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에서 펼치는 자비, 채식
채식음식 전문점 ‘마지’에서 만난 채식하는 불자 4인
불자들이 동물 보호를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 바로 채식이다. 채식은 밥상 위에서 펼치는 자비다. 육식으로부터의 탈출, 채식하는 불자들을 만났다. 비건(vegan,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부터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때로는 육식을 하는 채식주의자)까지.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은 채식음식 전문점 마지에서 채식하는 불자 4인과 함께 나눈 대화, 그들이 가진 채식에 대한 생각들.
| 채식은 수행자의 음식이다
이들은 모두 채식주의자다. 더불어 오신채도 지양한다. 백련사찰음식연구소 이춘필(71) 소장과 마지 김현진(48) 대표, ‘종교음식전문가’ 과정 1기 수료생인 강혜진(28) 씨와 임동아(25) 씨다. 이춘필 소장은 철저한 채식주의자이며 김현진 대표와 강혜진, 임동아 씨는 플렉시테리언이다. 채식주의자이되 간헐적 육식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식욕을 위한 육식을 자제하면서 누구보다 동물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중이다.
그들이 채식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에는 ‘자신들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서’도 있었다. 강혜진 씨는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채식을 하며 건강을 되찾았고, 임동아 씨는 아토피가 생겨 채식을 시작했다. 더불어 두 사람은 종교음식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더욱 채식을 하게 됐다. 이춘필 소장과 김현진 대표도 저마다 채식으로 몸을 돌본 경험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채식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살피게 되고, 그로 인해 몸이 맑아지고 정화되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아토피가 생겼어요. 한의원에 갔더니 면역 체계가 흐트러졌다고 했습니다. ‘요즘엔 동물들이 항생제 투여 등으로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으니 육식을 자제하고 음식을 잘 가려 먹으라’ 하더군요. 그 이후부터는 일주일에 5일 이상 채식을 하는데요. 면역체계가 회복된 것은 물론이고, 제 몸에 맞는 적정 체중도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임동아)
이춘필 소장은 유년 시절 이후 평생을 비건으로 살았지만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고기를 먹지 않고서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냐고 하지만, 풀 속에도 몸에 필요한 영양소들이 다 있습니다. 한약도 초근목피에 있는 영양소와 약효가 몸을 보호하고 병을 낫게 하지요.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음식을 약으로 삼아 잘 먹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들도 한때는 즐겨 육식을 했었다. 채식을 결심한 지금, 힘든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우선 채식주의자가 마음 놓고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어요. 더불어 몸에 밴 습관이 있으니 때로는 고기가 먹고 싶을 때도 있죠. 그런데 먹어보면 확실히 몸에서 불편한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럴 때 채식으로 몸이 정화됐다는 것을 느끼게 돼요. 그리고 모든 종교 음식의 지향점은 채식입니다. 모든 종교의 음식을 살펴보면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뺏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채식을 지향하고 있어요. 채식은 수행자의 음식입니다.”(강혜진)
이들은 채식은 수행자의 음식이란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김현진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육식은 생명체를 키워서 잡아먹는 일이에요. 동물들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평생의 권리를 다 누리지 못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먹기 위해서 죽인다는 아주 이기적인 발상이죠. 그래서 아무 음식이나 먹으면서 수행을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불자들에게 어떻게 채식을 권장하면 좋을지 물었다. 이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육식을 줄이는 방법이었다.
“사실 완벽하게 육식하지 않기란 쉽지 않아요. 그렇다면 몇 가지 원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며 조금씩 줄여나가는 법이라도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특별한 날, 축하하는 날에는 고기를 먹지 말자’처럼 말입니다. 불자로서 생일, 결혼식, 환갑잔치, 돌잔치 등 행복하고 좋은 날 다른 생명을 취하면서 축하하지 말자는 이야깁니다. 또는 ‘나는 일주일에 한 끼만 육식을 하겠다.’ 등의 원을 세워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행동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부처님 말씀이 바르단 것을 아는 사람이에요. 최소한 붓다처럼 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먹고 있는 고기가 이전에는 살아 있었던 생명체였다는 것을 한 번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채식을 지향하며 사는 4명의 불자. 이들은 채식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에게 채식이란 자신의 식습관을 살피고 미식美食이라는 욕구를 절제하며 뭇 생명을 돌아보는 일이었다. 나에게 그리고 나 이외의 모든 생명에게 보내는, 밥상 위에서 펼치는 자비행인 것이다. 숟가락으로도 자비심을 표출할 수 있다. 오늘 저녁은 이들처럼 고기 없는 밥상을 차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