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절_비슬산 대견사] 진달래도 뒷북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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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절_비슬산 대견사] 진달래도 뒷북을 친다
  • 최호승
  • 승인 2022.04.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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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道]은 여러 갈래입니다. 행복을 찾는 길, 즐거움을 좇는 길, 나아가 깨달음을 구하는 길 등등. 어찌 보면 여행이고 수행이자 순례이겠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 둘러 길 걸으면서 절에 들러보는 여행이자 순례길을 걷습니다. 발이 젖으려면 물가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불광미디어가 아름다운 길 찾아 절로 함께 걷습니다.

2021년 4월 11일 드론 촬영한 대구 비슬산 대견사, 뒤로 펼쳐진 진달래 군락 ⓒ달성군청
2021년 4월 11일 드론 촬영한 대구 비슬산 대견사, 뒤로 펼쳐진 진달래 군락 ⓒ달성군청

간화선 대법회 회향 후 찾은 비슬산 진달래
학림사 오등선원장 대원, 조계종 기본선원 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영진, 범어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전국선원수좌회 전 대표 의정, 축서사 조실 무여, 석종사 조실 혜국, 조계종 종정이자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의 법석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문경 세계명상마을 개원 기념 간화선 대법회를 오갔다. 서울에서 문경까지 출퇴근하는 7일 일정을 회향한 바로 다음 날(4월 27일), 대구 비슬산으로 향했다. 간화선 대법회는 물론 비슬산 진달래도 이번 봄이 아니면 언제 다시 오지 못할 인연이었다.

간화선 대법회 기간 중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진달래 사진이 강하게 유혹했다. 봄비 소식에 진달래가 떨어졌을까 조마조마했다. 이미 마음은 대구 비슬산자연휴양림으로 내달렸다.

비슬산 해발 1,000m에 자리한 대견사, 왼쪽에 부처바위 그리고 저 멀리 삼층석탑이 보인다.
비슬산 해발 1,000m에 자리한 대견사, 왼쪽에 부처바위 그리고 저 멀리 삼층석탑이 보인다.

휴양림 주차장서 해발 1,000m 대견사로
평일인데도 휴양림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사실 유가사 쪽 능선으로 가는 방향이 있다. 그러나 등산길이다. 편한 쪽을 택했다. 휴양림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도 된다. 편도 4,000원만 내면 해발 1,000m에 자리한 대견사에 20분이면 도착한다. 걸어서 가도 좋다. 도보로 3.5km, 2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길은 산행이 아니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원한다면 유가사 쪽에서 대견사로 향하는 길을 추천한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까지는 포장도로에 그냥 오르막, 오르막뿐이다. 물론 비슬산 암괴류와 애추, 토르를 천천히 감상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약 1만~8만 년 전 지구에는 마지막 빙하기가 있었는데, 당시 우리나라 기후도 빙하기후대 주변에 있었단다. 비슬산 암괴류는 이 시기에 형성됐고, 약 2km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암괴류라고 안내문이 설명하고 있다.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스쳐 지나가듯 봐도 대단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돌탑을 쌓아놨다. 애추도 암괴류와 비슷한 시기에 형성됐고, 비슬산 여러 곳에 분포한단다. 바위 형태는 암괴류가 둥근 맛을 보이는 바면 애추는 각이진 바위들이 대부분이라서 두 지형을 구분하기 쉽다. 여기도 돌탑이 곳곳에 놓였다.

신선이 거문고 타는 비슬산琵瑟山
애초 ‘길 둘러 절 들러’ 연재 취지와 다르게 버스를 이용했지만, 비슬산은 꽃천지였다. 암괴류나 애추를 보면서 대견사로 향하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등반 장비 걱정도 없었다. 셔틀버스나 전기차를 이용할 생각이었고, 대견사에서 진달래 군락을 감상하고 대견봉까지 특별한 장비 없이 오를 수 있어서다.

비슬산은 대구 달성군의 아름다움에서 빠지지 않는 장소다. ‘대구의 어머니 산’으로 불린다. 비슬산은 ‘비파 비(琵)’에 ‘큰 거문고 슬(瑟)’ 자를 써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불린다.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이 산 정상의 바위 모양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관도 빼어나고, 봄에는 진달래 그리고 가을에는 억새가 산을 장엄한다. 최고봉 천왕봉은 해발 1,083m이고, 대견사에서 15분만 걸으면 닿는 대견봉은 해발 1,035m이다.

20분 정도, 흘렀다. 셔틀버스가 멈췄고, 멀리 대견사가 보였다. 그리고 바위를 기단 삼고 홀로 서 있는 삼층석탑이 마중을 나왔다. 서둘러 걸었다. 불교계 18년 짬밥에 처음 찾는 도량, 그리고 진달래 군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슬산 대견사 전경
비슬산 대견사 전경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대견사 대견보궁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대견사 대견보궁

‘삼국유사’ 일연 스님 머물렀던 도량
비슬산 정상 부근에 대견사(大見寺)가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대견사는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우친다’라는 뜻이란다. 서기 810년(신라 헌덕왕) 보당암(寶幢庵)이라는 이름으로 창건, 세종 때에 대견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해발 1,000m에 이르는 하늘에 맞닿은 절인 셈이다. 그래서 ‘北봉정, 南대견’이라고도 불린다고. 설악산 봉정암과 함께 하늘 아래 가장 높은 도량이라는 뜻이다. 지리산 법계사도 해발 1,000m가 넘으니 가히 세 손가락에 드는 고찰(高刹)이다.

