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품은 지리산] 지리산이 품은 미래 농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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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품은 지리산] 지리산이 품은 미래 농업인
  • 김남수
  • 승인 2021.12.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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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지리산 권역은 귀촌하는 사람이 많다. 지리산 귀촌 1번지를 자랑하는 구례군은 2020년 한 해에 426가구 523명이 귀촌했고, 최근 9년 동안 합계는 4,000명이 넘는다. 산청군도 2018년 379명, 2019년 511명, 2020년 70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원시는 올해 상반기에만 567명이 귀촌해 작년보다 47%가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귀농 혹은 귀촌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기초단체의 지원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정착을 위한 교육 외에 주택을 분양하거나 자녀 교육과 장학금 지급, 귀농・ 귀촌 관련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늘고 있다. 기초단체별로 ‘귀농·귀촌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귀촌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제일 먼저 정보와 교육을 지원받는 곳이다. 귀촌 인구의 연령대는 50~60대가 아무래도 많지만 20~30대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래 농업인을 꿈꾸는 임유빈(17). 
새로운 품종과 친환경적인 농약을 연구·개발하고 싶어한다.

전남 구례에는 미래 농업인을 꿈꾸는 중학생이 있다. 올해 구례고등학교로 진학이 예정된 임유빈(17) 학생이다. 방과 후, 혹은 학교 가지 않는 주말과 방학이면 유빈이는 밭에 있다. 감이 특산물로 이름난 구례이기에 감나무밭이 놀이터이자 일터다. 

농사짓는 일은 유빈이에게 소일거리가 아니다. 밭에 거름을 주고, 감을 솎아내고 거두는 일까지 모든 일을 담당한다. 가장 바쁜 시기는 감을 솎아낼 때다. 주렁주렁 열린 감에서 실제로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양은 1/5, 심지어 1/10에 이를 때도 있단다. 새들이 쪼아먹거나 성장 방향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여지없이 밭에 버려진다. 열매의 성장 속도가 제각각이어서 솎아내거나 거두는 일은 한 나무에서도 며칠을 두고 해야 하는 일이다.

유빈이는 농사만 짓지 않는다. 인터넷이며 유튜브를 뒤지며 새로운 농법과 기술은 물론 새로 나온 농약 제품을 틈틈이 공부한다. 한두 해 전, 유튜브에서 친환경적이고 질 좋은 농약을 발굴했다. 1~2주 사이에 동네 모든 농가가 유빈이가 추천한 농약으로 통일된 적도 있다. 농약의 약효는 1주일 이내로 확인된다고. 유빈이가 놓은 농약이 쉽게 검증돼 동네 어른들이 모두 따랐다.

완두콩을 심기 위해 관리기로 밭을 갈고 있는 유빈이.

어려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농사를 배우다가 얼마 전 귀농한 삼촌 정병욱(63) 씨 일도 거들어주고 있다. 유빈이 꿈은 미래 농업인이 되는 것이다. 농업 고등학교와 대학교로 진학해 새로운 품종과 친환경적인 농약을 연구·개발하고 싶어 한다. 삼촌이 꿈의 의미를 부연해 준다.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농사와 관련한 ‘종자’는 외국 기업에 모두 넘어갔죠.” 유빈이에게 “그러면 농사짓는 일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라고 묻자,
“공부도 열심히 해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유빈이 부모님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일단 유빈이 뜻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맞벌이 부부여서 3살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다니더니 이런 결과를 냈다고 털털 웃는다. 

지금도 방과 후면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농약과 품종 공부를 한다. 좋은 것은 농사일에 실험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래 꿈의 근거를 찾고 있다. 
이렇게 지리산은 미래 농업인을 품고 있다.   

할아버지, 삼촌과 함께.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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