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사이트에 예약하는 것으로 준비를 시작한다. 예약부터 접수까지, 템플스테이를 통괄하는 곳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하 사업단)’이다. 이곳에서는 예약접수부터 사찰에 대한 지원과 관리 감독, 인력 양성, 각종 통계 작성부터 트렌드로 각광받는 사찰음식도 관장한다.
원경 스님은 2014년부터 사업단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단장 소임을 맡고 있다. 템플스테이 현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다. 다른 취재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와 국제적 활동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운영이 힘들었을 텐데, 회복되고 있나요?
“코로나19로 2020년, 2021년 운영이 쉽지 않았죠. 특히 서울, 경기도는 한두 달 운영이 중지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도 휴식형 위주로 진행됐죠. 올해 들어 꽤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에 의사, 간호사, 공무원 등 방역관계자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위한 공익형 템플스테이를 진행했습니다. ‘토닥토닥’ 혹은 ‘쓰담쓰담’ 같은 프로그램이죠. 코로나19 이후에도 공익형 프로그램을 증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에 20~30대 여성들의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사찰에서는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요?
“방송에 나오면서부터 젊은 분들이 많이 참여하죠.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젊은 여성들이 템플스테이에 갖는 ‘안전’에 대한 믿음 때문으로 보입니다.
젊은층 중심으로 템플스테이가 하나의 트렌드로, 문화로 자리잡혀있는 듯해요. 템플스테이 참여 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이나 후기를 올리죠. ‘나 이거 해봤어’ 하는 일종의 자랑이랄까요? 그런 면이 많이 보입니다. ‘탈종교화 시대’라고 하잖아요? 아이러니하게 젊은 층에서는 템플스테이가 종교라기보다 그들 세대의 문화로 나타나는 거죠.”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이 외국에 많이 소개되고 관심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양상은 다르지만, 조금은 특별한 ‘한국문화’로 받아들일 듯한데요.
“사찰음식은 젊은 층에서도 호응이 높습니다. 얼마 전 프랑스에 계신 스님이 100명에 8회 목표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는데, 600명이 몰렸다고 해요. 유럽에서는 사찰음식에 대한 호응이 특히 높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전통적인 것, 혹은 약간 뒤에 있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들에게는 불교가 오히려 ‘앞선 것’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높은 계층의 사람들에게는 ‘너, 한국 사찰음식 먹어 봤어?’ 하는 문화도 있습니다.
그들 문화에는 채식주의가 우리보다 널리 퍼져있어요. 사찰음식이라는 게 그들의 채식보다 어떻게 보면 불편할 수도 있잖아요? 나물 위주에다가, 발우공양을 조금이라도 결합하면 식은 음식이 돼버리죠. 그들에게는 스님들이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합니다.
채식이라 해도 남들을 위해 준비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찰음식은 스님들이 직접 만들고 직접 소비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사찰음식이 갖는 ‘생명’과 ‘수행’이라는 가치도 어필하죠.”
템플스테이나 사찰음식이 외국에 알려지기까지 과정도 좀 있죠?
“사업단에서는 초창기부터 외국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죠. 외국에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 기관인 한국문화원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초기에는 해외로 나가려고 관계기관에 요청하면, 실무자조차 만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공문을 보내면 밑에서부터 거부될 때가 다반사였죠.
어느 해, 해외 상주하는 한국문화원 대표자들이 국내에 모일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이던 김갑수 씨가 ‘한번 템플스테이를 알려보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그래서 태권도, 김치 등 한국문화를 알리는 소재를 갖고 여러 군데서 설명했죠. 모임이 끝난 후에 기관장들이 저희에게 명함을 주면서 ‘여기서도 와 달라’, ‘저기서도
와 달라’면서 일이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유럽이나 미주에서 진행하는 ‘관광박람회’ 같은 곳에서 오히려 저희에게 와달라는 요청을 많이 합니다. ‘한국 사찰음식’은 외국 음식 교육기관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등록되기도 했죠.”
템플스테이가 20년이 됐습니다. 되돌아보면서 개선해야 할 점도 있을 텐데요.
“템플스테이의 가장 큰 성과는 불교와 사회를 잇는 중요한 징검다리가 됐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한 거죠. ‘주변 환경’과 ‘사람’의 문제로 나눈다면, 언제든지 사람의 문제가 제일 중요합니다. 불교가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고, 템플스테이가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것은 환경의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자리 잡기도 했고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찰음식’이 더 해외로 나가려면 ‘영어’나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스님들이 많아져야 해요. 또 내부 인력의 문제가 크다는 것도 저희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웠던 교육과 평가 시스템을 보다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찰 일선에 계신 주지스님 등께서 지도법사나 실무자에 대한 보상체계에 조금 더 신경 써 주셨으면 합니다.
템플스테이가 체험, 수행보다는 여가, 관광화되는 문제도 있죠. 결국은 사람이 조금 더 정성스럽게 다가가고, 하나라도 더 준비해 나간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봅니다. 사업단도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