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역자 |
현경·이미령‧옥복연‧민순의‧김신명숙‧효록 스님‧유근자‧김성순‧김영란 지음 |
정가 | 23,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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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5-01-06 | 분야 | 종교(불교) |
책정보 |
신국판(148×225mm)|384쪽|무선 | ISBN 979-11-7261-122-4(03220) |
당당하고 싶은 여성들이 꼭 읽어야 할 불교 교양서!
2,600여 년 동안 붓다에게 금지됐던 성과 사랑 그리고 여성들….
금기를 깨고 불교 섹슈얼리티로 재탄생한 붓다와 여성들의 이야기!
“아내와 아들을 두고 출가한 붓다는 정말 무책임한 가장이었을까?”
“여성들의 출가를 반대했던 붓다는 반(反)페미니스트였을까?”
“마녀, 악마, 왕비, 관음, 여신은 어떻게 불교 속에 들어왔을까?”
2,600여 년 전, 깨달음을 발견한 붓다를 향한 발칙한(?) 질문들이다. 우리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기독교 신학자, 여신 연구자, 상담가, 페미니스트, 스님, 경전이야기꾼 등 9명의 필자가 솔직한 고백, 역사, 전설, 문학, 미술 속에서 답을 찾아간다. 『붓다, 성과 사랑을 말하다』이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는 없었다. 이 책은 붓다에게 금지됐던 성과 사랑 그리고 여성들에 대해 ‘결’이 다른 이야기로 접근하면서 달라진 ‘격’을 발견한다. ‘마녀’, ‘이단’이라고 손가락질받다 불교를 만나 영성을 찾은 기독교 해방신학자, 32가지 몸짓으로 유혹하던 악마의 세 딸, 정치적 입지를 위해 붓다를 택한 조선 왕실의 왕비, 목욕한 물로 수행자를 깨닫게 만든 관음보살, 붓다를 잉태할 만큼 고결했던 붓다의 어머니 마야, 자신과 결혼할 배우자에게 당당하게 어필한 붓다의 아내 야소다라, 붓다의 깨달음을 증명한 땅의 여신…. 붓다의 역사 속에 무궁무진한 성과 사랑 그리고 여성에 관한 9개의 색다른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우리는 이 책에서 불교가 제도화된 종교가 아니라 자신과의 만남을 통해 더 성숙하도록 돕는 종교라는 사실과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사랑과 결혼에 관한 붓다의 가르침을 만날 수 있다. 또 불교가 탄압받던 조선시대에서 대비와 사대부 여성들이 어떻게, 왜, 불교를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으며, LGBTQ+(성소수자)에 관한 붓다의 생각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여성의 생리혈이 가부장 사회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으며, 티베트 불교에서 여성 수행자들의 깨달음을 향한 여정은 막막한 우리 삶에 한 줄기 빛을 비춰준다. 또 남성이던 관세음보살이 한·중·일 삼국과 서양에서 어떻게 여신이 됐는지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9개의 색다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상상 그 이상의 새로운 불교를 만나게 된다. 남자들은 평생 생각해보지도 못할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고, 여자들은 입 안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당당하게 꺼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불교가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 종교라는 생각을 바꾸고, 성별을 떠나 모든 존재가 평등하고 존중받을 권리를 전하는 종교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지은이: 현경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의 아시아계 최초 여성 종신교수. 기독교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불교 신학자이다. 신학적 예술가, 여성해방신학자, 환경운동가, 평화운동가, 문화통역사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린다. 저서로는 8개 국어로 번역된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 2』, 『미래에서 온 편지』 등이 있다.
지은이: 이미령
북칼럼니스트이자 경전이야기꾼. BBS불교방송 <경전의 숲을 거닐다>,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와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을 진행했다. 현재 다양한 불교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불교교양대학에서 ‘부처님 생애와 불교 기본교리’ 등 강의를 하고 있다. 『숲속 성자들』, 『이미령의 명작산책』,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지은이: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이자 사)불교아카데미 원장, 성평등불교연대 공동대표. 미국 코네티컷주립대학에서 여성학 석사를, 서울대에서 여성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논문으로 「불교경전에 나타난 여성혐오적 교리의 재해석」 등이 있으며, 공저로는 『붓다에게는 어머니가 있었다』,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불교와 섹슈얼리티』 등이 있다.
지은이: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이자 『불교평론』 연구위원. 서울대에서 「조선 전기 도첩제도(度牒制度)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객원연구원,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박사후 국내연수 전문연구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논문으로 「불교를 통한 허스토리(herstory) 복구의 일례: 조선시대 왕실의 불교 신앙을 중심으로」 등이 있으며, 공저로는 『한국의 과학과 종교』 등이 있다.
