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외가] 8.하늘 맑고 해가 빛나다
상태바
[겁외가] 8.하늘 맑고 해가 빛나다
  • 경봉 스님
  • 승인 2007.10.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겁외가(劫外歌).8

  죽 먹고 발우 씻는 것
  (법좌에 올라 주장자 三下)

 조래공끽죽( 朝來共喫粥)
  죽료세발우(粥了洗鉢盂)
  차문제성객(且問諸禪客)
  환승회야무(還曾會也無) ,

  아침에 함께 죽을 먹고,
  먹고 나서는 발우를 씻네
  또한 묻노니 모든 선객들이여,
  여기에 불법이 있음을 도리어 아는가 모르는가.

  어느 스님이 조주(趙州)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도입니까?」하니
「아침 죽 먹었는가?」
「예, 먹었습니다.」
「발우를 씻어라.」이 말에 활연히 깨쳤다.
  불법이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옷 입고 밥 먹는데 우리 일상생활 가운데 있는 것이다.

  인간의 8가지 괴로움

  부처님께서 인간의 여덟 가지 괴로움을 말씀 하셨는데, 그 가운데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큰 괴로움이다.
  태어나는 것이 왜 큰 고통인가.
우  리가 태어날 때에 태 중에서 주먹을 꼭 쥐고 열 달 동안 꼬부리고 있다가 나오는데, 어머니가 찬 물을 먹으면 한빙지옥(寒氷地獄)의 고통을 받고, 뜨거운 물을 먹으면 확탕지옥(鑊湯地獄)의 고통을 받는다. 이런데도 태아의 고통을 어머니는 잘 모른다. 우리가 그런 고통을 받다가 나와서는 차차 검은머리가 백발이 되는데 그것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오만가지 걱정을 다해야 되고 자기의 근심만 해도 복잡한데 남의 걱정까지 해가며 늙는다.
  다음은 병의 고통인데 404가지 병뿐만 아니라 수효를 셀 수 없이 많은 질병을 앓다가 죽는다. 죽을 때는 온통 방안을 헤매고 눈을 부릅뜨고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죽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 청매 조사(靑梅祖師)가 입적(入寂)할 때 똥을 싸서 온통 벽에다 바르고 기둥에도 바르니 구린내가 나서 사람들이 곁에 있을 수가 없어서 전부 피해 달아나고 부목(절에서 땔나무 감을 맡은 소임)이 하나 남았는데 이 부목마져 가버리려고 하자 청매 조사가 부목을 잡으며「너는 도인의 최후 열반하는 모습을 지켜보아라」하였다. 조사가 열반에 드니 똥칠했던 집안에 향취가 진동했다. 똥 묻은 기둥과 벽에서 광명이 났다. 청매 조사는 고요한데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장에 가서 사람이 많이 모인 한편 구석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데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뭇 사람소리가 겹쳐,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공부가 장애 없이 잘된 날이면 오늘 장 잘 보았다하고, 공부가 순일하지 못하면 장 잘 못 보았다하여 자기의 공부를 시험했다 한다.
  여덟 가지 고통가운데 다섯째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헤어져야하는 괴로움이다. 살아서 이별하는 아픔도 있고 죽어서 아주 떠나버리는 이별도 있다
  미운 사람과 함께 살아야하는 괴로움, 이것도 여간 큰 고통이 아니다.
  물질이나 명예 등, 무엇을 구하는데 뜻대로 안 되는 것도 큰 괴로움이다.
  그리고 오음(五陰)이 치성한 것도 큰 괴로움이다.

