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의 발견] 아프가니스탄 메스 아이낙에서 발견된 불교 경전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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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의 발견] 아프가니스탄 메스 아이낙에서 발견된 불교 경전 사본
  • 찰스 디시몬
  • 승인 202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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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필사본의 발굴
메스 아이낙(Mes Aynak) 조감도. 사진 AIA 제공

세이빙 메스 아이낙(Mes Aynak)

메스 아이낙(Mes Aynak)은 아프가니스탄 카불 근처의 고고학 유적지다. 광대한 구리 매장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청동기 시대부터 10세기까지 사람들이 거주했던 도시 단지의 유적이 남아 있다. 2007년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광산 개발을 위해 28억 3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진행했다. 이 그늘 아래 진행된 고고학 발굴로 수년 동안 더욱 유명세를 치렀으며,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인기 다큐멘터리 영화 <세이빙 메스 아이낙(Saving Mes Aynak)>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채굴 성과를 거의 거두지 못했고 유적지 발굴 작업은 현재까지 두 차례 진행됐다. 첫 번째는 유네스코에 의해, 두 번째는 아프가니스탄 고고학 연구소(Archaeology Institute of Afghanistan, 이하 AIA)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이미 이 유적지는 조각품과 벽화를 포함한 중요한 불교 유물의 발견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지금까지 작고 흩어진 단편들 이외의 불교 사본이 출토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7년 후반 115번과 117번 발굴지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본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2018년에 이 사본군의 발견을 처음 알게 됐고, 2019년부터 AIA와 긴밀히 협력해 이 자료를 학문적으로 연구해 왔다. 2023년에는 이 유적지에서 발견된 사본 일부를 연구하기 위해 ‘간다라 언어문화권의 코포라: 서기 1천 년의 불교 문헌의 발전과 길기트-바미얀 사본 네트워크의 추적(Corpora in Greater Gandhāra: Tracing the Development of Buddhist Textuality and Gilgit/Bamiyan Manuscript Networks in the First Millennium of the Common Era, 이하 간다라 코포라)’이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제안한 프로젝트가 유럽연구위원회(European Research Council)의 승인을 받았다.

[도판 1] 사본 발굴지와 주변 지역. 번호들은 각각 다음 발굴지를 표시한 것이다. ① 117번 발굴지 003번 방 ② 117번 발굴지 004번 방 ③ 조로아스터교 신전 ④ 불교 사원 ⑤ 조로아스터교 신전 ⑥ 불교사원. 사진 도쿄 교도통신 히로미 야스이 제공

불교 문헌의 발견

117번 발굴지는 주로 사본 자료 보관용으로 쓰인 지역 행정 기관이나 창고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유적지에는 불교 사원 두 곳과 조로아스터교 신전(神殿)으로 추정되는 두 곳이  다문화 접경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도판 1]. 

발견된 사본들은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 덧대어 마련한 소재의 양면에 쓰인 것들로, 지금까지 발견된 대부분은 ‘길기트-바미얀 유형 I’이라고 명명된 문자로 필사됐다. 이는 때때로 간다라 브라흐미(Gandhāran Brāhmī)라고도 불리는 둥근 ‘굽타 브라흐미(Gupta Brāhmī)’의 한 유형으로 설명되기도 한다[도판 2]. 

[도판 2] 메스 아이낙 유적지 발굴 현장 작업 중 근접 촬영된 사본 사진. 여기에 보이는 문자는 서기 6~7세기경 쓰였다고 알려진 ‘길기트-바미얀 유형 I’이다. 사진 AIA 제공
[도판 3] ‘간다라 코포라 프로젝트’ 팀원인 카불 아프가니스탄 고고학 연구소(AIA)의 연구원이 발굴된 사본 단편 복원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간다라 코포라 프로젝트 제공

이 사본의 연대는 서기 6~7세기 사이로 추정한다. 같은 시기의 것으로 보이는 박트리아 문서, 서기 약 7~8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길기트-바미얀 유형 II 문자(프로토샤라다 Proto-śāradā)’로 필사된 사본의 혼합 단편들도 이 유적지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는 ‘길기트-바미얀 유형 I’로 전승된 자료 중 아주 소수만이 발굴 현장에서 고고학자들에 의해 촬영된 이미지를 통해 연구됐을 뿐이다. 그 이후로 간다라 코포라(Gandhāra Corpora)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사본이 계속해서 발굴되고 있고, 현재는 이미 발굴된 자료들을 사진 촬영 및 디지털화해 보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트리아 및 길기트-바미얀 유형 I과 II로 필사된 자료를 포함해 발견된 다른 사본 자료들은 향후 이 연구 프로젝트의 출판물을 통해 차차 논의될 예정이다.

