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불교 이슈 있수다
1. 국립부여박물관 특별전시
2. 호주로 간 창령사터 오백나한
3. 간송미술관 국보 성보 2점 경매
이번 주는 백제, 돌, 창령사, 오백나한, 국보를 키워드로 몇 가지 이슈를 갖고 왔어요. 예경의 대상, 성보(聖寶)를 주제로 몇 가지 뜻깊은 전시와 뜻밖의(?) 경매 소식이에요. 국립부여박물관은 백제인이 돌을 다스려서 만든 불상과 탑을 주제로 특별전을 열고, 창령사터 오백나한은 호주로 나들이를 떠났어요. 간송미술관이 운영 부담으로 국보이자 성보 2점을 경매로 내놨다고 하네요.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돌을 다스리는 백제인
돌을 예술로 만든 백제 장인
국립부여박물관(관장 윤형원)과 사비고고학연구회(회장 정훈진)가 5월 8일까지 특별전 <백제인, 돌을 다스리다>를 열고 있어요. 이번 전시는 사비 백제 브랜드 활성을 위해 마련한 특별전인데, ‘백제인들이 돌을 어떻게 다루었나’를 주제로 석조 테크놀로지를 조명해요.
어떻게 예술로 만들었다는 거야?
전시회 구성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돌을) 조각하다, 조립하다, 다스리다 등 총 3개 테마로 전시회를 구성했어요. ‘조각하다’에서는 백제권의 풍부한 돌 산지 정보와 돌을 가공한 도구, 백제의 생활에서 사용한 다양한 돌 조각품을 전시했고요. 백제인의 손에서 탄생한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볼 수 있어요. ‘조립하다’에서는 돌과 돌을 결구(結構, 얽거나 짜서 만듦)하는 데 쓴 장치를 소개해요. 작은 돌 하나하나가 모여 세계유산인 부여 나성(羅城)을 비롯한 백제 주요 유적을 만들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특히 이 코너에서는 도수관(導水管, 물 끌어오는 장치)과 부여 나성 출토 명문(銘文) 성돌들이 처음 공개돼요.
불교랑 무슨 상관인데?
백제는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어요. 2021년 7월호로 월간 「불광」이 깊이 다룬 주제(쓸쓸하고 찬란한, 잃어버린 왕국) 이기도 해요. 백제불교의 미(美)부터 부처님 나라로서 백제, 백제에 율을 전한 구법승 겸익, 백제의 미소, 삼국유사 속 백제인, 대지에 잠든 불국정토의 꿈, 백제승이 서쪽에서 온 까닭, 천오백 년 이어온 백제 장인 정신 등 ‘드높고 은미한 이름, 백제 불교'를 만날 수 있어요.
아무튼, 이번 전시 바로 3번째 테마 ‘다스리다’가 불교와 밀접해요. 돌로 만들어진 불상(佛像)과 탑(塔) 두 가지 주제를 다루거든요. 돌로 빚은 신심, 불상이 완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여 군수리 석조여래좌상’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국립부여박물관 야외 정원에서 전시하던 부여 구아리 출토 심초석, 탑 조성에서 보이는 사리장엄구 형태와 위치 변화를 볼 수 있다네요. 목탑(木塔)에서 석탑(石塔)으로 변하는 기술의 발전 과정이 영상으로 나와요.
눈에 띄는 작품은 뭐야?
여기서 주목! 하나의 큰 바위 4면에 불상을 새긴 ‘예산 화전리 석조사면불상’을 원형으로 재현했어요. 예산군 화전리에 남아 있는 불상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발굴해 깨진 상태로 보관 중이던 불두(佛頭, 부처님 머리) 편 등을 접합해서 현대 기술 3D 스캔과 프린팅 작업으로 되살렸다고 해요!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조영훈 교수팀이 이번 프로젝트를 완성했어요.
두 번째 이슈 있수다 : 해외 첫 나들이 창령사 터 오백나한
호주 시드니로 간 오백나한
영월 창령사 터에서 나오신 오백나한이 처음으로 해외로 나갔어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에서 한국과 호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 전시에요. 시드니 파워하우스박물관에서 5월 15일까지 전시회가 열려요.
와! 어떻게 이번 전시가 가능했어?
국립춘천박물관이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을 빌려줬어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시드니한국문화원, 호주 외교부 산하 호한재단이 후원했고요. 이번 전시는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의 첫 해외 전시이자, 코로나19로 장기간 폐쇄했던 파워하우스박물관의 첫 특별전이라네요.
나한이 누구였지?
