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지리산과 덕유산이 이어진 전북 번암면에는 북스테이를 운영하는 이수현 조혜원 부부가 산다. 2013년, 장수로 내려왔다. 좋게 이야기하면 “열어 놓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무작정” 내려왔다. 전업농으로 정착할지, 아니면 출판 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 귀촌할지 내려와 결정하기로 했다. 2년 뒤, 번암에 터를 잡았다.
남편은 30~40대에 진보 운동과 출판에, 아내는 출판사에 몸담았었다. 남편은 지금도 꽤 많은 책을 기획 편집한다. 아내는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온 이야기를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산지니, 2018)라는 책으로 엮기도 했다. 지금도 밭에 있는 시간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귀촌 바람이 10여 년 전 불었어요.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지만, 지리산 자락에는 예술을 하는 분부터 농사로 전업하는 귀농인까지 다양하게 살아요. 나이가 젊은 분은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정착하는 데 중요하죠.”(이수현)
북 스테이를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부러 사람과 관계 맺기 위해서다. 시골로 내려오는 것은 사람과의 단절을 각오하는 일이다. 저녁 시간, 어둠이 내린 마을은 짙은 외로움이 몰려온다. 2019년 사람들이 교류하는 공간으로 북스테이를 오픈했다.
“지리산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 힐링하고 싶은 분들이 오셨으면 합니다. 지리산은 넓거든요. 모든 것을 품는 산입니다.”(조혜원)
아쉬운 점은 오픈 얼마 뒤 찾아온 코로나19였다. 오던 손님도, 마을 구성원들도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잠시 휴지기를 갖는다. 아내는 남는 시간에 뚱딴지(돼지감자)를 재배해 차를 빚으려 한다. 그리고 남편은 지리산 일대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역사와 인문으로 지리산을 답사하고자 분들도 한 번쯤 들려봐도 좋다.
사진. 정승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