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의 발견]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에는 보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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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의 발견]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에는 보물이 있습니다”
  • 김남수
  • 승인 2024.09.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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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승가대 교수 금강 스님
경기도 김포 중앙승가대학교 불교중앙도서관 1층에 마련된 ‘세계대장경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에는 조계종으로 출가한 스님들의 대표적 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학교(총장 월우 스님)가 있다. 4년제 정규과정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4층 건물을 처음 만날 수 있는데, 학교 도서관인 불교중앙도서관(관장 철우 스님)이다. 2011년 개관했다. 도서관 1층에 세계 각지 여러 나라에서 간행하거나 발행한 대장경을 모은 ‘세계대장경실(이하 대장경실)’이 있다.

 

대장경실(HALL OF TRIPITAKA)

한문, 티베트어, 빨리어로 기록된 대장경뿐 아니라 한글, 일본어, 태국어 등 각지 여러 나라 문자로 기록되거나 번역된 경전이 모여 있다. 형식에서도 대장경 목판에서 먹을 입혀 찍은 인경본(引經本), 대장경 원본이나 인경본을 사진으로 촬영해 인쇄한 영인본(影印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책처럼 활자로 인쇄한 활자본(活字本)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대장경을 조성한 나라도 중국, 한국, 일본, 티베트, 몽골,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여러 국가다. 빨리성전협회에서 발행한 빨리어본, 이를 로마자로 변환한 경전, 대장경 한글 번역본도 있다. 

중앙승가대 교수로 재직 중인 금강 스님이 대장경실을 안내했다. 스님은 2024년 5월 말까지 도서관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교학처장 소임을 맡고 있다. 

“세계대장경실은 승가 교육에 원을 세운 스님들의 원력으로 도서관 개관할 때부터 조성됐어요. 거의 모든 대장경이 있을 겁니다.”

중국에서 조성된 『건륭대장경』 인경본을 살피고 있다. 

대장경실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것이 『북송칙판대장경(北宋敕版大藏經)』 영인본이다. 중국 북송시대 개보(開寶)라는 연호를 쓰던 시절(968~976년) 제작돼 『개보장(開寶藏)』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목판 대장경이다. 판본의 일부만 전해 오는데, 영인본을 입구에 비치했다.

이 『북송칙판대장경』을 모본(母本)으로 고려대장경이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데, 바로 옆에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과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 현 팔만대장경)』 영인본을 비치했다. 

“고려대장경이 『북송칙판대장경』과 『거란대장경』을 모본으로 제작됐다고 하는데, 2000년 이후 발해에서 제작된 대장경 일부가 발견됐어요. 『거란대장경』이 발해의 대장경을 모본으로 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송칙판대장경』과 발해에서 시작된 대장경을 모본으로 거란을 거쳐 『고려대장경』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최관영 사서과장이 옆에서 설명한다. 이어서 『조성금장(趙城金藏)』, 『영락북장(永樂北藏)』, 『가흥대장경(嘉興大藏經)』,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 등 한문으로 기록된 대장경들이 비치돼 있다. 눈길을 끄는 대장경 한 질이 있다. 바로 『방산석경(房山石經)』 영인본이다. 대부분 경전이 나무에 글을 새겼는데 『방산석경』은 말 그대로 돌에 경전을 새겼다. 영인본이라 할지라도 실물로 친견하기 쉽지 않다. 

 

달라이 라마와 
캄보디아 승왕(僧王) 기증본

비치된 대장경은 직접 구입한 것도 있지만, 승가 교육의 서원을 세운 여러 스님이 기증한 것도 꽤 된다. 중앙승가대 총장이나 도서관장, 교수 소임을 맡아온 스님들이 기증하거나, 멀리 해외로 가서 구입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기증한 대장경도 있는데 달라이 라마도 『티베트 대장경』 한 질을 기증했다. 도서관에는 여러 종류의 티베트 대장경이 비치돼 있다. 달라이 라마가 기증한 것은 ‘라싸판’권이다. 도서관 개관쯤 중앙승가대 동문 스님들이 인도 다람살라를 방문해 기증받은 것이다. 제일 앞장에 달라이 라마 친필 사인이 있다.

“다람살라에서 기증받아 도서관에 비치했는데, 승가대에 티베트어에 능통한 두 분 스님(형제가 함께 출가했다)이 계셨어요. 그리고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티베트 스님이 계셨어요. 세 분의 분류 작업만 한 달 넘게 걸렸습니다.” (최관영 사서과장)

달라이 라마가 기증한 『티베트 대장경』
달라이 라마 친필 사인.

캄보디아 승왕(僧王)은 직접 학교를 방문해 『캄보디아 대장경』을 기증했다. 태국 왕실에서 기증한 대장경도 있다. 태국 왕실이 직접 주최한 결집 과정에서 제작된 빨리어 대장경이다. 

패엽경 한 질, 목판에서 인경한 대장경 한 질도 소장돼 있다. 패엽경은 패엽(貝葉)에 새긴 경전이다. 동남아시아의 전통적인 경전 조성 방법이다. 미얀마에서 조성한 것을 구입했다. 종이에 문자를 새긴 경전과 모양부터 사뭇 다르다.

