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주대(아라캠퍼스)와 제주교대(제주대 사라캠퍼스) 불교학생회 재창립 연합법회를 시작으로 2022년 제주한라대 불교학생회가 창립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동아리실 폐쇄의 위기도 겪었지만, 제주대 불교학생회는 지금도 순항 중이다. 장학금 지원과 동아리실 운영 비용 등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제주지부 동문회 선배들이라는 든든한 버팀목과 제주대 불교학생회 김민재(25, 대불련 제주지부장) 회장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를 갓 제대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제주대 불교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재 학생을 제주대에서 만났다.
불교에 긍정적인 청년들
제주대 불교학생회는 명상 모임을 매주 진행한다. 제주도에서 명상센터를 운영하는 명상 지도자 선생님이 우연히 동아리 포스터를 보고 제안을 줘서 시작하게 됐다. 선생님이 못 올 때는 김민재 회장이 대신해서 모임을 이끈다.
제주대 불교학생회는 오등선원에서 대불련 제주지부 동문회 선배님들과 함께 정기적인 법회를 연다. 오등선원 주지 스님께서 대불련 출신이기도 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템플스테이도 학기마다 한 번씩은 간다. 2022년 11월에는 전국 대불련 지부 회장단 30명과 제주도에서 4·3사건과 제주 불교를 체험하는 ‘관음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종교 관련 동아리가 대학교에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 제주대 학생들이 불교동아리를 찾는 배경이 궁금했다.
“무교인데도 불교에 긍정적인 친구들이 동아리 문을 많이 두드려요. 제주도는 불교의 강세가 있는 지역이라서 그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것 같고요. 예를 들면 부모님이 절에 다녀서 기왕 동아리 활동하는 거 불교동아리에 가입하자 해서 오거나, 할머니 따라서 절에 갔던 추억 때문에 가입하는 학생도 있고요.”
김민재 회장은 학생들이 동아리방을 편하게 느끼고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특히 신경 썼다. 과제도 출력할 수 있게 프린트기도 마련해 놓고, 컵라면과 간식도 많이 비치했다. 동아리방에 깔아 놓은 전기장판은 시험기간에 학생들의 쉼터가 되어 준다고.
“최대한 동아리방을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동아리방에 모여 있다가 공양시간이 되면 다 같이 밥 한 끼라도 하면서 친목도 다지고요. 사실 동아리방에 법우들을 최대한 자주 오게 하려는 이유는 여기 와서 부처님 얼굴을 한 번 더 뵙는 것만으로도 나름 의미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친구들이 이곳에서 어마어마한 불심을 키우길 바라진 않아요. 다만 하루에 한 번이라도 부처님 앞에서 합장하고, ‘내가 그래도 불교동아리 회원인데’라며 선한 행동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하도록 도와주는 게 회장으로서 저의 목표예요.”
‘출가’가 버킷 리스트
부모님도 불자가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그 책을 사경하듯 옮겨 적었다는 김민재 회장은 “인연의 인연이 겹쳐서 불자가 됐다”고 말한다. 어쩌다 보니 군 제대 후부터 제주대 불교학생회장을 3년째 맡고 있다. 학기 중에도 법복을 입고 다니는 그는 버킷 리스트에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단기 출가 학교에 가자’라고 적어놓았다고 한다.
“태국인가 미얀마 스님들이 아침에 맨발로 탁발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어요. 저도 언젠가 가사를 수하고 맨발로 탁발 다니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앞으로 제가 계속 출가를 꿈꿀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그래도 4년 6개월 동안 대학교 해양산업경찰학과에서 배운 게 있으니까 그 직업을 한 번 도전해 보려고요. 제가 건강에 문제가 없는 이상 인생에서 출가, 그게 아니라면 단기 출가 학교라도 도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삶이 정말 기대돼요.”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