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고통은 필연이다. 부처님도 육신을 갖고 있었기에 말년에 두통과 등창으로 고생한 이야기가 경전 곳곳에 등장한다. 육체적 고통뿐이었을까? 가장 아끼는 제자 사리불과 목건련이 먼저 입적했을 때는 공허감이나 상실감 같은 마음의 고통을 내비친 적도 있다. 하지만 부처님은 고통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 더 나아가 고통을 행복으로 ‘변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부처님과 범부 간의 중요한 차이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고통을 다뤄야 하는지, 고통을 어떻게 행복으로 ‘변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 틱낫한 스님은 우선 고통이 일어나면, ‘첫 번째로 할 일은 멈추어 서고, 호흡을 따라가고, 그리고 고통을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고통을 봐야 우리는 그것을 멈추거나 행복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진흙이 없으면 연꽃이 없다(No Mud No Lotus)’는 이 책의 영어판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프랑스 보르도 플럼빌리지에서 그의 출가 사찰인 베트남의 히에우 사원으로 돌아간 직후 출간됐다. 사실상 모든 활동을 마무리한 시점에 나온 마지막 책이며, 국내 첫 출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틱낫한 스님 입적 후 역주행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틱낫한 지음 | 김윤종 옮김 | 불광출판사 | 176쪽 | 16,000원
화엄경소론찬요 10~12
‘불교 경전의 꽃’이라 불리는 『대방광불화엄경』(『화엄경』)은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최상의 경전이다. 하지만 내용이 워낙 깊고 오묘한 데다 그 분량 또한 방대해, 불교에 해박한 사람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경전이다.
이에 대강백 탄허 스님이 『화엄경』 번역을 비롯해 중요 화엄학 관련서를 모두 집대성하고 현토역해(懸吐譯解)해 『신화엄경합론』(전 47권)을 간행했으니(1975년), 이는 한국 근대불교사에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번역과 출판에 무려 17년이 걸렸으며, 원고 매수 6만 2,000장에 이르는 대작 불사였다. 이어 탄허 스님의 제자인 탄허기념박물관장 혜거 스님(금강선원 선원장)이 불교TV에서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화엄경』 강좌를 열었고, 이를 토대로 『화엄경소론찬요』 120권을 현토 완역하는 또 다른 대작 불사 원력(2016년~)을 세웠다.
혜거 편저 | 불광출판사 | 각 464·520·564쪽 | 각 30,000원
불교를 꿰뚫다
등현 스님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체험하고 종교에 빠져들었다. 유가·도가·기독교의 가르침을 섭렵하다가 결국 출가를 결심했다. 출가 후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스리랑카로 가서 남방계를 받고 7년 동안 빠알리어 초기 경전을 공부했다. 남방불교의 전통에 따라 수행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대승불교에 대한 믿음이 되살아났고, 이번에는 인도로 가서 산스크리트어로 된 힌두 경전을, 다시 또 7년 동안 대승 경론을 공부했다. 이 책은 스님이 「불교신문」에 3년 2개월 동안 연재했던 ‘초기불교에서 선까지’의 원고를 고치고 다듬어 정리한 것이다. 2,500년 동안 변천해 온 불교의 사상적 흐름을 하나로 꿰뚫어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등현 지음 | 불광출판사 | 528쪽 | 25,000원
오늘부터 다시 친구
(우리 아이 인성교육 시리즈 18)
니마 벤지만 글·그림 | 김세실 옮김 | 불광출판사 | 40쪽 | 14,000원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IBBY Honour List)에 선정된 이스라엘의 유명 그림책 작가 나마 벤지만이 전하는 경쟁과 시샘, 갈등과 우정, 상처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 작가는 빨강, 파랑 두 색깔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들 덕분에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경쟁하고 샘내는 마음 때문에 힘들어하는 세상 모든 어린이에게 잔잔한 희망을 선사한다.
본성, 개념인가 실재인가
박찬욱 기획 | 이필원 외 지음 | 운주사 | 432쪽 | 25,000원
보통 ‘본성’이란 어떤 것의 본래 성품으로, 각각의 것들을 바로 그것이게끔 하는 특성을 말한다. 인간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본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 불가결하다. 이 책은 인류의 오래된 화두인 ‘본성’이 무엇인가를 들여다보기 위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비롯하여 동서양철학, 그리고 현대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성찰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
용수 지음 | 스토리닷 | 192쪽 | 12,000원
세첸코리아를 설립해 티베트 불교를 우리나라에 널리 알리고 있는 용수 스님의 신간이 출간됐다. 스님은 티베트 불교 명상은 친절하고,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수행법이라 말한다. 이 책은 매일 아침 스님이 SNS에 올렸던 티베트 불교 명상에 관한 내용 중 독자들이 일상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잠 명상, 걷기 명상, 옴아훔 만트라 명상, 죽음 명상 등을 엄선해 담았다.
