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 전시된 ‘남산 부처님’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 경주 남산에서 옮겨진 ‘약사부처님’이 전시돼 있다. 일명 ‘삼릉골 석조약사여래좌상’이다. 경주 남산 부처님은 목이 절단돼 머리가 없거나, 몸이 훼손된 것이 많은데 온전한 모습을 갖춘 몇 안 되는 부처님이다. 서울에 경주 남산 부처님이 또 한 분 계시는데 일명 ‘청와대 부처님’이다. 이분들은 어쩌다 고향 경주를 떠나 서울로 오게 됐을까?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15년 9월, 경복궁에서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라는 박람회가 개최됐다. 병합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고, 5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개최된 박람회였다. 데라우치 총독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선언하기 위한 명분으로 ‘석굴암’ 전체를 경복궁으로 해체·이전하려고 했다. 

조선왕조의 상징인 경복궁이라는 공간에 불상을 안치함으로 조선왕조를 능멸하고, 일본과 조선의 동화 정책을 실시하고자 한 것이다. 무모한 계획은 좌절됐고, 석굴암 본존불을 대신해 선택된 부처님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안치된 부처님과 청와대 부처님이다. 약사부처님은 박람회 미술관 중앙홀에 전시됐다. 미술관을 들어서는 누구나 부처님을 관람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석굴암 본존불을 옮기지 못했지만, 주변 석조를 모사한 장식을 주변에 전시해 석굴암을 본떴다. 약사부처님은 경복궁 박물관 그 자리에 있다가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지면서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 

청와대 부처님은? 청와대가 총독부 관저였음을 상기하면, 청와대 부처님은 옛 총독부 관저에 모셔졌었다. 경주 이거사지(移車寺址)가 고향으로 추정되는데, 여러 이유로 곧 고향으로 가실 듯하다. 

국립경주박물관

1965년, 분황사 우물 속에서 좌불(坐佛) 13구, 보살상 1구, 다섯 점의 잘린 불두(佛頭) 등이 발견됐다. 조선시대, 유생들은 부처님의 머리를 잘라 우물 안에 버리고, 석탑을 무너뜨려 방치했다. 경주의 많은 부처님은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남산 여러 계곡에 모셔진 머리 잘린 부처님도 그렇게 수백 년 시절을 보냈다. 많은 불교 유적이 국립경주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머리 잘린 불두, 탑과 부재들이 그곳에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다음으로 크고 유물이 많다.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그곳에는 신라의 역사와 불교가 보존돼 있다. 남산을 떠난 부처님 중 가장 유명한 분이 ‘삼화령 석조삼존불(石造三尊佛)’이다. 미륵부처님과 협시보살 두 분이 1,500년 동안 남산에 있다가 근래 경주박물관으로 이전했다. 
야외에 모셔진 철와골 불두는 높이가 1.5m다. 머리가 그 정도이니 온전했으면 얼마나 큰 부처님이었을까? 20세기 중반, 큰 태풍이 지나간 후 땅속에 묻혔던 부처님 머리가 세상에 드러났다. 얼마나 오랜 시절을 햇빛에 차단된 채, 묻혀있었을까? 부처님의 몸체는 어느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왕정골 부처님과 승소골 3층 석탑도 남산을 떠나 경주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남산의 가치를 보여주는 ‘남산신성비’도 꼭 관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