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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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
  • 서헌강
  • 승인 2016.09.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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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끼는 깃발 사이로 수많은 군중들이 구릉과 구릉을 에워쌌다. 어느 이가 와서 정표가 있는 가죽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다.

참 묘하고 큰 꿈을 꾼 것이다. 꿈 장면이 너무나 선명했다. 그 꿈은 어제 저녁 무렵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걸려온 전화와 겹쳐졌다. “촬영 장비 챙겨서 내일 일찍 익산 미륵사지로 올 것.” 짧은 통화였지만 시급하고 긴요한 일이 생긴 것이다. 아침에 도착한 곳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굴을 진행하고 있는 익산 미륵사지 현장. 꿈속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사진가에게 이런 현상은 우연이면서 필연이기도 하다. 석탑 심주석 상판을 드는 순간 십자 먹선과 석회로 밀봉한 사리공이 1370년 만에 세상의 공기와 만난다. 사람들의 탄성이 들렸다. 밀봉되어 있던 사리장엄들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약간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자 긴급하게 발굴이 시작됐다. 3일 동안 쉼 없이 수습했다. 사리호와 봉영기를 비롯해 19종 684점.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강렬했던 꿈속의 장면은 바로 미륵사지 사리봉안식 풍경이었다. 내가 그 현장을 기록했던 사진가였다는 것, 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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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강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했다. 대학 4학년 때 『샘이 깊은 물』 사진기자로 시작한 후 현재는 프리랜서 사진가로 한국의 유물, 유적을 사진 기록으로 남기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조선 왕릉을 찍으면서부터 궁궐, 종묘제례, 사찰 등 유형문화재를 거쳐 인간문화재인 무형문화재에 이르기까지 두루 한국의 문화유산을 기록하고 있다. 2003년 ‘인간문화재 얼굴’展을 비롯해 일본 도쿄 ‘가디언가든’(1995), ‘서울사진대전’(1996), ‘젊은 사진가전’(1999), ‘한국의 고인돌’(2001), ‘사진무형 문화재를 말하다’(2009), ‘전통의 숨결 찰나의 모습’(2010) 등 매년 국내외 주요 사진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5년 터키 이스탄불 해외작가 공동전에 이어 2016년에는 헝가리전이 열린다. 주요 사진집으로 『국보대관』, 『종가의 제례와 음식』, 『조선왕릉』, 『익산미륵사지사리장엄』, 『조선왕실의 어보』 외 다수가 있으며 최근 리움 미술관 ‘한국건축예찬 땅의 깨달음’展에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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