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출가수행자인 동명 스님의 ‘시가 말을 걸다’를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합니다. 원문은 다음카페 ‘생활불교전법회’, 네이버 밴드 ‘생활불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어디 우산 놓고 오듯
_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정현종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문학과지성사, 2018)
[감상]
물건이 없으면 불편할 때도 있지만, 홀가분하기도 합니다. 여행할 때 짐이 많으면 참으로 불편합니다.
갈 때 비가 와서 우산을 갖고 갔는데, 올 때는 비가 오지 않으면 우산 놓고 오기 일쑤이지요. 정현종 시인은 자신에 대한 집착도 우산 놓고 오듯 놓고 올 수는 없을까 생각해봅니다.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시인은 자신에 대한 집착, 내 것에 대한 집착, 내 가족에 대한 집착,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집착이 불신을 낳고 괴로움을 낳고 다툼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화두를 들어볼까요?
"나를 떠나면 사랑이고 자유일까?"
"나를 떠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뭣고?
동명 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1989년 계간 『문학과사회』를 통해 등단, 1994년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으로 20여 년 활동하다가 지난 2010년 출가했다. 저서로는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제1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벼랑 위의 사랑』과 산문 『인도신화기행』, 『나는 인도에서 붓다를 만났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