  8가지 바른 길

  다음은 여덟 가지 바른 길이 있다.
  첫째는 정견(正見)이니 바르게 보아야한다. 재물이 있으면 병들어 구차하게 사는 사람들을 구제하고 또한 충실해야하며 부모에게 공경하며 남에게도 친절한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보는 것이다.
  둘째는 정사(正思)이니 사고방식이 바르게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는가. 도는 진리이니 우리 인간의 생명을 찾는 것이다. 사바세계는 즐거움과 괴로움이 늘 뒤섞이어 있는 곳이니 잘 견디어 참는 수양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세상을 보람되게 살수도 있고 진리와 올바른 도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작은 일에도 신경질을 부리고, 아이들을 나무랄 때도 곱게 나무랄 것을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고 한다. 우리가 문화민족의 전통을 살리자면 우선 말부터 고운말로 품위를 찾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절실히 느껴진다.
  셋째는 정어(正語)이니 이는 바른말 고운 말이다. 망녕된 말을 하지 말아야하고 속이는 말, 남에게 이간 붙이는 말, 험한 욕설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넷째는 정업(正業)이다. 무엇이 바른 업인가 하면 살생과 도둑질을 하지 않고 정조를 잘 지키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는 정명(正命)이니 음식과 물질 등에 탐욕을 여의고 진리가 아닌 것을 떠나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세상이 부패했다고 하지만 남이야 죽건 말건 자기의 욕심만 차려서 비진리적으로 재물을 모아서 자손에게 물려주면 인과는 틀림없는 것이라서 마치 호열자 균을 묻혀서 전하여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여섯째는 정정진(正精進)이니 무엇이 올바른 정진인가 하면 수행하는 것을 정진이라 하는데 예술. 미술. 철학. 종교 등등 모든 일상생활에 정밀하게 철저히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 본래 갖춰있는 큰 거울 같은 지혜, 평등한 성품의 지혜, 묘하게 관찰하는 지혜, 모든 일을 그때그때 마다 잘 처리하는 지혜 등을 말한다. 이 정진의 구경목적은 삶과 죽음이 없는, 삶과 죽음에 물 안 들고 거기서 해탈하는 열반의 경지이다.
  일곱째는 정념(正念)이니 망녕된 생각과 삿된 생각이 없어서 바른 도와 바른 진리를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여덟째는 정정(正定)이니 자기의 생각의 자세가 바르게 정해져야 한다. 개구리가 멀리 뛰려고 하면 앞으로 가다가 제 몸을 주춤해서 가다듬어 가지고 훌쩍 뛴다. 샘(漏)이 없는 청정한 선정(禪定)이 정정(正定)이다.

