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야 할 일 때문에 길을 나섰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던
약속이 희미해진 지금,
언제부턴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미안함은 진도 팽목항을 향한다.
미안함 탓일까.
발걸음은 진도로 바로 가지 못하고 뱅뱅 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있는 그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결국 남해 보리암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저녁 무렵 도착한 보리암에는 까마귀 소리가 컸고,
바다를 향한 해수관음보살은
저녁 빛에 조용히 물들어 가고 있었다.
검푸른 먹빛으로 변해가는
겨울바다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마음이 놓였다.
중생들의 간절한 기도에 귀를 기울여주는 해수관음상이
바다를 감싸 안고 있지 않은가.
그 큰손으로 다독다독 위로하고 있지 않은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나는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잊지 않을게.
보리암에서 일출을 보고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합동수사본부 간판을 스치며 진도에 들어섰다.
붉은 등대에 그려진 노란 리본이 너무나 강렬해
그만 눈물이 핑 돌고 만다.
걸어서 저 등대까지 가기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1월 11일 세월호 실종자 수중 수색이 종료됐고
18일에는 세월호 사고대책본부가
216일간의 구조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실종자 9명을 남긴 채였다.
마지막 한 명까지 찾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등대 주위를 서성이며 사진을 찍었다.
올해가 가기 전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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