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불교 이슈 있수다
1. 30년 만일결사 회향 앞둔 정토회
2. 시대를 진단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배우 조인성과 한지민,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작가 노희경의 멘토 법륜 스님을 아시나요? 법륜 스님은 ‘모자이크 붓다 수행공동체’ 정토회를 지도하는 법사예요. 유튜브 채널이나 대중강연에서 즉문즉설로도 유명한 스님인데요, 법륜 스님이 만일결사 회향을 앞두고 11월 24일 불교계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어요.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D-day 앞둔 정토회 만일결사
12월 4일은 정토회에게 D-day에요. 오랜 시간 이어온 만일결사를 회향하는 날이거든요. 만일결사에 참여한 이들에겐 특별한 날인데, 회향을 앞두고 법륜 스님이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만일결사의 성과와 고민거리를 이야기했어요.
만일결사를 시작한 이유가 뭐야?
“개인은 행복해야 하고 사회는 평화로워야 하며 자연은 아름다워야 한다.” 법륜 스님은 이런 관점에서 수행하는 불교, 일반언어로 다가가는 쉬운 불교, 수행이 삶이 되는 생활불교 등 3가지 관점에서 30년간 정진하면 개인이든 사회든 달라진다는 신념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종교로서 불교가 아닌 수행으로서 불교, 수행을 국민운동으로 삼자는 목표 의식이 있어요. 시작할 때 4가지 과제는 절대빈곤 퇴치, 한반도 평화, 개인의 행복, 환경이었어요.
만일결사가 뭔데?
만일 동안 규칙을 정하고 꾸준히 지키는 거예요. 정토회는 결사에 참여한 수행자들이 매일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해서 자유와 행복(해탈과 열반)으로 다가가는 동시에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보살의 삶으로 만드는 정토 사회를 목표로 해요. 매일 아침 1시간씩 수행하고, 하루 1,000원 이상을 보시하며, 하루 한 가지 이상 선행과 정토회의 필요한 업무를 자원봉사하는 거죠.
어떻게 만일 동안 이어가는 거야?
3년(1,000일)을 한 단위로 보고 1차부터 10차까지 이어왔어요. 개인이 변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이 필요하고,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한 세대(30년)가 지나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1,000일 입재하고 회향한 뒤 다시 1,000일 입재와 회향을 반복하는 거예요. 1,000일이 진행되는 동안 100일씩 10번 100일 기도로 초발심을 세워 이어간다고 해요.
만일결사면 대체 몇 시간이야?
법륜 스님과 함께 몇몇 재가자들이 1993년 3월 7일 만일결사를 시작했어요. 2022년 12월 4일 대장정을 마무리해요. 초로 환산하면 8억 6,400만 초, 분으로 환산하면 1,440만 분, 시간으로 환산하면 24만 시간, 1년 단위로 환산하면 30년이에요.
그렇게 긴 시간 참가한 사람이 있어?
공식 자료에는 10차 천일결사에 9,000여 명이 함께 했고, 10차 천일결사를 10번 진행하는 동안 누적 참가자는 7만여 명이에요. 법륜 스님에 따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100일 늦게 시작한 1명까지 포함하면 만일결사를 하루도 빼지 않고 소화한 사람은 2명이라네요. 10번의 천일결사를 모두 참여한 사람은 40여 명이고요.
만일결사 동안 목표를 이뤘어?
법륜 스님은 4가지 과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자평했어요. 정토회에서 생긴 NGO 단체들의 활동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는 국제 기아·질병·문맹 퇴치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JTS, 남북간 화해와 협력은 물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권 개선 그리고 재외동포들과의 협력 등 일을 하는 좋은벗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목표로 활동하는 싱크탱크 평화재단, 쓰레기 제로운동과 빈그릇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에코붓다 등이 있어요.
정토회가 대단한데, 대체 어떤 단체야?
