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이번 주 이슈 있수다
1. 여론 속의 여輿론論 동물권 인식조사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인구가 몇 명이나 될까요?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약 313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어요. 1인 가구를 4명으로 환산하면 1200만 명인데, 5,000만 인구 중 4분의 1이 반려동물과 사는 거예요. 그런데 말입니다. 동물권은 아시나요? 반려동물과 실험동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반려동물과 실험동물 바라보는 이중 잣대
치킨은 맛있어! 좁은 닭 케이지는 싫어!
한국리서치가 5월 3일 ‘여론 속의 여輿론論_동물권 인식조사’를 발행했어요.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에 따라 한국에서도 ‘동물권’ 도입 요구가 높아지고 관련 논의도 활발하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동물 학대가 끊이지 않는 현상에 따른 기획 *설문조사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치킨을 먹으면서 공장형 축산업으로 키워지는 닭을 걱정하는 이중 잣대가 나타났어요.
*지난 3월 25일~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동물권? 들어는 봤는데…
동물권(動物權, Animal rights)은 동물도 인간처럼 생명권이 있고, 고통을 피하고 학대 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에요. 1780년 제레미 벤담이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므로 사람처럼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을 먼저 한 부처님은 2500여 년 전에 태어났죠^^ 그런데 이번 설문조사에서 동물권을 조금이라도 안다는 응답이 33%에 그쳤어요. 절반 이상(51%)은 들어봤지만 잘 모르는 개념이라고 했다네요. 아예 들어본 적도 없다는 응답이 16%이고요. 그래도 동물에게도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는 인식(동의 79%)은 높았어요.
그렇지. 동물은 ‘물건’이 아니잖아
네, 맞아요. 그런데 법적으로는 ‘물건’이었고, 최근에야 바뀌었어.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으로 규정했어요. 법무부가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고려, 2021년 9월 민법 개정안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적 조황을 신설했고요. 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서도 사회적 인식이 잘 나타났는데 10명 중 7명이 이 조항이 ‘적절하다’라고 답했어요.
어디까지 ‘물건’ 아닌 동물일까?
이 부분에서 이중적인 잣대가 수치로 나왔어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에 해당하는 동물의 범위를 나눴거든요. 그러니까 ‘동물’의 범위는 79% 선택을 받은 반려동물이 가장 높고, 동물원에 있는 동물(49%), 길고양이나 비둘기 등 야생동물(41%), 농장동물(36%), 멧돼지나 고라니 등 숲·산 야생동물(35%), 실험동물(33%) 순서로 나왔어요. 인간과 접점이 많고 심리적으로 가까운 동물만 인간이 보호할 생명으로 여기는 거예요. 농장동물이나 실험동물은 반려동물의 절반도 안 되는 선택을 받았네요.
치킨을 먹으면서 케이지 속 닭을 걱정하기도 해
개인적인 가치관이 다른 거예요. 고기나 음식으로 취급하는 ‘치킨’은 사실 케이지 속에서 길러지는 닭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걱정해요. 그래도 ‘치느님’을 먹어야 하고, 아예 생각조차 안 하기도 하거든요. 이번 조사에서 농장동물과 실험동물 복지 수준 평가와 동물실험 의견도 비슷하게 나왔어요. 동물 학대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면서도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에게는 관대(?)했어요.
어떤 대답이 나왔는데?
농장동물 복지 수준이 ‘낮다’라고 답한 이들이 61%나 됐어요. 한국리서치는 “효율성, 경제성이라는 이름 아래 기계적으로 수행되는 행위들이 농장동물 복지를 저해시킨다는 의견이 높다”라고 봤어요. 그런데 실험동물 복지 수준이 ‘낮다’라는 의견은 절반을 넘지 않았어요(48%). 특히 이번 조사에서 학대라고 답했던 신체적 고통, 감금, 질병 방치 등 여러 행위가 동물실험에서는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10명 중 8명(78%) 정도라고 하네요.
불교에서는 동물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똑같은 생명으로 보고 있어요. 불교계 주간지 ‘법보신문’에서 <불교와 반려동물> 특집을 다룬 적이 있어요. 요약하자면 산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상생과 나와 다른 존재가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 사상에 따라 다른 존재의 고통을 이해하고 평안하게 해주려는 ‘공감’이라고 한다네요. 그리고 아무리 인간이었어도 악한 일을 반복하면 다음 생에 다른 존재로, 동물도 선한 일을 자주하면 다음 생엔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 업(業, karma)의 결과를 받기 때문이라네요.
경전에도 관련 내용이 많아?
주로 불살생계 관련 내용으로 동물도 인간과 똑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어요. 『중경찬잡비유경』에는 매를 피해 도망 온 한 마리 비둘기를 살리고자 목숨까지 바친 일화가 있는데, 생명의 무게는 모두 똑같다는 점을 강조한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에요. 몇 가지 문구들도 있는데 소개할게요. “모든 것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이 이치를 자기의 몸에 견주어 생명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법구경』) “그들을 내 몸과 비교해 보아라, 산 생명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 또 남을 시켜 죽이게 해서도 안 된다.”(『숫타니파타』)
동물권, 쉽지 않은 문제구나
네. 한국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분명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달라졌어요. 동물의 처우 개선 목소리도 높고요. 문제는 이 인식의 변화가 아직 반려동물 위주라는 사실이에요. 법은 바뀌었지만, 우리 인식에 동물은 아직 ‘물건’이라는 점은 돌이켜 볼 문제 같아요. 인간을 위해 실험을 견디는 동물이 필요하다는 인간 위주의 사고도 매우 높아요.
잊을만하면 구제역, AI 등 고기로 식탁에 올라야 하는 농장동물들의 전염병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살처분하는 동물도 많고요. 5월 5일 어린이날과 5월 8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동물권 관련 의미 있는 리서치가 나와 소개했습니다. 다음 주에도 알차고 한번 꼽씹을 만한 이슈를 들고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