부처님을 닮아 최고 성자 경지에 오른 초기불교 수행자들을 부르는 이름이에요. 아라한이라고 하죠. 제자들 가운데 도달한 경지를 말하는 단계가 있어요.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이렇게 있는데 아라한은 최고 경지인셈이죠. 대승불교로 넘어모면서 아라한의 지위가 보살의 등급으로 편입되고, 나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세속과 성스러움을 있는 영원한 성자인 셈이죠('해야 할 바를 다 이룬 사람').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이 누구였더라?
2001~2002년 강원도 창령사 옛 절터에서 발굴된 석조상이에요. 기도처를 찾아다니던 김병호·강남순 부부가 처음 발견했고요. 부부는 그 터에 절을 짓고 오백나한 중 몇 분을 모시고 기도를 하고 있어요(‘나한을 되살린 불심’). 국립춘천박물관이 복구했고, 2018년에 국립춘천박물관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전시를 열어 엄청난 호응을 받았어요. 소셜미디어에서 자신과 닮은 익살스러운 나한상 찾기가 유행이 될 정도였어요. 왜 그럴까요? 2021년 9월 특집 월간 「불광」 에 실린 이진경 교수의 ‘우리 얼굴로 다시 태어난 나한’을 읽어보시면 알아요.
세 번째 이슈 있수다 : 경매로 나온 국보 2점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성보들
*간송미술관이 최근 삼국시대 유물인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과 고려시대 유물인 ‘금동삼존불감’ 등 국보인 불교 성보 2점을 경매에 내놨어요. 케이옥션에는 메이저 경매 물품으로 올라온 상태에요.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32억~45억 원, ‘금동삼존불감’은 28억~40억 원으로 추정가가 책정됐어요(연합뉴스).
*간송미술관 :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일제강점기인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국내 첫 사립미술관 보화각 설립. 반세기 동안 우리 문화유산 보존과 연구 노력.
국보를 사고 팔 수가 있어?
네. 경매에 내놓을 수도 있고, 사고팔 수도 있어요.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도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면 ‘소유자 변경신고’를 하면 거래할 수 있어요. 단! 조건이 있어요. ‘국외로 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네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보나 보물을 취득한 뒤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하고, 해외로 반출하거나 판매하면 안 돼요. 이번 경매는 1월 27일 열린다네요.
왜 경매에 내놓은 거야?
1월 14일 발표한 간송미술재단 입장문을 보면 간송미술관은 2020년 5월에 ‘금동여래입상(보물 제284호)’, ‘금동보살입상(보물 제285호)’ 등 2점을 케이옥션에서 경매를 진행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들였고요. 간송미술재단은 대중적인 전시와 문화 사업을 병행하면서 발생한 많은 운영비로 재정적인 압박이 커졌다고 해요.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 활동이 위축된 것도 운영 부담을 가중했다네요. 불가피하게 불교 관련 유물을 매각하고 간송미술관을 상징해온 서화와 도자 그리고 전적에 더 집중한다고 하네요.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자 매각을 다시 진행한다고 밝혔어요.
경매에 나온 국보 2점이 뭐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중앙의 본존불과 양쪽 협시보살이 하나의 광배를 공유하는 일광삼존불(一光三尊佛) 양식의 불상이에요. 중국에서 발원해서 6세기 동아시아를 아우르며 크게 유행했고요. 이 불상에는 광배 뒷면에 명문을 보면 보화라는 사람이 돌아가신 아버지 조씨를 위해 조성했다는 사실(癸未十一月丁日寶華爲亡父趙貴人造.)을 알 수 있어요. 크기는 높이 17.7cm예요.
‘금동삼존불감’은 사찰 내부에 조성된 불전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성보예요. 대체로 원불(願佛)이라고 해서 개인이 사찰 밖에서 예불을 드리고자 할 때 모셔두곤 했어요. 허리가 길고 차체가 짧은 본존불 모습이지만 옷주름 형태와 보살의 보관이나 목걸이에서 북송이나 용의 불상 양식 영향이 일부 드러나서 학계에서는 북방 계통의 영향을 받은 11~12세기 작품으로 추정한다고 해요. 크기는 전체 높이 18cm, 본존불 높이 10cm이고요.
이번 수다에서는 성보를 주요 이슈로 다뤄봤어요. 뜻깊은 전시도 있지만, 안타깝게 경매로 나온 성보도 있었어요. 조상의 얼과 정신이 담긴 문화재이자 예경의 대상인 성보가 소중하게 여겨지길 바라면서, 다음 주에도 꼭 한번 곱씹을 만한 이슈로 수다를 떨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