정토회는 법륜 스님의 활동과 역사를 같이 해요.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추구하는 수행공동체가 정토회에요. 1988년 법륜 스님의 발원과 정토행자들이 시작한 공동체고요. ‘개인을 행복하게’하는 즉문즉설과 수행운동, ‘세상을 행복하게’하는 환경·평화·복지운동으로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문명사회(정토)를 구현하는 게 목적이에요.
만일결사가 마치 정토회의 역사 같아
맞아요^^ 정토회의 역사는 만일결사와 궤를 같이해요. 정토회라는 단체 설명처럼 만일결사의 관점과 목적이 투영된 수행공동체가 정토회에요. 만일결사도 정토회에서 시작했고요.
두 번째 이슈 있수다 | 역사 속 새로운 시도는 사이비 취급
법륜 스님은 불교계 기자들과 소탈하게 근황토크를 나눴어요. 전 세계로 즉문즉설 강의를 다니면서 쪽잠을 잤던 과거와 두북공동체에서 농사짓다 보니 잠이 늘었다는 현재, 부처님 제자로 살다 보니 벌써 세수 70이 됐다며 허허롭게 웃기도 했어요. 지난 11월 개원식을 가진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소비하는 쌀과 반찬 등의 70%를 두북공동체 등에서 자급자족한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불교계와 사회 현안을 묻는 말에도 즉문즉설 했는데요.
법륜 스님이 누구셔?
정토회가 제작한 팸플릿을 참고해서 정리해볼게요. 3·1독립만세운동 33인 중 1인이었던 용성 스님의 유훈을 계승하고 있는 불심도문 스님의 상좌(제자)에요. 국내에서는 즉문즉설 국민멘토로 잘 알려져 있고요. 국제적으로는 참여불교의 리더이자 평화운동가, 국제구호활동가에요. 2002년 막사이사이상(평화와 국제 이해 부문)을 수상했고, 2020년엔 니와노평화상을 받았어요.
어떤 질문이 나왔는데?
2차 만일결사는 1차 만일결사 때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인가, 물리적인 공간인 법당 말고 온라인으로 전환한 배경, 법륜 스님 리더십 이후의 정토회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한 생각, 만일결사에서 힘들었던 부분, 만일결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와 동력, 2차 만일결사에 대한 기대, 스님 탓에 신도가 준다는 한국불교의 우려 등등. 법륜 스님은 여러 질문에 솔직한 답을 내놨어요.
법륜 스님은 뭐라고 답하셨어?
질문을 몇 가지 추려서 정리해볼게요.
온라인으로 전환한 배경=“원래 온라인 전환 계획 있었다. 코로나로 3년 빨리 전환한 것 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 좋은 말씀은 한국을 넘어서 세계인이 가질 만한 법이다. 법당만으로는 확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각 가정이 법당 아닌가? 불교 활동의 한계를 느낄 무렵, 조계종 전 종정 서암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어떤 사람이 논두렁이든 앉아서 청정하면 스님이고 그 자리가 불교라고 했다. 말씀이 파격적이었다. 사고의 전환이다. 머문 자리가 절이고 법당이다. 이것이 대중운동이었다. 사람들 마음이 청정하면 수행자고 어디든지 앉으면 그곳이 절이니 법당을 따질 필요가 없다. 다음 30년은 불교 형식 가진 정토회와 불교 형식 없는 행복시민운동 두 가지 줄기를 확산시키려고 한다. 12월 4일 만일결사 회향식도 온라인 줌으로 한다.”
법륜 스님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뒷얘기는 모르겠다(웃음). 다음 세대가 알아서 할 일 있다. 우려하지 않게끔 각 분야에 리더십을 키우려고 했다. 불교대학은 사전학습이고 7명을 지도하는 진행자 2,500여 명이 있다. 단위별로 발심, 서원, 전법 등 행자들이 있다. 이미 법륜 스님이 아닌 대중이 주체로 선 결사이자 정토회이기에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등이 없다면) 저변 확대엔 타격이 있을 것 같다.”