지은이: 김신명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이자 여신 연구자. 가부장제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적 신성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신념으로 여신학(Goddess Studies) 분야를 홀로 개척하는 연구자이자 대학강사이다. 2013년 국내 최초의 여신학 박사 학위 논문을 썼다. 저서로 『여성관음의 탄생』, 『여신을 찾아서』 등이 있으며 공저로 『붓다에게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 삶이 내게 왔다』 등이 있다.
지은이: 효록 스님
다르마 심리상담명상센터 센터장.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상담학과 초빙교수이자 한국상담심리학회 1급 수퍼바이저, 인도 O&O 아카데미 트렌스포머 및 트레이너이다. 김천 청암사로 출가해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자아초월상담학 박사 학위를 받고, 상담심리전문가로 활동하며 불자성소수자법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논문으로는 「팔리어 율장에 등장하는 성소수자의 수행생활」 등이, 저서로는 『스님의 그림자』, 공저로 『#성소수자_LGBT(Q)』 등이 있다.
지은이: 유근자
국립순천대학교 남도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동국대에서 미술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인천광역시·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간다라 불전 미술과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 기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 기록 연구』, 조선시대 왕실발원 불상의 연구』가 있으며, 공저로는 간다라에서 만난 부처』가 있다.
지은이: 김성순
전남대 연구교수.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금강대 HK연구교수, 한국전통문화대 강사, 동국대 강사를 지냈다. 전라북도 국가무형유산위원회 위원, 세종시 국가무형유산위원회 위원, 대한불교조계종 성보보존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주로 동아시아불교의례문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논문으로 「물질다라니와 발원문을 통해 보는 한국불교의 정토신앙」 외 다수가, 저서로는 『동아시아 염불결사 연구』, 『불교문헌 속의 지옥과 아귀, 그리고 구제의식』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지은이: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 20년 이상 성평등을 지향하며 성폭력·성매매 피해 청소년 및 여성들을 위한 상담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10여 년 전 티베트 불교와 인연되어 달라이 라마에게 뗀진 셰랍이라는 불명을 받았다. 현재 ‘마하젠타’에서 수행 중이며 공저로는 『사람은 사는대로 죽는다』, 공역으로는 『다키니 파워』가 있다.
머리말
1부. 붓다에게 성과 사랑을 묻다
1. 영성으로 만나는 ‘내 안의 나’
2. 붓다에게 사랑과 결혼을 묻다
3. 불교, 페미니즘과 만나다
2부. 한국 불교에서 여성을 말하다
4. 조선 전기 왕실과 사대부 여성들의 삶과 불교
5. 한국 여성관음과 서구 여신관음
6. 붓다. LGBTQ+(성소수자)를 말하다
3부. 불교사에서 여성을 만나다
7. 간다라 불전 미술 속 여성들
8. 동아시아의 『혈분경』 사상을 통해 보는 여성관
9. 티베트 불교의 뛰어난 여성 수행자, 그 깨달음의 여정
참고문헌
목욕물로 수행자를 깨닫게 한 관음,
붓다의 깨달음을 증명한 땅의 여신,
정치적 입지를 위해 붓다를 택한 왕비…
‘결’이 다른 이야기로
‘격’이 달라진
붓다의 역사 속 색다른 여성들을 만나다!
‘마녀’라고 손가락질받다 영성을 찾은 기독교 신학자, 32가지 몸짓으로 유혹하던 악마의 세 딸, 정치적 입지를 위해 붓다를 택한 왕비, 목욕물로 수행자를 깨닫게 만든 관음, 붓다의 깨달음을 증명한 땅의 여신, 생리혈이 더럽다는 분위기를 견뎌야 했던 여성들, 온갖 역경에도 붓다에게 향한 티베트 여성들, 그리고 수행 공동체로 받아들여졌던 성소수자들….
‘결’이 다른 이야기로 ‘격’이 달라진 붓다의 역사 속 색다른 여성들이 온다! 붓다와 늘 함께였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이 전설로, 역사로, 문학으로, 미술로 그리고 솔직한 고백으로 드디어 우리 앞에 등장했다.
붓다가 깨닫기 전의 인생, 즉 싯다르타는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뤘으며 아내 야소다라의 연인이자 남편이며 아들 라훌라의 아버지였다. 그렇다면 아내와 아들을 두고 출가한 싯다르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붙잡지 못했던 아내 야소다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붓다가 된 후는 달랐을까? 모든 존재는 하늘 아래 존엄하고 평등하다고 가르친 붓다가 어머니 대신 자신을 키운 이모의 출가를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붓다는 신체 구조와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을 수행 공동체로 받아들였을까?
