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외가] 화두에 좋고 나쁜 것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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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외가] 화두에 좋고 나쁜 것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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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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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외가

1.화두의 良否

어떠한 학인이 묻기를
『화두가 좋은 것이 따로 있습니까?』
내가 대답하였다.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어디 좋은 화두가 따로 있단 말인가 ?』
『제가 알기로는 시삼마는 무자화두만 못한 줄알았습니다.』
『다시 는 그런 사견을 내지말라. 좋고 나쁜 것은 사람에게 있고 화두에는 없는 것이다. 내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 선지식을 친견하고자 사방을 다니니 그 행색이 폐의걸식일지라도 나의 직분에 만족한지라 청천을 날으는 학과 같이 흰구름으로 벗을 삼고 사해팔방을 두루 다니니 청풍명월이 나의 집이었다.
한 선지식을 친견하고 법을 물으니 그 선지식이 이르시기를 〈시삼마화두는 사구(死句)요 무자(無字)화두는 활구(活句)다〉하거늘 나는 정색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감히 명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그러한 이치가 만무합니다. 시삼마는 사구도 아니며 활구도 아닌 줄 압니다. 시삼마화두가 사구로 확정된 것 같으면 어찌하여 ②남악회양(南岳懷讓)선사가 숭산으로부터 왔을 때 육조대사께서 묻기를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 하시니 회양선사께서 망지소조(罔知所措)하여 八년을 탐구하다 확철대오하여 육조대사의 적자가 되시니 도가 천하에 으뜸이라 어찌 사구에서 깨달으시고 활구문중의 동량이 되었겠습니까 ?

 또한 시삼마가 활구로 확정될 것 같으면 육조대사께서 하룻날에 이르시되,〈나에게 한 물건이 있으니, 천지에 주인되며 일월같이 밝으며 철통같이 검으며 두미(頭尾)와 면목(面目)이 없되 오인(五人)의 동용(動用) 중에 있으니 이것이 무슨 물건인고?〉 하시니 ③하택신회(荷澤神會)선사가 당시에 나이 七세라 곧 나와 정례하고 대답하기를 〈삼세 모든 부처님의 본원(本源)이며 신회의 각성(覺性)이옵니다〉

 육조 대사께서 말씀하시되
〈네가 종사관을 머리에 쓰고 학자를 제접할지라도 지해종사(知解宗師)밖에는 되지 못하리라〉하시니 어찌 활구문 가운데서 깨닫고, 사구문중에서 지혜종사가 되겠습니까? 사구니 활구니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선지식이 말씀하기를
「시삼마는 병통이 많다」하거늘 내가 말하기를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선지식이 이르기를
「근일 깨달았다고 하는 것이 시삼마하는 사람에게 유독 많이 있더라」
 내가 다시 말하기를
「시삼마를 어떻게 알았기에 그러하다는 말씀입니까?」
 선지식이 대답하되
「이것이 무엇인고, 하느니라.」
 내가 다시 말하기를
「무엇을 가지고 무엇이라 하나이까 ?」
  선지식이 말하기를
「혹 소소영령한 놈이 무엇인고? 혹 이 보고 듣는 놈이 무엇인고? 혹 이생각하는 놈이 무엇인고? 하느니라.」
  내가 또다시 말하기를
「가탄가탄(可嘆)이 올시다. 화두를 이와 같이 탐구하거늘 어찌 병통이 없사오리까? 육근문(六根門) 머리에 〈아는 빛, 그림자 식〉이 경계를 따라 감각하는 대로 이것이 무엇인고? 하며 또 〈뜻뿌리에 분별하는 그림자 식〉을 가지고 이 무엇인고? 하며 또 〈생각으로 생각이 일어나는 뿌리〉를 들여다보며 이 무엇인고? 하고 찾으니 이것으로 좇아 병이 많이 납니다. 이 사람은 공(空)한 병이 아니면 맑은 병이며 그렇지 아니하면 소소영령한 것을 지키는 병이 허다합니다. 이와 같은 것으로 어찌 무상대도를 중득하오리까? 17千七백화두가 그 탐구하는 법은 오직 하나니 어찌 다름이 있사오리까?」 하였다.

 시삼마는 한 물건을 알지 못하여 탐구하는 것이니 전번에 이미 말하였기에 여기서는 그만 둔다.』

2. 화두마다 의심이 있다.

어떤 수좌가 물었다.
『백천 화두에 시삼마가 아니 들면 화두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대답하였다.
『내가 그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겠노라.』
  수좌가 말하기를
『이 무엇인고? 하지 아니하면 무엇을 가지고 의심하겠습니까? 가령 무자 화두를 할지라도 무(無)가 무엇인고 ? 하든지 무가 무슨 도리인고? 하든지 그렇게 하여야만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누가 들어서 그렇게 지도하던가?』
『오늘날에 선지식으로 저명한 모모선사가 그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말하였다.
『화두하는 법도 자세히 모르면서 학자들을 거느리고 앉아 도를 가르치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다. 한 장님이 여러 눈 어두운 사람들을 이끌고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겪으로 화두에 시삼마가 들지아니하면 아니 된다하니 그러면 ④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 화두하는 사람은 뜰 앞의 잣나무가 무엇인고? ⑤ 마삼근(麻三斤) 화두하는 사람은 삼 서근이 무엇인고? ⑥간시궐(乾屎橛) 화두 하는 사람은 마른 똥막대기가 무엇인고 하겠구나? 그리하여 뜰 앞의 잣나무와 삼 서근과 마른 똥막대기를 알지 못하여서 이것을 알자고  무엇고? 하느냐! 참으로 알자면 산이나 물이나 들이나 일체만물을 다 활구로 알기는 어렵다마는 그렇게 화두를 하는 법은 아니니라. 또 네가 무자(無字)를 알지 못하여 무엇고? 하느냐. 일체 화두에 시삼마를 넣어서 의심하지 아니하여도 화두마다 그 화두에 의심이 있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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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화두(話頭) ㅡ 공안이라고도 하는데 도를 판단하는 법어다. 공안은 관청의 법령의 성격을 띤 공문서로 서 공정하고 범치 못할 뜻이 있음을 의미한다. 도 공부하는 데는 불조의 바른 이치를 바로 끊어 말씀하신 말이나 몸짓이나 그밖의 방법이 모두 깨치는 데 바른 법이 된다. 이것이 공안이며 도안이 열려 조사가 되는 관문이 된다. 아래에 몇몇 화두가 보인다.

② 남악회향 ㅡ 중국 당나라 때 스님이다. 十五세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다가 육조혜능조사를 十五年 동안 모시고 크게 도를 이루었다. 남악반야사에 들어가 三十年을 머물면서 크게 선풍을 떨쳤다. 그 밑에 마조선사가 나와 선종의 극성기를 이룬다.

③ 하택신회 ㅡ 어려서 출가하여 육조스님을 모시고 도를 이루고 뒤에 당나라 서울에 들어가 육조의 돈교 법문을 크게 떨쳤다.

④ 정전백수자 ㅡ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물었다.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입니까?』 『뜰앞에 잣나무니라』 이것이 정전백수자 화두다.

⑤ 마삼근 ㅡ 어떤 스님이 동산(洞山) 선사에게 묻기를『어떤 것이 부처입니까?』하니 『마삼근(삼세근)이니라』 하였다.

⑥ 간시궐 ㅡ 어떤 스님이 운문선사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 하니 『간시궐』이라 하였다. 간시궐이란 마른 똥막대기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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