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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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으로 오소서
  • 관리자
  • 승인 2009.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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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특집2/부처님 은혜

   세존이시여! 금년 오시는 날에는 높은 곳이 아니라 저 낮은 곳으로 오시옵소서. 화려하고 거룩한 모습이 아니라 수수하고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모습으로 이 땅에 강림하소서. 높고 청아한 목소리가 아니라 시장바닥에서 물건 사고파는 가난한 이들의 삶의 목소리로 살포시 다가오소서.

   태자의 귀하신 몸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이서방 김서방 몸으로 마주하게 하소서. 너무 높은 뜻은 알길이 없고, 너무 청아한 소리는 들을 수가 없으며 너무 귀하신 모습은 가까이 하기가 두렵나이다.

   그 많은 세월동안 높은 곳에 등밝히고, 찬란한 것으로만 님을 맞고자 했사오나 님의 진정한 모습은 보이지 않아 올해부터는 후미진 곳에 등 밝히고, 보잘 것 없는 등에 불 밝히려 하나이다.

   넘어진 사람 일으켜 주시고, 숨겨진 것 드러내시며, 길 잃은 사람 손목 잡아주시면서 보다 낮은 곳으로 오시옵소서. 고대 광실 번듯한 앞문으로 오시지 말고 찌그러져가는 초막집의 싸립문으로 찾아오소서.

   삼계에 가득한 고통을 편안케 하신다 하셨사오니 행복에 겨워 거드름 떠는 이들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힘겨워 지치고 피곤한 이들의 가난한 품안으로 살며시 찾아드소서.

   님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으로 오셔야 님의 손길은 더욱 따사로워지고, 님의 목소리는 더욱 감미로울 것이외다.

   님의 이름 들먹이며 교만했었던 저의 어리석은 마음을 일깨우시고, 이제라도 님의 뜻을 올바르게 따르는 이 땅의 바른 제자되게 보살펴 주소서.

   올해에는 낮은 곳에 등 밝히고 님의 오심을 기다리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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