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었어요. 담임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시면서 반장이던 제게 친구들과 함께 조용히 자습하고 있으라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아이들이 조용히 있을 리가 있나요. 잠시 공부하는 듯싶더니 여기서 수군수군 저기서 소곤소곤 소리가 나기 시작했죠.
“선생님이 조용히 있으라고 하셨잖아.” 친구들에게 얘기했지만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교실은 와글와글,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로 채워졌습니다. 그중에서 한 친구가 유별나게 소란스러웠어요. 옆 동네에 사는 녀석이었는데, 몇 번이나 얘기해도 들은 척을 안 했죠. 화가 난 저는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야 ○○○, 너 조용히 안 해!”
깜짝 놀란 친구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어요. 하지만 잠시 뒤, 그 친구랑 같은 동네 사는 애들이 몰려들어 이렇게 외쳐 대기 시작했습니다.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 화가 난 저는 저대로, 창피를 당한 친구는 친구대로 씩씩거리던 상황이라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말았어요. “이따가 학교 끝나고 운동장에서 보자!”
수업이 다 끝나고 우리 둘은 운동장 한가운데에 섰습니다. 다른 친구 몇몇이 우리를 둘러싸고 “싸워라, 싸워라!”를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어요. 우리 둘은 쌈닭 두 마리처럼 서로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죠. 잠시 뒤 ○○○이 웅크리고 앉아 울기 시작했어요. 저는 의기양양하게 뒤돌아 교문 쪽으로 걸어갔죠. 교무실 청소를 하던 큰누나가 그 광경을 보았는지 후다닥 뛰어 내려오며 제게 뭐라고 소리치고는 ○○○을 감싸 안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다음 날 교실은 평소와 똑같았어요. 30여 년 전 시골에서는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다들 생각했나 봐요. ○○○과 저는 서먹서먹했던 것 같은데 며칠 지나서는 다시 잘 놀았어요. 따로 화해하거나 한 기억은 없는데 그냥 그렇게 되었죠. 그렇게,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적당히 잘 지냈던 것 같습니다(참고로 학년에 반이 하나뿐이었어요).
참, ○○○은 저의 씨름 라이벌이기도 했어요. 덩치도 크고 동네 형에게 배우기도 해서 씨름이라면 지는 법이 없었는데, 6학년이 되자 유일하게 ○○○만이 저랑 호각을 이뤘거든요. 질 때마다 분했지요.
『오늘부터 다시 친구』 편집 후기를 쓰려던 거였는데, 쓰다 보니 어린 시절 추억담이 되고 말았습니다. 친구 사이의 경쟁과 다툼, 그리고 화해에 관한 그림책이니, 뭐… 전혀 엉뚱한 내용은 아니겠네요.
- 편집자 참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