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는 것
한여름의 바람 끝에 흔들리는
고목 끝자락의 실뿌리
머리는 깊이 땅속에 박고
허우적허우적 하늘을 걸어가는
세상의 모든 잎과 입들
그래도 마침내 오고 마는 가을.
세상에 어디 몸 하나 뉘일 곳 없겠느냐
지천이 명승인데
마음자리를 찾아 길을 떠나지 마라
길 떠나면 두고 온 마음
따라올 길이 멀다
산사를 돌아돌아 천 리 길을 간들
아이가 기다리는 집보다
극락이 어디 있으며
아내가 해 주는 따스운 밥 한 그릇보다
더한 공양이 어디 있더냐
선은 말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사진은 볼 수 없는 것을 찍는다
그리고 마침내 셔터는 닫혀야 하거늘.
김홍희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일본 Tokyo Visual Arts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벌였다.
개인전 ‘아와 오토리 사설寫說(Visual Arts Gallery, 日本 東京, 1988)’을 시작으로 20여 회의 국내・외 전시회를 가졌다. 현재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집단 ‘일우’를 이끌고 있으며, 문예진흥원이 선정한 ‘한국의 예술가 2000’의 28명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집으로 『세기말 초상』, 『나는 사진이다』, 『방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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