 

문헌 발굴의 과제

이제까지 발굴돼온 간다라 언어문화권의 사본들 가운데, 고고학적 발굴지를 포함해 정확한 출처가 기록된 사본은 메스 아이낙 출토 사본이 유일하다. 이는 구체적인 지역, 특정 시대에 사본이 어떻게 사용되고 저장됐을지를 이해할 가능성을 열어 줬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들 사본 연구를 위해 해결해야 할 독특한 과제를 안겨 주기도 했다. 사본은 최적의 조건이 갖추어진 상황에서나 해독할 수 있다. 이 글에 실린 사본은 모두 메스 아이낙 고고학 발굴지에서 촬영됐으며, 대부분이 발굴이 완료되기 전 현장에서 기록된 것들이다. 발굴 현장에서 촬영하는 것은 사본이 발굴자의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본 단편의 한쪽 면만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진이 흐릿하거나 해상도가 너무 낮아 특정 조각의 해독을 어렵게 하는 여러 사례가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메스 아이낙 산스크리트 사본은 큰 사본 묶음의 일부분으로 확인된다. 또 발굴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에서 이어지는 부분들이 종종 등장하고 있어, 예상보다 더 많은 사본이 보존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프로젝트 동안 지금까지 밝혀낸 내용을 보면, 많은 불교 문헌의 전체 또는 대부분이 현장에 온전히 보전돼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발굴 작업이 여러 요인으로 더디게나마 진행되던 중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한층 둔화하다가, 2021년부터는 완전히 중단됐다. 다행히 간다라 코포라 ERC 프로젝트가 2024년부터 메스 아이낙 유적지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과 이미 발굴된 자료의 보존을 계획해 실행 중이다. 

[도판 4] 네 가지 사본 단편의 현장 발굴 사진. 왼쪽 위의 사본은 『불설미륵하생성불경(佛說彌勒下生成佛經,Maitreyavyākaraṇa)』, 오른쪽 위 두 단편은 『바후붓다아바다나(Bahubuddhāvadāna)』의 일부로 확인됐다. 『바후붓다아바다나』의 한역은 전해지지 않지만, 티베트어와 한역으로 전해지는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根本説一切有部毘奈耶藥事)』에 이 경전이 인용돼 있다. 사진 AIA 제공 
‘도판 4’ 『바후붓다아바다나』 왼쪽 단편 근접 사진. 사진 AIA 제공 
‘도판 4’ 『바후붓다아바다나』 오른쪽 단편 근접 사진. 사진 AIA 제공
[도판 5] 새로운 버전의 『팔천송반야경(Aṣṭasāhasrikāprajñāpāramitā-sūtra)』으로 확인된 6번 단편. 사본의 오른편 위쪽이 뒤로 접혀 있다. 사진 AIA 제공
‘도판 5’ 『팔천송반야경』의 뒷면. 
접힌 앞장의 5~7번째 줄을 부분적으로 읽을 수 있다. 사진 AIA 제공

실제로 이 지역의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해 이 유적지 발굴의 장래가 암담하게 여겨지던 시점이 있었지만, 간다라 코포라 프로젝트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AIA가 추가 발굴까지 계획,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론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미 발굴된 자료에 대한 연구다. 지난 몇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고고학 연구소는 사본 보존 및 복원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갖추지 못했기에, 이미 발굴된 자료는 지금까지 흙덩어리에 묻힌 상태 그대로 보관돼 정밀 조사가 불가능했다. 사실 부적절하게 복원돼 손상되거나 파괴되는 것보다, 자료가 보이지 않더라도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는 것이 더 낫다. 적절한 복원이 시작될 때까지는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이상적이다. 

최근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하고 이제는 사본들의 복원 및 디지털화를 위해 AIA를 지원할 자원이 확보됐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훨씬 더 높은 품질의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화해 보존한 사본 이미지는 벨기에 겐트대학교를 거점으로 하는 간다라 코포라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몇 년 동안 철저하게 연구될 것이다. 

필자는 현재 불교 사본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진을 구성해 확보된 자료를 해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은 국제 전문가를 현지 지식 기반과 접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의 AIA와 협력해 현지 고고학 연구팀을 조직했고, 카불 팀과 함께 발굴된 사본 자료의 복원 및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수집 보존된 사본 자료는 벨기에, 일본, 유럽 및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연구진이 함께 해독·분석·결집해 모든 연구 데이터를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제공할 예정이다.  

 

● 이 출판물에 언급된 필자의 연구는 독일학술교류재단(DAAD), Robert H. N. Ho 가족 재단 프로그램, 유럽연합(ERC, Gandhāra Corpora, 101117429)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필자의 것일 뿐, 유럽연합이나 유럽연구위원회의 견해와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며, 유럽연합이나 프로젝트 승인 당국은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 둡니다.

● <세이빙 메스 아이낙(Saving Mes Aynak)> 영화를 볼 수 있는 사이트: https://vimeo.com/ondemand/savingmesaynak1

‘간다라 코포라(Gandhāra Corpora)’ 소개 사이트: https://cordis.europa.eu/project/id/101117429

● 참고문헌 DiSimone, Charles, “Manuscript Discoveries at Mes Aynak”(2023)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Studies 46: 121-76.

 

글. 찰스 디시몬
번역. 최진경

 

찰스 디시몬(Charles DiSimone) 
현재 벨기에 겐트대학교 교수.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뒤, UC 버클리대학 불교학 석사, 스탠퍼드대학 종교학 석사, 독일 뮌헨대학 불교학·인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도 불교 문헌학, 중앙아시아 출토 산스크리트 불교 사본, 초기·대승불교 연구 등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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