이 모든 질문은 『붓다, 성과 사랑을 말하다』로 수렴된다. 이 책은 불교 내 다양한 젠더 이슈를 불교페미니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재해석하고자 2024년에 진행된 ‘불교와 젠더강좌’ 내용을 선별해 묶었다. ‘붓다의 성과 사랑 이야기’라는 강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현대인의 삶 속에 나타나는 성, 사랑, 구원 등 실존적 고민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붓다의 가르침 속에서 찾는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붓다와 여성들을 재발견한다. 1부에서 성과 사랑에 관한 붓다의 가르침을 만나보고, 2부에서는 한국 불교에서 여성의 역할을 살펴보며, 3부에서는 불교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경전이나 자서전, 미술 안에서 찾는다.
이 책은 붓다의 깨달음에만 몰입했던 우리에게 낯설지만 흥미로운 재미로 다가온다. 깨달음을 증명한 존재가 땅의 여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왕과 사대부 남성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왕비와 여성들이 정치적 입지 등을 위해 붓다를 선택한 사실도 우리는 몰랐다. 생명 잉태를 상징하는 생리혈이 부정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고, 남성이던 관음이 어느 순간 여신으로 받아들여지는 흐름이 생겼다는 것도 우리는 알지 못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남성 중심적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 『삼국유사』의 ‘남백월이성노힐부득달달박박’ 조에 등장하는 관음 이야기에서 우리는 참신한 해석을 마주한다. 계율에 집착하는 달달박박과 대승적 자비를 베푼 노힐부득 이야기에는 숨겨진 이면이 존재했던 것. 이 설화에서 깨달음은 출산의 신성한 피가 섞인 목욕물로 목욕을 하느냐 마느냐에 달렸고, 해산한 낭자(관음)이 씻은 물로 목욕한 부득이 성불하자 뒤늦게 그 물에 들어간 박박도 부득처럼 성불한다. 그 낭자는 관음이었으며, 목욕통은 자궁의 상징이었고, 부득과 박박은 자궁에 들어가 붓다로 재탄생한 셈이다.
기독교 신학자‧여신 연구자‧경전이야기꾼‧스님이 전하는
붓다와 여성을 바라보는 색다른 이야기!
9개의 색다른 이야기는 기독교 해방신학자, 여신 연구자, 상담가, 경전이야기꾼, 스님, 페미니스트 등 각 분야 9명의 필자들이 다채로운 관점에서 풀어냈다.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의 아시아계 최초 여성 종신교수이자 해방신학자 현경을 비롯해 북칼럼니스트이자 경전이야기꾼 이미령,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 옥복연, 여신학 개척자 김신명숙, 성소수자 법회 지도법사 효록 스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글쓰기는 새롭고 신선하다.
현경은 ‘마녀’, ‘이단’이라는 비난 속에도 자신의 진정한 영성을 불교에서 찾았고, 이미령은 경전 속 이야기에서 붓다에게 결혼과 사랑을 질문하고 답을 유추한다. 불교페미니스트 개척 중인 옥복연은 불교의 서사에서 불교페미니스트 관점의 새로운 가능성을 말하며, ‘국내 1호 여신학 박사’ 김신명숙은 여신으로 변모하는 관음의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냈고, 효록 스님은 성적 취향이나 신체적 구조가 다른 사람들을 수용한 붓다의 견해를 자세히 고찰한다. 이처럼 각 분야의 9명의 필자는 낯설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친근하게 풀어가며 새로운 불교로 안내한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불보살과 붓다에게 기도하고 수행하면서 불교를 ‘자비의 종교’, ‘깨달음의 종교’로만 알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어쩌면 외면해왔을지도 모르는 불교 섹슈얼리티를 재발견하고, 우리를 불교의 본질로 이끈다.
맞다. 『붓다, 성과 사랑을 말하다』는 붓다의 역사 속에 감춰진 색다른 여성들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숭산 스님이 얘기를 들으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는 불교의 자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모든 걸 받아주고 참아주는 게 불교의 자비가 아니다. 문수보살이 진리의 칼을 들어서 이 망상을 딱 깨버리는 그것도 자비다. 남편의 망상을 끊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가장 큰 자비일 수 있다.”
그동안 만났던 종교 지도자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냉정하게 끊는 게 가장 큰 자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숭산 스님의 가르침은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힌 나를 일깨웠다.
〈영성으로 만나는 ‘내 안의 나’〉 중에서
사랑에 빠질 때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 사람이 없으면 나는 못 삽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 말은 이렇게 변하곤 한다.
“그 사람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연인에서 원수가 되고, 원수도 ‘웬수’가 되어서 눈을 흘기며 인생을 살 것인지, 그렇지 않고 왜 상대방을 ‘웬수’로 여기게 되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이런 관계를 통해 내 자신이 성숙해질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어쩌면 사랑과 결혼이 우리에게는 수행도량이요, 연인(혹은 배우자)은 평생 나를 정서적으로 성숙시켜줄 도반일지도 모른다.
