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싶은 여성들이
꼭 읽어야 할 인생 필독서!
이 책을 편집하면서 기자 시절 인터뷰했던 동갑내기 조민기 작가가 떠올랐습니다. 조 작가는 『조선 임금 잔혹사』, 『조선의 2인자들』, 『조선의 권력자들』 등 조선 시리즈와 『세계사를 움직인 위대한 여인들』 등을 집필했습니다.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몇 안 되는 여성 불자 작가이기도 합니다. ‘꽃미남’에게 열광한 그녀는 2,600여 년 전 태어난 가장 늙은 오빠에게 꽂혔습니다. 그 오빠는 심지어 잘 생겼고 심성까지 비단결인 ‘원조 꽃미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붓다를 ‘팬질’하며 “글을 써서 보시하겠다”는 사심 품고 글을 썼습니다. 『부처님의 십대제자』, 『그녀는 다시 태어나지 않기로 했다』의 출간이 그랬습니다. 그렇게 붓다를 ‘팬질’한 그녀가 문득 편집자에게 “어떻게 보면 오빠도 참 무책임하다.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떠났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아, 그렇게 바라 볼 수도 있구나! 붓다와 붓다의 깨달음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존재들에게는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역사나 전설을 박제된 기록으로만 받아들였던 편집자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질문이었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가요? 수많은 고전이 쓰여질 당시의 이야기만 했다면 고전은 불쏘시개 신세를 피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주제로 시대를 관통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고전이 담고 있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불변의 가치입니다.
금기를 깨고 불교 섹슈얼리티로 재탄생한
붓다와 여성들의 이야기!
오랜 시간 동안 고전으로서 우리 곁에서 사랑받는 불교는 어떤가요? 2025년에는 조금 색다른 관점으로 불교라는 고전에 담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재발견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새해 벽두부터 발칙한(?) 질문으로 시작해 봅니다.
“아내와 아들을 두고 출가한 붓다는 정말 무책임한 가장이었을까?”
“여성들의 출가를 반대했던 붓다는 반(反)페미니스트였을까?”
“마녀, 악마, 왕비, 관음, 여신은 어떻게 불교 속에 들어왔을까?”
우리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붓다, 성과 사랑을 말하다』는 기독교 해방신학자, 여신 연구자, 상담가, 페미니스트, 스님, 경전이야기꾼 등 9명의 필자가 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때론 솔직한 고백으로 때론 역사, 전설, 문학, 미술 속에서 그 답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답을 찾는 여정 속에서 독자들은 불교에 담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붓다에게 금지됐던 성과 사랑 그리고 여성들에 대해 ‘결’이 다른 이야기로 접근하면서 달라진 ‘격’을 발견합니다.
‘마녀’, ‘이단’이라고 손가락질받다 불교를 만나 영성을 찾은 기독교 해방신학자, 32가지 몸짓으로 유혹하던 악마의 세 딸, 정치적 입지를 위해 붓다를 택한 조선 왕실의 왕비, 목욕한 물로 수행자를 깨닫게 만든 관음보살, 붓다를 잉태할 만큼 고결했던 붓다의 어머니 마야, 자신과 결혼할 배우자에게 당당하게 어필한 붓다의 아내 야소다라, 붓다의 깨달음을 증명한 땅의 여신…. 붓다의 역사 속에 무궁무진한 성과 사랑 그리고 여성에 관한 9개의 색다른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습니다.
이 책은 붓다의 깨달음에만 몰입했던 우리에겐 낯설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깨달음을 증명한 존재가 땅의 여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었고, 왕과 사대부 남성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왕비와 여성들이 정치적 입지 등을 위해 붓다를 선택한 사실도 우리는 몰랐습니다. 생명 잉태를 상징하는 생리혈이 부정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고, 남성이던 관음이 어느 순간 여신으로 받아들여지는 흐름이 생겼다는 것도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남성 중심적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삼국유사』의 ‘남백월이성노힐부득달달박박’ 조에 등장하는 관음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이 이야기는 계율에 집착하는 것보다 자비를 베푸는 게 수승하다는 교훈을 줍니다. 반면 계율에 집착하는 달달박박과 대승적 자비를 베푼 노힐부득 이야기에는 숨겨진 이면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깨달음은 출산의 신성한 피가 섞인 목욕물로 목욕을 하느냐 마느냐에 달렸고, 해산한 낭자(관음)가 씻은 물로 목욕한 부득이 성불하자 뒤늦게 그 물에 들어간 박박도 부득처럼 성불합니다. 그 낭자는 관음이었으며, 목욕통은 자궁의 상징이었고, 부득과 박박은 자궁에 들어가 붓다로 재탄생한 셈입니다.
어떤가요? 참신하지 않은가요? 이 책이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불보살과 붓다에게 기도하고 수행하면서 불교를 ‘자비의 종교’, ‘깨달음의 종교’로만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어쩌면 외면해왔을지도 모르는 불교의 섹슈얼리티를 재발견하고, ‘모든 존재는 존중받아 마땅하고 평등하다’는 불교의 본질로 우리를 이끕니다. 기도만 하고 있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알기 힘든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붓다의 수많은 서사 속에서 주연은 붓다 혼자가 아닙니다. 그의 곁에 수많은 또 다른 주연들이 있습니다. 이제 조연으로 묻힌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편견 너머의 불교에 눈을 뜰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