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있수다
1. 호랑이와 불교의 연결고리
2. 2022년 불교 체크리스트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2020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노래가 있었죠? 바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노랫말이에요. 알다시피 2022년은 임인년, 그러니까 ‘검은 호랑이의 해’인데요, 불교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아봤어요. 올해 불교계의 굵직굵직한 이슈도 알려드려요.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용맹과 지혜로 삿됨 물리치다
친숙한 동물, 호랑이

사자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아주 친숙한 동물이에요.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친숙해서 민간에서는 호랑이 관련 설화와 기록이 많다고 해요. 구술과 기록을 대표하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는 1,000건이, 『조선왕조실록』에는 700건 이상 관련 기록이 수록돼 있다네요.(법보신문)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도 호랑이로 디자인됐어요.

호랑이는 영물로 더 유명해
맞아요. 공포의 상징은 때때로 잡귀를 물리치는 영물의 지위를 얻곤 해요. 영물인 호랑이는 액을 물리고 복을 부르는 존재로, 매년 정초에 궁궐은 물론 민가에서는 대문에 호랑이 그림을 붙이기도 했어요. 각종 민화와 전설, 구전 설화에 호랑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래서 명나라와 청나라에서는 조선을 ‘호담국(虎談國)’으로 불렀다네요.(현대불교)

그럼 불교에서 호랑이는?
부처님 가르침[佛法]을 수호하는 상징이자 장수, 호법신장(護法神將)으로 보고 있어요. 용맹함과 지혜를 상징하는 영물이니 부처님 가르침을 지킬 상징으로 등장하는 거예요. 혹은 치열하게 수행해서 깨달음을 이룬 큰스님들이 중생을 지혜와 자비로 대하는 모습에서 당대의 큰스님, 즉 선지식을 호랑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 ‘가지산 호랑이’ 인홍 스님, ‘오대산 호랑이’ 탄허 스님, ‘조계산 호랑이’ 활안 스님….

사찰에서 호랑이를 보겠네?
주로 산신을 모신 건물, 산신각과 나한을 모신 나한전 혹은 응진전에서 볼 수 있어요. 산신을 표현한 그림인 산신도, 나한을 그린 나한도에 산신과 함께 호랑이를 그렸어요. 불교, 유교, 도교 등 외래 종교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한국의 토착 신앙은 주로 천신(天神), 산신(山神), 수신(水神)이었어요. 월간 「불광」 통권 566호 특집 ‘절에 오신 손님, 산신山神’에 실린 글 ‘한국 고대 산신신앙’에서 *최광식 필자는 『삼국유사』 기록에서 불보살과 함께 모셨다는 사실은 물론 산신과 불보살이 서로 돕는 모습을 설명했어요. 토착 신앙인 천신과 산신이 외래 신앙인 불교와 갈등을 벌였다가 차츰 융화됐다는 거예요. 오랜 사찰의 가람 배치를 보면 대웅전 뒤에 산신각이 있는데, 토착 신앙 관점에서 보면 산신각이 뒤로 밀린 게 아니라 대웅전 위쪽에 자리 잡은 거라네요.

*최광식 : 고려대 명예교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문화재청 청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역임. 저서로 『한국 고대의 토착신앙과 불교』, 『한국 고대의 국가와 제사』, 『읽기 쉬운 삼국유사』 등이 있음.

그림 몇 점 볼 수 있을까?
산신도부터 몇 점을 나열하자면, 합천 해인사 산신도, 미국인 칼 스트롬 소장 산신도, 여수 은적사 산신도, 순천 송광사 산신도, 남원 실상사 약수암 산신도 등이 있어요. 월간 「불광」 통권 566호 특집 ‘절에 오신 손님, 산신山神’에 실린 글 ‘산신령, 호랑이와 함께 법당으로 들어오다’에서 *윤열수 필자는 산신도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렇게 설명했어요. “산신령 개념 가운데 기호산신(騎虎山神, 호랑이를 탄 산신)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실제 현재 전국 사찰 산신도에서 산신이 호랑이를 타고 있는 그림은 몇 점에 불과하다.”

*윤열수 :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 문학박사. 가회민화박물관 관장과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민학회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한국민화학회 회장 역임.

나한도는 안 보여줘?
월간 「불광」 통권 563호 특집 ‘익살과 근엄 사이, 나한’에 실린 ‘나한도·나한상 깊이 읽기’에 글을 쓴 *신광희 필자의 글을 참고할까 해요. 나한이 호랑이를 옆에 끼고 앉아 있거나 여의주로 용을 부리는 모습이 매우 많은데, 나한의 신통력과 관련이 있다네요. 여러 경전과 고승들 이야기에 호랑이가 일으킨 재난이 많았는데, 나한이 복종시키거나 귀의를 시켰다고 해요. 때론 호랑이가 부처님 가르침을 구하는 여정에 동행하면서 스님들을 지키는 모습으로 등장한다네요.

*신광희 : 중앙승가대 불교학연구원 연구교수.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의 나한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의 나한도』를 집필, 그 외 20여 편의 나한 관련 논문을 씀.

두 번째 이슈 있수다 : 올해 불교의 키워드는?
2022년에는 어떤 일들이?

임인년 대한민국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어요. 3월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6월에는 전국지방선거가 있어요. 국제적인 체육행사인 베이징 동계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타르 월드컵이 있어요. 그럼 불교계에는 어떤 키워드(현대불교)가 있을까요?

불교도 선거가 많아
불교도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요. 조계종이라는 종단의 행정수반, 제37대 총무원장 선거가 9월 1일이에요. 국회의원으로 볼 수 있는 조계종 제18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도 10월 13일 예정돼 있고요. 행정수반과 법을 만드는 종회의원들을 다시 뽑는 거예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볼 수 있는 교구본사 주지선거도 있어요. 은해사를 비롯해 용주사(8월 임기 만료), 불국사(10월 임기 만료), 직지사(2023년 1월 임기 만료)가 새로운 주지스님을 선출할 것 같아요.

숫자 키워드 120, 60, 40, 20, 10
올해는 불교의 여러 단체에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에요. 진각종은 종조 회당 대종사 탄신 120주년을 맞았고, 조계종은 통합종단 출범 60주년이 됐어요. 한일불교문화교류협회는 6월 한일불교교류 40년에 준하는 ‘제40차 교류대회’를 김제 금산사에서 연다고 해요.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린 템플스테이는 올해가 운영 20주년이에요. 한국 비구니스님들이 결집한 공간인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도 개관 20주년이 됐네요. 사회 각처에서 노동, 인권, 생명 활동을 전개하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불교스카우트연맹도 출범 10주년을 맞이했어요.

그중에서도 뭘 눈여겨볼까?
손에 꼽기 어렵네요. 한국 사회와 연관시킨다는 전제를 둔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어요. 일본에 잠든 강제동원희생자 유골을 한국에 모셔오려는 논의를 시작하려는 한일불교문화교류협회, 차별금지법 제정 인식 제고에 애써온 사회노동위원회,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산사의 하룻밤 템플스테이의 올해 계획은 눈여겨볼 만하네요.

이번 수다에서는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 새해를 맞아 호랑이 이야기와 올 한해 주목해야 할 불교계 키워드를 살펴봤어요. 산사에 들어온 호랑이와 불교계의 굵은 이슈를 기억해주시길 바라면서, 다음 주에도 흥미로운 이슈로 수다를 떨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