나를 치유하면 세상이 치유된다
데보라 킹 지음 | 사은영 옮김 | 김영사 | 364쪽 | 16,800원
변호사이자 저명한 에너지 힐러인 저자의 『진실이 치유한다』에 이은 두 번째 한국어책이 출간됐다. 책에서는 여덟 번째 이상의 상위 차크라, 의식 확장을 위한 이니시에이션, 방어기제를 통찰하는 5가지 몸/마음 유형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치유, 부정적 에너지 처리, 치유를 돕는 호흡법과 명상법 등 몇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내용을 구체적인 연습법·전문적인 가이드라인과 함께 소개한다.
힌두의 모든 것
스와미 니르베다난다 지음 | 김우룡 옮김 | 눈빛 | 264쪽 | 15,000원
삼사라, 묵티, 지바 등의 산스크리트 단어들로 힌두 사상에 핵심이 되는 여러 열쇠를 제공하는 책이다. 제1부는 삼사라(윤회), 묵티(해방) 그리고 신을 알아차리는 단계별 영적 수행법인 요가법 등 힌두 종교의 실제적인 면들을, 제2부는 이시와라(신), 브라흐만다(우주), 지바(영혼), 인생에 관한 힌두의 견해 등의 교리를 주로 다룬다.
사리(舍利)
신대현 지음 | 혜안 | 304쪽 | 20,000원
사리는 사람이 죽은 다음에야 나온다. 하지만 그 사리로 인해 다시 새로운 믿음이 일어난다는 데 바로 사리 신앙의 묘리(妙理)가 있다. 생과 멸이 하나로 이어지는 원리가 바로 사리에 담긴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사리 신앙의 1,500년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피면서 사리 신앙뿐 아니라 사리를 마주한 사람들의 희로애락까지 담은 새로운 형태의 역사 이야기다.
한국의 아름다운 꽃, 병화
황수로·한국궁중꽃박물관 지음 | 수류산방 | 192쪽 | 49,000원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 궁중채화장(宮中綵花匠)이자 한국궁중꽃박물관 초대 관장 황수로의 병화 작품집이다. 황수로의 병화 작품이 한국궁중채화연구원, 사진가 이종근과의 협업을 통해 한 권의 사진과 글로 완성됐다. 사료를 기반으로 한국 전통 꽃꽂이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 시도가 돋보인다. 또한 한평생 꽃을 피워낸 화장의 미학과 그 마음자리를 짐작게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12(서울편 3, 4)
유홍준 지음 | 창비 | 각 352·368쪽 | 각 22,000원
한국 대표 인문서 시리즈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서울편 3권 ‘사대문 안동네: 내 고향 서울 이야기’와 4권 ‘강북과 강남: 한양도성 밖 역사의 체취’가 출간됐다. 근현대 격변기를 거치며 오늘의 서울이 형성된 내력을 보여주는 명소들을 둘러보고, 우리가 잘 몰랐던 골목골목의 이야기를 되살리는 데 역점을 뒀다. 일평생 ‘서울토박이’로 살아온 저자의 깊은 서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
고봉선 글·사진 | 제주의소리 엮음 | 담앤북스 | 480쪽 | 20,000원
故 고봉선 시인이 「제주의소리」에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로 연재한 책방 중 30곳을 소개한 책이다. ‘제주토박이’인 저자가 제주도 동서남북 곳곳에 위치한 동네책방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각 책방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그만의 구수하고 정겨운 문체로 담아냈다. 책방을 방문하며 제주도를 한 바퀴 빙 돌 수 있는 ‘책방길’ 코스와 함께 책방지기들의 운영 철학까지 알차게 담았다.
한국 단청 연구
곽동해 지음 | 학연문화사 | 784쪽 | 77,000원
저자는 30여 년간 한국에 산재한 300여 전통건축의 단청문화재뿐 아니라 중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시아의 건축단청문화재를 탐방하고, 조사와 연구를 수행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안료의 종류와 수급, 문양의 변천과 발달, 각국 단청의 독특한 색조 등을 비교하고 분석했다. 한국단청에 대한 역사, 채색재료, 양식, 문양, 시공 등을 총정리한 책이다.
우아한 인생
저우다신 지음 | 홍민경 옮김 | 책과이음 | 464쪽 | 17,500원
노화와 질병, 죽음 등 고령화사회의 각종 문제를 사실적으로 파헤친 마오둔문학상 수상 작가 저우다신의 수작이다. 은퇴한 퇴직 판사 샤오청산의 삶으로 몸이 늙어가면서 겪는 각종 신체적 노쇠와 질병, 죽음에 대한 공포는 물론, 가족의 해체와 고독, 노인 대상 범죄, 고령화사회의 양로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사회문제를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자비의 씨앗 열두 알
이한영 지음 | 김승연 그림 | 운주사 | 208쪽 | 14,800원
불교의 자비사상을 어린이가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12편의 동화를 엮었다. 모든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어진 마음,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나누는 삶, 자신의 잘못은 뉘우치고 다른 사람의 잘못과 실수는 용서하는 마음 등이 펼쳐진다. 대한불교진흥원이 주관하는 대원불교콘텐츠 응모 당선작으로, 이야기 곳곳에 함께 실린 삽화들이 재미와 몰입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