목판에서 인경한 대장경은 『건륭대장경(乾隆大藏經)』이다. 중국 청나라 시대 건륭제(乾隆帝)가 조성한 대장경으로 『용장(龍藏)』이라 한다. 목판에서 직접 인경한 것은 우리나라에 4부만 있다고 한다.

대장경실에는 대장경 이외에도 『한국불교전서』를 비롯한 불교 고전 문헌과 대장경을 번역한 책도 있다. 동국대 역경원에서 발간한 『한글대장경』은 당연히 있고 북한에서 대장경을 선별해 번역한 『팔만대장경 선역본』도 있다. 일본을 비롯한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책, 근래 『니까야』를 한글로 번역한 책도 비치됐다. 

대장경실에는 『고려대장경』의 인경본도 전시돼 있다. 그리고 진짜 보물이 하나 있는데, 수장고에 있는 『묘법연화경 언해본』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돼 있다.

세계 각국에서 조성한 대장경을 목록별로 분류해 비치했다.
패엽에 조성한 빨리어 경전. 미얀마에서 조성했다. 경전을 보관하기 위한 도구와 끈이 보인다. 가운데에 경전을 철하기 위한 두 개의 구멍이 있다.

 

승가 교육

만난 김에 금강 스님의 근황도 물었다. 미황사를 떠난 지 3년 6개월을 넘어섰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학교에서 강의합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안성 ‘참선마을’에서 2박 3일 진행되는 ‘고요한 소리’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하죠. 한 달에 한 번은 제주도에 가서 법문도 합니다.”

방학 동안에는 7박 8일 동안 진행되는 ‘참사람의 향기’라는 수행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2024년 6월 1일부터는 학교 교학처장 소임도 맡고 있다. ‘공사다망(公私多忙)하다’라는 표현이 스님에게 딱 맞는 듯하다.

중앙승가대학교 교학처장이라는 직위는 스님이 ‘조계종 15기 교육위원회’ 위원장 소임을 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야말로 ‘조계종 승가 교육의 기본’을 입안하는 양 축을 맡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절실한 자리다. 

조계종은 출가자의 감소, 중앙승가대학과 사찰에 소재한 승가대학(전통적으로 ‘강원’이라 불렀다) 간의 역할 조정 등 승가 교육에 있어 중요한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동국대와 중앙승가대를 통합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동국대는 종합대학이고, 중앙승가대는 출가 승려들만의 교육기관인데 특성이 아주 다르죠.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제는 좋아질 일만 남았어요.”

일종의 반어법일까? ‘이제는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현실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단 한 분의 스님만이라도 있으면 저는 여기 있을 겁니다”라는 말에 결기와 사명감을 느낀다. 

『건륭대장경』 인경본 중 『수능엄경』 변상도. 
경전 제일 앞에 변상도를 새겼다.
대장경실에 비치된 『티베트 대장경』의 여러 판본. 대장경은 국가 별로도 판본이 여럿이다. 

 

스님은 승가 교육의 2025년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승가대학의 커리큘럼에 ‘수행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인 스님들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에는 참선, 염불, 간경, 사경 등 수행 과정을 선택해 듣게 할 예정입니다. 수행을 직접 실참하는 거죠. 강의 수업은 오후에 진행하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할 예정입니다.”

진행되는 강의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듣게 할 예정이다. 그러면 지방 사찰에 거주하는 스님들도 중앙승가대에서 진행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한마디로 학적 시스템과 강의를 온라인으로도 진행한다는 이야기다. 개별 스님은 ‘강원(사찰 소재 승가대학)에 있으면서도 중앙승가대 학적을 지니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수업의 모든 강의는 컴퓨터에 저장돼 언제든지 다시 들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앙승가대는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게 강의실을 개선하고 있고, 시범 수업도 현재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중앙승가대 학적을 지니고, 어디에서든 공부할 수 있습니다.”

금강 스님은 이와 별도로 ‘행자 교육’의 변화도 고민하고 있다. 스님의 결기와 사명감이 조계종 승가 교육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길 기대할 뿐이다. 

스님이 또 하나 참여하는 것이 조계종에서 진행하는 ‘선명상’ 프로그램이다. ‘내가 해왔던 분야이고, 잘할 수 있는 것’이기에 초기부터 결합했단다. 

“승가의 결집을 통해 경전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잖아요? 여러 대장경에서 수행과 명상 구절을 선별하는 새로운 결집이 있었으면 해요. 그런 것이 승가의 전통 아닐까요?”

돌아가는 길에 도서관 1층에 있는 벽화를 꼭 보고 가라 한다. 동덕여대 서용 교수의 『화엄경』 「입법계품」 변상도가 벽 한 면을 채우고 있었다. 돈황 벽화의 제작 기법으로 제작한 벽화라 한다. 

조계종으로 출가한 스님들의 교육 요람인 중앙승가대. 그곳에는 승가 교육의 원을 세운 선지식들이 모은 세계 각지의 대장경이라는 보물이 있었다.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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