 출판되는 대부분 책은 활자를 사용하지 않고 인쇄한다.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전자책마저 출판되고 있다. 

경전, 그리고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하권(금속활자본),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인쇄소 전경 그림. 금속활자를 조판하는 모습, 기계에 압력을 가해 인쇄하는 모습이 보인다(그림 하단). 그림 왼쪽에 구텐베르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베른하르트 폰 말링크로트(Bernhard von Mallinckrodt, 1591~1664)의 책 표지(1640년).
구텐베르크 『성경』(금속활자본), 미국 뉴욕공립도서관 소장.

 

사진 출처. www.savingmesayn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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