- 〈붓다에게 사랑과 결혼을 묻다〉 중에
그녀는 원조 알파걸(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엘리트 여성)로, 어릴 때부터 너무나도 총명하고 아름다워서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다고 한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는 구혼자가 너무 많이 몰려들어서, 태자인 싯다르타도 수많은 구혼자들과 문무(文武) 대결을 해야 했다. 결국 야소다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은 싯다르타와 혼인했는데, 결혼식을 치른 후에 궁궐에 들어올 때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가려야 할 이유가 없다며 얼굴을 덮은 휘장을 벗어버릴 정도로 당당한 여성이었고, 결혼으로 집을 떠나는 그녀를 수백 명의 백성들이 따라가 이사할 정도로 신망받는 여성이었다.
- 〈불교, 페미니즘과 만나다〉 중에서
조선시대의 여성 특히 신분이 높은 여성들은 의지할 남성을 잃었을 때 출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여성의 출가가 오로지 그러한 계기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며, 또 그러한 계기에 의한 출가였다 할지라도 출가 여성을 정치적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만 조명할 일도 아닐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인물이 유자환(柳子煥, ?~1467)의 부인 윤씨이다. 『실록』의 ‘유자환의 졸기’에 따르면 윤씨는 “유자환이 살아 있을 때부터 비구니들과 은근히 교류하였고[潛結尼僧], (유자환이) 죽자 … 발인하는 날 저녁에 몰래 도망하여 가지 않고, 마침내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어 여러 산을 두루 돌아다니며 여러 승려들[僧]을 면대(面對)하여 경(經)을 받거나 유숙(留宿)하였다”라고 한다.
윤씨 또한 여성에게 점차 보수화되어가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고위직 관리의 딸인 사족 출신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불성실을 관대히 용인하지만은 않았던 성정의 여성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강인한 윤씨의 성정이 결혼생활의 불우함을 종교적 교류와 활동으로 극복하게 하였고, 남편의 사후에는 타인의 판단이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출가를 결정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조선 전기 왕실과 사대부 여성들의 삶과 불교〉 중에서
원효가 처음 만났던 벼 베던 여인은 곡신일 것이다. 그런데 원효와 그녀의 만남에서는 성적인 낌새가 풍긴다. 서로 간에 희롱했다는 표현이 그렇다. 그런데 여인은 원효의 성적인 접근을 거부한다. 이유는 “벼가 영글지 않았기[稻荒]” 때문이다. 무슨 뜻일까? 그녀는 출가승인 원효의 불임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영글지 않은 벼는 볍씨로 쓸 수 없다. 즉 생산력이 없는 것이다. 출가한 승려는 성생활을 계율로 금지하니 영글지 않은 벼와 마찬가지다. 그러니 공연히 수작 걸지 말라는 조롱이다.
머쓱해진 원효가 길을 더 가다가 다리 밑에서 만난 여인은 출산의 여신으로 보인다. 월경수건은 출산능력을 표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효는 그녀가 떠준 피가 섞인 물을 버렸다. 그리고 파랑새에게 “불성을 깨닫지 못한 중”이란 호된 비난을 들은 것이다. 왜일까?
〈한국 여성관음과 서구 여신관음〉 중에서
붓다는 태생에 따라서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음부, 즉 성기나 성적 교섭의 방식에서도 차별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있어서 구별은 단지 ‘명칭’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팔리어 경전에 등장하는 성소수자에 대해 연구하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붓다는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존중했다는 점이다.
〈붓다. LGBTQ+(성소수자)를 말하다〉 중에서
부정과 신성은 절대불변의 영역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로서, 도깨비굿에서는 여성의 피묻은 속곳이 병액을 쫓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벽사(辟邪) 능력’을 지니고 있다. 도깨비가 여성의 생리혈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피 묻은 속곳을 장대에 걸고 여성들만 참여하는 굿을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 피의 힘을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부정과 신성의 양면성을 가진 여성의 피는 일상적 세계에서는 금기였으나, 여성 주도의 비일상적 세계가 열렸을 때 신성을 획득한다. 역병이라는 재난을 극복하려는 제의의 현장에서 신성한 힘과 금기된 오염은 상호간 가치의 전복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혈분경』 사상을 통해 보는 여성관〉 중에셔
남편의 죽음 이후 격렬한 비통함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출팀은 반년 동안 히말라야로 떠났다. 그리고 돌아온 첫 법회에서 애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애도는 저에게 출생과 출산에 대해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진통이 있을 때, 여러분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되고, 그것에 내맡김(거스르지 않고 따름)해야 합니다. 저는 서핑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파도를 멈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파도가 오는 것을 느낍니다. 자, 좋아요. 보드 위에서 일어나 파도를 탈 수 있을까요? 아니면 물에 빠지게 될까요? 두 경우 모두 일어납니다. 매번 파도가 달라지니까요.”
〈티베트 불교의 뛰어난 여성 수행자, 그 깨달음의 여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