  구지 선사와 손가락 법문

  예전에 중국 무주 금화 산에 구지(俱胝) 선사가 수도를 수십 년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하루는 좌선을 하고 있는데, 어떤 여인이 갓을 쓰고 들어와서 구지 선사를 세 번 돌고 그냥 나가려한다. 구지 선사가 여인에게『서라.』하자 『내가 지금 빙 돈 것에 대하여 한마디 이른다면 머물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설 수 없다.』 구지 선사가 답을 못하자 그냥 휙 나가 버린다. 평생을 바쳐 공부했지만 그 도리를 깨닫지 못하였으니 알 수가 있나. 더군다나 한 여인에게 모멸까지 당하였으니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겠는가. 혼자서 탄식하기를, 『대장부가 평생 공부를 하여 여인보다 못하여 모욕을 당하였으니 더 살아볼 가치가 없다.』하고는 그날 저녁에 죽을 각오를 하였다. 그날 밤 허공에서 꿈도 생시도 아닌 가운데 무슨 말이 들리는데, 『내일 육신보살이 와서 법을 일러 줄 터이니 기다려라.』 육신 보살이란 우리와 똑같이 몸을 가지고 있는 대보살을 말한다. 꼭 죽으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런 기적 같은 일을 당하고 나서는 죽지 않았다. 그 이튿날 누가 올 것인가 하고 아침부터 기다렸다. 아침을 먹고 나니 어떤 노장 님이 걸망을 지고 휴­우 하고 들어선다. 천용 화상(天龍和尙)이었다. 육신 보살이 왔는가 보다하고 인사를 하고 나서 어제 당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고는 『어제 밤에 꼭 죽으려고 하였는데 허공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서 안 죽고 기다렸는데 스님께서 오셨으니 잘 지시를 하여 주십시오.』『그럼 내가 그대와 같이 앉아 있을 테니 갓을 쓰고 그 여자가 빙 돌고 나가듯이 하게나.』 구지 선사가 갓을 쓰고 세 번 빙 돌고 나가려하자 천용 화상이 『거기 좀 서라.』『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을 한번 이르면 서려니와 그렇지 못하면 머물 수 없다.』 그때 천용 화상이 손가락을 쑥 내보였다. 거기서 구지 선사가 깨달았다. 자기가 참구(參究)하던 진리를 활연이 깨닫고 본성을 알았다. 그 후에는 누가 법문을 들으려 오든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나의 이 한 손가락에 백 천가지 삼매와 무량한 오묘한 이치가 있다. 내가 천용 화상에게 한 손가락선(一指禪)을 얻어서 일생동안 수용해도 다함이 없다.』하였다. 누가와도 손가락만 내보였지 다른 법문은 다른 법문은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먼 곳에서 구지 선사에게 어떤 사람이 법을 물으러 왔는데 마침 구지 선사는 출타하고, 시봉하는 어린 동자 하나가 암자를 지키고 있었다. 동자에게 『내가 수백 리 밖에서 법문을 들으러 왔는데 스님이 안 계시니 큰일이구나』하고 걱정을 하니, 『우리 스님 법문은 나도 할 수 있습니다. 나한테 듣고 가시면 됩니다. 우리 스님 법문은 내가 많이 보고 들어서 나도 여간 잘하지 않습니다.』
『그럼 네가 좀 해주렴』『그럼 어떤 것이 불법의 적절한 뜻입니까? 하고 물으십시오.』 『어떤 것이 불법의 적절한 뜻입니까?』하니 동자가 손가락을 내민다. 『우리 스님의 법문이 늘 이렇습니다.』그 사람이 법문을 잘 듣고 갔다. 구지 선사가 돌아오니까 시자가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다. 구지 선사가 칼을 갈아서 감추고 있다가 시자를 불러서, 『너. 아까 그 법문 새로 한번 해보아라. 어떤 것이 불법의 적실 한 뜻이냐?』시자가 손가락을 쑥 내민다. 손가락을 거머쥐고 칼로 싹둑 끊어버렸다. 동자가 울며 달아나는 것을 부르니 돌아보는 것을 『어떤 것이 불법의 적실 한 뜻이냐?』하니 손가락을 쑥 내미는데 손가락이 있어야지, 거기서 동자는 활연이 깨달았다.

  있고 없고 상관없는 것

  자기 스님은 손가락을 보고 깨닫고 자기는 손가락이 없는데서 깨달았다. 이 법은 있는데도 없는데도 속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오묘함이 있다. 구지 선사의 얻은 것은 손가락에 있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을 여윈 것도 아니다. 다른 스님들의 법문은 해석이 있지만은 이 구지 선사의 손가락 법문에는 해석이 없고 다만 정주(汀洲) 법연 선사(法然禪師)의 송(頌)이 전하여 오고 있다.
  가인수기뢰소두(佳人睡起瀨梳頭) 파득금채삽편휴(把得金釵揷便休)
  대저환타기골호(大抵還他肌骨好) 불도홍분야풍류(不塗紅粉也風流)
  아름다운 미인은 자고 나서, 머리도 빗지 않고
  금비녀로 장단도 하지 않고,
  분을 바르지 않아도 살결이 원래 곱고,
  자태가 너무나 요염하여 그대로 풍류가 넘친다.
  이 게송의 뜻은 구지 선사의 손가락 드는 법문은 해석을 붙이지 않아도 눈 밝은 사람이 그대로 보면 그만 안다는 뜻이다.
  천청일두출(天晴日頭出) 우하지상습(雨下地上濕)
  진정도요설(盡情都了說) 지공신불급(只恐信不及)
  하늘이 맑으니 해가 빛나고,
  비가 내리니 대지가 젖도다.
  생각을 다해 다 설파하였는데,
  다만 믿지 않을까 두렵도다.
  (할 일할(喝 一喝) 하좌.)

 

  바로 잡음
  前號(통권 제9호) 9페이지 『賁月昑月하는 도리 』下의 제 2행을 『미래가 있다고 하지만 진리자리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끊어졌고 전생도 금생도 없는 것이다.』로 바로 잡습니다. (편집부)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