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은 두 번씩이나 우리나라 통일의 정신적 기반이 된 곳입니다. 신라의 중악이었고, 김유신을 비롯한 화랑들의 수련처였습니다. 신라 삼국통일의 정신적 지주가 된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927년 공산전투의 패전 속에서 마침내 후삼국을 통일했던 태조 왕건의 고려 개국 정신이 출발된 곳입니다.”
김성수 원장은 “한반도의 세 번째 통일을 맞이할 시대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대구와 경북이 팔공산의 참 정신으로 역사 앞에 서야 한다”고 인터뷰 내내 말한다. 김 원장은 2012년 동구팔공문화원(이하 팔공문화원)으로 부임한 이래 ‘팔공산 사랑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역사 탐방과 문화프로그램도 운영하지만, 가장 역점을 두는 일은 산성(山城), 대장경, 지리·생태, 공산전투 등 팔공산의 역사·인문 콘텐츠를 집적하고 알리는 일이다.
팔공산 부인사
팔공산이 100대 명산이고 ‘다시 가고 싶은 산 1위’에 뽑히기도 했지만, 팔공산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단다.
“고려 초조대장경이 왜 하필 여기 부인사에 봉안됐을까요? 1,000~2,000명의 스님이 있었고, 당시 부인사는 경주 불국사, 황룡사, 분황사 외에 가장 큰 절이 아니었을까요?”
“대구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을 이야기하면, 스스럼없이 부인사에 초조대장경이 봉안된 일”이란다. 대구가 현재 규모의 도시로 성장한 것은 사실 ‘경부선’ 철도 건립 이후의 일이다. 김 원장은 “부인사의 위상을 회복할 때, 팔공산의 역사·인문적 가치가 본연히 드러난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부인사 전각들은 초조대장경이 봉안됐을 당시보다 뒤로 물러나 조성됐고, 순환도로가 부인사 권역을 가로질러 터는 둘로 나뉘어 있다. 탑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듯하다. 국립인 경북대에 ‘대장경 학과’를 조성했으면 하는 바람도 갖는다.
제천단 복원
대구시는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신라 오악 중 지리산, 계룡산, 태백산, 토함산은 진작에 국립공원이 됐죠. 중악이었던 팔공산도 당연히 국립공원이 돼야겠죠. 이에 맞춰 산 격에 맞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팔공산 정상은 본디 공산성이 있었고 제천단이 있던 곳입니다. 1960년대까지 공산성 북문이 팔공산 정상부에 존재했었습니다. 지금 그곳에 뭐가 있죠? 군부대와 통신시설이 있습니다. 정상에 철탑이 있는데, 사람으로 치면 정수리에 침을 맞고 있는 형국입니다.”
김성수 원장은 팔공산이 대구와 경상북도에 걸쳐 있기에 대구 경북의 광역과 기초단체에서 “지대석을 하나씩 준비해 제천단을 복원하자”라고 주장을 한다. 조만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겠지만, 대구와 경북이 ‘100년’을 내다보는 지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상을 정비하고 제천단을 복원하는 사람이 팔공산의 산주가 되지 않을까요?”
팔공산 산봉우리에는 불상이 많이 조성됐다. 경주 남산을 제외하고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신라인들에게 팔공산이 왜 이렇게 중요했을까?
“그곳에 절이 있지 않았을까요? 대구 경북에 걸쳐 있는 팔공산을 지나면 영천이 나오죠. 그 밑이 바로 경주입니다. 팔공산은 경주의 마지막 보루 중 하나였고, 경주에서 반도의 중앙으로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신문왕이 달구벌로 수도를 옮기고자 했던 거죠.”
1,500년의 산지기
김성수 원장은 ‘고등학교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는 등 오랫동안 불교와 밀접한 관련을 가져왔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민족불교연구원’, ‘대구경북정토불교협의회’ 등 대구지역 불교 활동을 함께 했다. 1990년대에는 ‘대구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시민운동을 일구기도 했다.
팔공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때는 1994년 동화사 기획실 차장, 실장을 하면서다. 5년 동안 팔공산의 모든 것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리고 팔공문화원 원장으로 부임하고 ‘팔공산 사랑운동’을 펼치며, ‘팔공산 산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팔공문화원에서 ‘팔공산 환경·문화대학’, ‘팔공산 포럼’, 역사문화기행, 지역민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영남불교는 한국 불교의 요람입니다. 그리고 사찰은 1,500년간 팔공산의 산지기 역할을 충분히 했습니다. 이 점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미래에 영남불교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전국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이 지역 학교 교가에는 ‘팔공산’이 무조건 들어간다. 김성수 원장은 “교가에서만 팔공산 이야기하지 말고, 팔공산 산지기 운동을 하자”고 말한다. ‘제3의 통일’을 팔공산 ‘산 마음’과 ‘숲 정신’으로 이룩하는 일, 그것이 김성수 원장이 꿈꾸는 일이다.
사진. 정승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