만일결사로 힘들었던 적=“처음엔 사이비 취급했다. 조계종이냐 아니냐는 질문은 끊임없이 받았다. 결사에 동참하는 수행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정토회원을 자랑스럽게 말 못하고 움츠러들었다. 지금은 극복했다. 고민은 있다. 한국에서 정토회와 만일결사 실험은 가능성을 보였다. 확산이 과제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도 이런 방식이 통할까? 행복학교,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이 각 나라 정서에 맞을지 아직 모르겠다.”
사이비를 판별하는 법=“사이비는 없다고 생각한다. 불법행위는 있다. 남의 재산을 탕진하거나 탈취하거나. 사이비라는 것은 주류에서 벗어난 무엇이다. 그런 것은 다만 범법행위로 판단해야 한다. 역사 속 새로운 시도는 사이비라고 불리기에 십상이다.”
만일결사를 지속한 힘=“원(願)이다. 원 안에서 욕심내지 않고 안되면 방향을 생각하고 보완했다. 돌아보니 30년이다. 4개의 과제, 즉 방향이 중요했다.”
정토회 회원의 유입과 이탈=“한 과목당 50% 이상 출석, 불교대학은 전체 70% 이상 출석률이 나와야 졸업하는데, 입학생의 30%는 떨어진다. 졸업해도 다 경전대학 가는 게 아니다. 정토회원 됐다고 전법행자가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일반회원은 의무 조항이 없지만, 수행하고 보시하면서 봉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전법행자는 아침기도와 법회 참석, 연수, 보시, 봉사 모두 필수다. 정토회를 우호하는 사람은 많지만,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많진 않다. 여기서 왜 불교대학을 거쳐야 할까? 불교를 수행적 관점에서 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철학적, 기복적 관점이 아니라 자기 경험을 중심에 두고 정토회에 오도록 하는 것이다.”
스님 탓에 불자가 준다는 지적=“이렇게 얘기하면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을 듣겠지만, 스님이 있어서 불자가 늘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스님 탓에 불자가 줄어든다는 말은 스님을 따르는 불자가 원하는 만큼의 스님이 없다는 지적 아닌가? 부모 탓하는 거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용돈도 안 주는 부모를 탓하는 셈이다. 스님이 없어도 되는 불교 실험(만일결사)을 30년 했다. 굉장히 어려웠다.”
2차 만일결사에 거는 기대=“예술은 언어의 장벽을 넘는다. 우리의 방향이 언어 장벽을 넘어 한국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덜 괴롭게 사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법륜 스님은 앞으로 뭘 하실 거래?
법륜 스님은 두북공동체에 주로 있으면서 농사 짓고 즉문즉설 온라인 생중계하고 있어요. 정토회 차원에서는 일단 내년 초 인도로 성지순례를 가요. 매년 정토불교대학 졸업생들과 인도순례를 동행해왔는데, 코로나로 중단했어요. 이번엔 만일결사 회향도 겸해서 1,250명이 동시에 순례를 떠난다고 해요. 실무자 50명을 포함, 1200 제대 아라한의 숫자가 됐다네요. 다녀오면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계획이에요.
2차 만일결사 방향은 뭔데?
1차 만일결사에서 수행과 사회참여의 동행이 가능하다는 점, 지도자 한 명에 쏠리는 추종자의 모습이 아닌 부처님 법으로 모이는 공동체의 가능성, 자발적 보시와 봉사로 실천하는 환경보호와 구호, 평화운동을 확인했다고 해요. 2차 만일결사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큰 틀 안에서 논의 중이라고 해요. 1차 만일결사의 4개 과제 중 절대적 빈곤 퇴치를 상대적 빈곤 해소로 하느냐가 결정이 안 됐다네요.
이번 주 ‘불교 이슈 있수다’는 만일결사 회향을 앞둔 법륜 스님과 정토회 이야기를 해봤어요. 부처님 가르침을 중심에 두고 개인과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소개했어요. 참! 이번 주 ‘불교 이슈 있수다’로 연재가 끝나요. 아쉽고 보고 싶더라도 불광미디어와 불광출판사, 원더박스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에 늘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면서 1년여 연재를 회향할게요.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