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화상이 설중에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만개한 것을 보고 이름 붙인 신라 불법의 초전법륜지 도리사(桃李寺). 이곳 도리사의 템플스테이에는 어떤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을까? 향기로운 절 도리사에서 주지 묘인 스님을 만났다.
진정한 쉼, 치유는 덤
도리사 카페 ‘도리’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일주일에 로스팅 원두량 6kg, 커피 600잔이 나갈 정도로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주지 스님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판매하는데, 수익금 전액은 금오종합사회복지관과 국제구호단체 더프라미스에 정기적으로 후원한다.
묘인 스님은 커피에 조예가 깊다. 2003년, 군종 장교로 이라크로 파병을 갔을 때 이탈리아 군인이 권한 에스프레소를 마신 뒤부터 커피 맛을 알게 됐다. 그 뒤부터 출가 이후 입에도 대지 않았던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며 핸드 드립과 로스팅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제가 커피콩을 사다가 로스팅하면, 신도들이 자원봉사로 커피를 판매해요. 커피 수익금을 매달 정기적으로 지역 복지단체와 국제구호단체에 후원할 만큼 카페 운영이 잘되고 있어요. 방문객은 커피 마시며 ‘우리 좋은 일 하고 간다’라는 마음으로 기부도 하고, 봉사하시는 분들도 좋은 일 하게 되고요.”
도리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기본 원칙은 진정한 쉼, 휴식이다. 참가자들은 휴식하며 신라복식 체험, 구품연지 전통문양 그리기, 스님과의 차담 등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도리사는 신라 땅에 향문화를 최초로 전파한 사찰이기에 ‘향낭(향주머니) 만들기’나 아도화상전에 향을 피워보는 ‘전통 향문화 체험’도 인기가 많다.
스님이 내려준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며, 도리사 하면 빠질 수 없는 아도화상과 향 이야기를 꺼냈다. 향을 많이 맡으면 폐에 안 좋다는데, 아도화상은 향만으로 어떻게 공주의 병을 고쳤을까.
“전해오는 이야기는 향으로 공주의 병을 고쳤다지만 그 당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어떤 의료 상식을 아도화상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또 중국에서 유학했으니까 침술이 기도와 함께 복합적으로 이뤄졌을 수도 있고요. 향에는 백단향, 침단향, 전단향 등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것들을 다양하게 조향해서 피우거나 훈연을 하기도 하죠. 적절한 양을 증상에 맞춰서 사용한다면 약이 되겠죠. 심신의 안정도 취할 수 있고요. 향 피우는 게 몸에 안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요. 다만 적정량을 사용하면 향기롭고 과하면 과유불급이겠죠.”
템플스테이 방사는 운봉 성수 스님, 성철 스님 등 고승들이 정진했던 유서 깊은 공간인 태조선원이다. 영남 3대 선원 중 하나였던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옛 스님들이 그랬듯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을 참배하고 절 뒤쪽의 ‘신라불교 역사문화 체험 숲길’에서 걷기 명상을 하거나 서대에 올라 낙동강 전망을 내려다본다. 우리나라에서 낙동강이 가장 길게 보이는 곳이자 해넘이 장관도 일품이다. 아도화상은 이곳에 올라 서쪽의 황악산을 가리키며 “저곳에 절을 지으면 불교가 흥할 것”이라 했다고 한다. 거기에 세워진 절이 바로 직지(直指)사다. 서대 위쪽 터에는 템플스테이 수련관(명상센터)도 조성할 계획이다.
“어떤 분들은 서대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고 해요. 치유라는 게 사람이 인위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라든가 행위를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거죠. 2025, 2026년쯤 지어질 명상센터도 그런 장소가 됐으면 해요. 세상 사는 데 힘들고 답답한 사람들이 여기 와서 휴식도 취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장소요.”
함께 만들어 가는 템플스테이
도리사 홈페이지는 현재 리뉴얼 작업 중이다. 주지 스님은 전각이나 성보 문화재를 3D디지털로 구축해서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공간에 도리사를 담고자 한다. 오프라인에서 보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보는 걸 더 편리하게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불교를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실을 채우는 건 그 안에 담길 프로그램이다. 계획 중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있을까?
“저의 계획은 저만을 위해 존재할 뿐, 이곳 도리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야죠. 현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휴식형을 기본으로 하고, 본인이 원할 때 자연스럽게 하도록 체험을 옵션으로 해요.
물이 든다는 건 빠뜨리는 게 아니에요. 조금씩 그 색깔을 입혀가는 과정이죠. 원하지 않는 정보를 밀어 넣는 것도 폭력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정보와 요구에 힘들어하거든요. 부처님도 눈 있는 자 와서 보아라, 라고 말씀하셨어요. 도리사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문을 열고 이렇게 준비해 놓을 뿐, 그것을 가져가는 것은 중생 개개인의 몫이겠죠.”
도리사 템플스테이
● 프로그램
체험형: 아도향 만들기, 신라복식 체험, 스님과의 차담, 단주 만들기, 연꽃등 만들기 등
휴식형: 스님과의 차담(체험 프로그램 자율 선택)
당일형: 신라복식 체험
● 주소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 도리사로 526
● 문의
010-8691-3877(도리사 템플스테이 사무국)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