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불교 이슈 있수다
1. 임인년 동안거 결제 돌입
2022년 임인년 겨울, 11월 8일부터 전국에 있는 100여 곳의 선원에서 약 2,000여 명의 스님들이 정진에 돌입해요. 3개월 동안 절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화두를 들고 앉는데요, 이게 바로 “안거 인나”하는 얼차려가 아니라 안거(安居)에요.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여름과 겨울, 선방에 앉을 자리를 펴다
선원에서 참선하는 스님, 그러니까 수좌스님들이 지난 주말 선원에 방부(房付, 선방에 안거를 청하거나 객승으로 남의 절에 가서 있기를 부탁하는 일)를 들였어요. 11월 8일부터 일제히 시작하는 동안거(冬安居) 때문이라네요.
동안거가 뭐야?
동안거는 말 그대로 겨울에 하는 안거에요. 안거는 절집에서 매년 두 번씩 빠짐없이 치르는 전통이에요. 매년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하는 여름의 안거, 하안거(夏安居) 그리고 매년 음력 10월 15일부터 1월 15일까지 하는 겨울의 안거 동안거가 있어요. 안거의 원어는 ‘바르시카(Varssika)’인데, 비[雨]를 뜻하는 ‘바르샤(Varsa)’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네요. 안거는 결제(結制)로 시작해서 3개월 후 해제(解制)로 끝나는데, 수좌스님들이 한곳에 모여 정진해요. 안거 기간에는 절 밖으로 안 나가고 수행에만 전념하고요.
안거는 왜 하는데?
율장의 하나인 『사분율』을 보면 불교에서 안거를 지키게 된 유래가 나와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있을 때, 제자 중 6명의 스님들이 우기에 탁발하다가 의복과 발우(음식을 탁발하는 식기)를 잃어버렸는데, 이때 미생물과 초목을 밟아 비난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부처님이 안거를 시작했고요. 인도의 여름은 우기(雨期)로서 땅 위에 벌레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시기에요. 안거에 외출 대신 수행정진하면 밖에 돌아다니면서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기 쉬운 살생을 피할 수 있어요.
그럼 우리나라도 여름에만 하면 되잖아
원래 인도에서의 안거는 여름의 하안거(夏安居)뿐이었어요. 동안거는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면서 생겼다네요. 중국에서는 추운 겨울에도 안거를 지킬 필요가 있었다고 해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고요. 한자문화권이자 불교가 전래된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하안거 동안거가 있어요.
안거 땐 뭐 하는데?
방부를 들인 절에 가서 일단 짐을 풀고, 안거 동안 역할을 정하는 용상방을 작성해요. 그리고 절에서 법을 상징하는 큰 어른, 방장 혹은 선원장 스님에게 법어를 듣고 각자 *화두를 들고 앉아 몇 시간씩 씨름해요. 보통 하루 10시간이 넘고, 학교 수업처럼 50분 정도 정진하고 10분 정도 뭉친 근육을 풀며 머리를 식히고, 다시 앉아요. 저녁공양 후에도 밤늦게까지 정진하는 스님도 많고요. 모두 부처님이 발견한 세상의 진리를 깨우쳐, 자신뿐 아니라 중생에게 그 가르침을 전하려는 거예요.
*화두(話頭) : 참선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참구(參究, 참선으로 진리를 찾음)하는 문제
용상방?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반에서 생활을 시작하죠? 그리고 반장, 부반장 등 반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 친구들이 생기는데, 용상방도 똑같아요. 안거 동안 스님들의 역할을 ‘대중공사’라는 회의로 정하는 거예요. 결정되면 선원에는 스님들의 법명과 역할을 적는 표가 붙는데, 그게 ‘용상방(龍象榜)’이에요.
역할이 궁금한데?
단체 생활에는 규칙과 역할이 필요해요.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래요. 규율을 총괄하는 유나(維那), 청규에 근거해 대중을 통솔하고 죽비를 치는 입승(入繩), 잘못을 찾아 시정하는 찰중(察衆), 의식을 집행하는 병법(秉法), 방을 정리하고 정돈하는 지전(知殿), 손님을 안내하는 지객(知客), 물을 관리하는 수두(水頭), 난방을 관리하는 화대(火臺), 화장실을 관리하는 정통(淨桶) 등이 있어요.
절에 여러 사람이 앉는 곳이 있어?
절에 가서 이곳저곳 둘러보면 “수행 중” 푯말이 붙은 문을 볼 수 있어요. 스님들이 정진하는 장소라는 설명이 붙기도 하는데, 현판을 보면 대부분 ‘OO禪院’이라고 쓰여 있어요. 이곳에서 좌복을 깔고 수좌스님들이 정진해요. 그래서 수행을 방해하지 말고 빙 둘러 가라는 뜻에서 안내문을 붙여 놓는 거예요. 가끔 절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무문관(無門關)이 있는 도량도 있어요.
무문관은 뭐 하는 곳인데?
대중방에서 함께 정진하지 않고, 사람 하나 들어가 앉거나 누울 작은 공간에서 정진하는 곳이에요. 독방에 들어가면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최소한의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고, 뜻을 세운 스님 몇 분만 들어가 폐관수행하는 곳이에요.
수좌 수좌하는데 수좌스님이 누구야?
수좌(首座)는 원래 방장이나 조실 다음으로 덕이 높은 스님으로, 자리 순서를 따져 앉을 때 맨 위에 앉는 자리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에요. 그러나 대개 절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스님이 아닌 참선 공부를 하는 스님을 뜻하고요. 이판사판(理判事判)이란 말 들어보셨죠? 요즘 어쩔 수 없는 지경을 뜻하는데, 이판과 사판을 합한 말이에요. 이판은 참선이나 경전 공부 등을 하는 스님을 뜻하고, 사판은 생산에 종사하고 절의 업무를 꾸리는 등 사무행정을 하는 스님을 말해요. 절에 가면 주지스님 주지스님 하는데, 주지스님이 바로 사판이에요.
아침저녁으로 부쩍 찬바람이 강해졌는데, 오늘이 입동이네요. 이번 주 ‘이슈 있수다’는 안거를 알아봤어요. 해마다 여름과 겨울이면 3개월씩 절에 틀어박혀 정진하는 기간 안거가 있는데, 그 의미와 유래를 알아봤어요. 다음에도 기억해야 할 이슈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