고려 말에 몽골 침입으로 폐허(이 높은 곳까지 왔다는 게 놀랍다)가 됐다가 1371년 다시 지었다. 그런데 폐사된 사실이 더 놀랐다. 한일합방 후 비슬산 산세와 대견사가 대마도를 당기고,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속설 때문에 1917년 6월 23일 강제로 폐사됐단다. 이후 약 100여 년간 폐사지로 방치됐다고 한다. 조계종 제9교구 동화사와 달성군 노력으로 2014년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덧붙이자면, 국가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최기영이 총괄감독을 맡았고, 전통적인 *비보사찰(裨補寺刹)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8대 적멸보궁이란다. 스리랑카 쿠루쿠데 사원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1과도 기증받았다. 그래서 주불전인 대견보궁(大見寶宮)에는 불상이 없고, 금강계단 위 사리탑이 보이는 창문이 불단 위에 있다.

*비보사찰(裨補寺刹) : 땅의 기운이 쇠퇴한 곳에 인위적으로 절과 탑을 건립해 땅의 기운을 보완한 도량

비슬산 대견사 삼층석탑
비슬산 대견사 삼층석탑
삼층석탑 앞 돌탑들
삼층석탑 앞 돌탑들
대견보궁 왼쪽 암굴, 암굴 옆으로 난 돌계단을 오르면 진달래 군락이다.
대견보궁 왼쪽 암굴, 암굴 옆으로 난 돌계단을 오르면 진달래 군락이다.
암굴 안 마애불
암굴 안 마애불

어쨌든 천하의 명당이라는 얘긴데, 그래서 대견사(大見寺), 용연사(龍淵寺), 유가사(瑜伽寺), 소재사(逍災寺) 등 사찰이 자리한 곳이 비슬산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비슬산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의 수행지로도 알려져 있다. 일연 스님이 22세 때인 1227년 선불장에서 장원으로 급제한 후 초임지 주지로 22년간 머문 곳이 보당암, 즉 현재의 대견사다.

대견사는 역사만큼 볼거리도 많았다. 대견사 초입에 있는 부처바위부터, 산 아래를 굽어보는 삼층석탑이 압권이다. 부처바위, 삼층석탑, 사리탑 그리고 마애불을 놓치면 대견사를 그냥 스쳐 지났다. 대견보궁을 바라보고 왼쪽에는 산신각과 암굴이 있는데, 암굴에 새겨진 작은 마애불의 미소는 보는 사람 마음마저 편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천둥의 신’ 토르가 가진 망치보다 더 강력한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게 있다. 대견사 참배객은 물론 상춘객들에게는 대견사 등 뒤로 펼쳐져 있는 진달래 군락지는 놓쳐서는 안 될 그 무엇이다.

대견봉 가는 길
대견봉 가는 길
대견봉에서 바라본 대견사와 진달래 군락지
대견봉에서 바라본 대견사와 진달래 군락지

‘천둥의 신’ 토르 망치보다 강력한 진달래 망토
“아! 다 졌네.”
“아냐! 잎도 나고 아직 꽃잎도 있잖아. 지금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중요해. 저 진달래 군락지만 있으면 심심했는데, 곳곳에 소나무가 있어서 더 운치 있다, 얘.”

진달래도 뒷북을 친다. 3월이나 4월이면 다 피고 졌어야 할 진달래가 비슬산에는 있다. 해발 1,000m 고지대여서 주변 다른 산의 진달래보다 늦게 핀단다. 이렇게 피는 진달래 군락지는 규모가 99만 1,735㎡(30만 평)에 이른다. 대견사에서 대견봉에 이르는 능선 전체가 그냥 진달래 천지다. 암벽을 병풍처럼 두른 대견사가 진달래 망토를 두른 셈이다.

대견사에서 진달래 군락지를 오르는 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암굴 옆에 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다 숨 한 번 쉴 때 앞을 쳐다보면, 진분홍 때론 연분홍 진달래 군락이 감탄을 자아낸다. 4월 27일 찾아간 날은 끝물이었다. 한데 4월 16일에는 진한 분홍빛 진달래로 장관이 펼쳐졌다. 달성군에 문의하니 보통 4월 말에 만개하나 올해는 셋째 주가 절정이었단다.

4월 16일 촬영한 비슬산 대견사 진달래 군락지
4월 16일 촬영한 비슬산 대견사 진달래 군락지

아뿔싸!
‘봄의 전령’ 매화를 찾아 통도사 자장매를 찾은 2월엔 자장매가 ‘아직 이르다’라며 설레발이던 마음을 진정시키더니, 비슬산 대견사 진달래는 ‘조금 늦었다’라며 핀잔이었다. 이번엔 뒷북이었다. 고지대에 피는 진달래라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간화선 대법회 회향 후 찾는다는 마음부터 틀렸다는 경책 같았다. 시간은 언제나 좋은 패를 쥐고 있다!

대견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견사에서 해발 1035m의 대견봉까지는 진달래 군락 꽃대궐 사이를 걷는 기분이었다. 많이 졌지만, 남은 진달래가 상춘객들 맘을 달랬다. 봄비 맞고 떨어진 진달래 꽃잎이 많았다. 시인 김소월은 나 보기가 역겨우면 가실 때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고 진달래를 아름 따다 길에 뿌린다던데. 늦었다는 후회와 아쉬운 마음에 뿌려놓은 진달래이려나 보다.

시절인연이 언제 또 닿을까. 여느 진달래와 달리 뒷북치는 비슬산 대견사 진달래의 2023년은 어떨까. 벌써 그립다.

대구 달성군 비슬산 대견사 여정
코스 : 비슬산자연휴양림 주차장~셔틀버스(20분)~대견사~진달래 군락~대견봉
거리 : 편도 약 7km
시간 : 1시간 30분(대견사 참배 포함, 서울서 휴양림 주차장까진 약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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