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의 고향인 충남 예산, 유배지였던 제주도 서귀포, 말년을 보낸 경기도 과천까지. 추사의 발자취는 지역의 자랑이 됐고, 어김없이 그곳엔 그의 삶과 예술은 기리는 기념관이 세워졌다. 우리나라 최고의 서화가로서 일가를 이룬 추사 김정희. 예산, 제주, 과천의 유적지와 기념관을 돌아보며, 그의 삶과 예술세계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추사고택*추사기념관
충남 예산군 신암면 추사고택로 261
041)339-8242
#출생 #추사묘역 #월성위 묘역 #용궁리 백송
추사고택은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서 큰아버지 양자로 입양되기 전까지 자란 곳이다. 증조부인 월성위 김한신이 영조의 사위가 되면서 하사받았다고 전해지는 이 고택은 1976년 53칸 중 일부를 복원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고택 입구인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ㄱ’자형의 사랑채, ‘ㅁ’자형의 안채와 추사의 영정이 모셔진 영당이 차례로 자리한다. 고즈넉하고 정갈한 풍경의 고택을 거닐다 보면 주련으로 걸린 ‘서집여고송일지書執如孤松一枝(글씨 기세는 외로운 소나무 한 가지와 같다)’에서 추사의 치열했던 고민을 잠시나마 마주할 수 있다. 고택 바로 옆 추사 묘 인근에는 추사기념관이 있다. 추사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을 비롯해 기획전시실, 영상실 등이 있으며, 체험관에서는 추사 글씨 쓰기, 탁본 뜨기, 세한도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고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추사가 25세 때 청나라 연경에서 종자를 가지고 와서 심었다고 알려진 천연기념물 106호 용궁리 백송이 있다. 월성위 김한신 묘와 화순옹주 홍문도 만날 수 있으니 함께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추사적거지*제주 추사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 44
064)710-6803
#세한도 #추사체 #추사유배길 #오설록녹차밭
추사 김정희는 55세가 되던 해 정쟁에 휘말려 9년간 유배 생활을 한다. 그때 머물렀던 초가집이 제주 추사적거지(秋史適居地)다. 추사는 자신만의 예술 철학을 이곳에서 완성하는데, 유배 생활의 고난과 비애를 추사체의 완성으로 승화한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 ‘세한도’가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다.
초가집 바로 옆에는 ‘세한도’를 모티브로 지은 추사관이 있다. ‘세한도’ 속 고독한 풍경을 대변하듯 건물 한 채에 나무 몇 그루가 소박하게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추사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쓴 편지, 추사 글씨 현판 탁본 등 추사 관련 유물과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일본 학자 후지츠카 치카시가 1939년 복제한 ‘세한도’ 100부 한정본 중 한 점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관과 유배지를 둘러본 이후에는 추사유배길 2코스인 ‘인연의 길’을 걸으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자. 인연의 길은 제주 추사관에서 출발해 수월이못, 제주옹기박물관, 곶자왈을 거쳐 오설록녹차밭으로 이어지는 약 8km 코스다. 추사는 다도의 대가 초의 선사와 평생 우정을 나누며, 제주 지역에 차 문화를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3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길을 걸으며 추사의 차(茶) 사랑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과지초당*과천 추사박물관
경기 과천시 추사로 78
02)2150-3650
#말년 #봉은사 판전 현판 #후지츠카 기증유물
과지초당(瓜地草堂)은 추사 김정희가 제주와 함경도 북청 유배에서 풀려난 뒤 말년을 보낸 거처다. 추사의 생부 김노경이 1824년 마련한 별서(別墅)로, 추사는 4년 동안 이곳에 은거하며 생애 마지막 학문과 예술혼을 불태웠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봉은사 판전 현판 글씨를 남겼다.
과지초당 내부에는 추사가 오랜 벗 권돈인에게 보낸 ‘마천십연 독진천호(磨千十硏 禿盡千毫)’ 편지와 함께 붓과 벼루가 전시돼 있다. 평생 10개의 벼루를 갈아 닳게 하고 천여 자루의 붓을 몽당붓으로 만들었다는 추사 김정희. 과지초당 마당에 서 있는 추사 동상에서 대가를 이룬 이의 기품이 엿보인다.
과지초당 옆 추사박물관은 일본인 추사연구가 후지츠카 치카시 박사가 수집한 방대한 추사 관련 자료를 기증받아 2013년 개관했다. 전시관 1, 2층은 ‘추사의 생애’, ‘추사의 학예’를 테마로 추사의 시기별 주요 작품들을 세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한다. 지하 1층은 ‘후지츠카 기증실’을 주제로 후지츠카 박사의 연구를 보여주는 한편, 그의 아들 아키나오의 기증 과정을 전시해 놓았다. 특히 후지츠카 박사가 일제강점기에 촬영한, 이제 사진으로만 남은 추사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으니 꼭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