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도 오온(五蘊)의 생멸(生滅)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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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도 오온(五蘊)의 생멸(生滅)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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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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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설법 | 아짠 마하 부와의 수행법문-열한 번째 법회(1)

이 글은 태국을 대표하는 위빠사나 대선사, 아짠 마하 부와가 영국을 초청방문하여(1974년 6월) 설한 법문과 질의 응답들을 수록한 수행법문집, 『The Dhamma Teaching of Acariya Maha Boowa in London』 중, 열한 번째 법회의 질의 응답입니다.
문 : 오온(五蘊)의 생멸(生滅)을 알아차리는 수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답 : 오온은 인간을 구성하는 정신과 물질의 5가지 구성요소인 색(色, 몸)·수(受, 느낌)·상(想, 인식, 표상작용)·행(行, 의지)·식(識, 의식, 아는 마음)을 이릅니다. 색온은 물질, 수온·상온·행온·식온은 마음으로 분류됩니다. 마음을 보다 세밀히 분류하면, 식은 마음, 수·상·행은 마음의 작용으로 구분됩니다.
이들 오온은 개별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결합되어 일체를 이루므로 ‘온(蘊, 집합)’이라 이릅니다. 붓다께서는 이 오온을 대상으로 삼아 마음챙김에 주력하면 번뇌망상이 제거되어 실재(實在)를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가 계발된다고 설하셨습니다.
오온 중에서도 몸의 움직임은 마음에 강한 흔적을 남기므로 몸[色]을 마음챙김의 ‘기준대상’으로 삼으면 알아차림이 수월해 효과적입니다.
의식이 일어나면, 모양[色]이 시각기관에 작용하는 동시에 느낌[受]이 일어납니다. 느낌을 마음챙김의 대상으로 삼으면 몸보다는 알아차림이 어렵지만, 일단 가능해지기만 하면 수행이 빠르게 향상됩니다. 느낌 관찰 시, 싫은 느낌은 밀쳐내고 좋은 느낌만 대상으로 선택하려 들면 알아차림이 퇴보하므로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알아차려 고정관념의 아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또한, 느낌 자체를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배나 발의 움직임[色]을 기준대상으로 삼아 마음챙김하다가 느낌이 일어나면 그 새로운 대상으로 주시(sati)를 옮겨 알아차린 다음, 즉시 기준대상(배나 발 등)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수련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만일 그 느낌이 배나 발을 주시하는 기존의 수련을 그다지 방해하지 않는다면 느낌이 일어났다는 것만 인지하고 계속 기준대상에 마음챙김해야 수행진전에 속도가 붙습니다.
모양과 느낌이 일어나면 인식·표상작용[想]도 작동해 형상, 색상, 길이, 고저 등을 인식하게 되며, 의지[行]도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의식 기관들을 작동시킵니다. 이 상(想)·행(行)·식(識)에 대한 마음챙김도 느낌[受] 관찰 시와 마찬가지로 몸[色]을 기준대상으로 삼아 주시하다 상·행·식이 발생하면 즉시 알아차린 다음 다시 기준대상으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수련하십시오.
마음챙김의 대상은 색보다는 수, 수보다는 상, 상보다는 행, 행보다는 식이 알아차리기가 좀 더 난해합니다. 그렇다고 색에서 시작해 식까지 순서대로 수련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해 수행이 퇴보할 수도 있습니다.
몸을 대상으로 마음챙김할 때, 수·상·행·식이 뒤섞여 일어나는 경우에는 하나씩 일어난 순서대로 알아차리거나,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 알아차린 다음, 기준대상인 몸으로 되돌아옵니다.
오온(五蘊) 통찰의 이로움
이처럼 함께 일어나 함께 사라져버리는 오온에 대한 마음챙김 수련이 심화되면,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 외에는 아무 것도 실재하지 않음을 통찰하게 되므로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의 진리를 절로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단지 오온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에 불과하며, 오온의 본질은 고통일 뿐임을 절감하게 되면 깊은 환멸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나’라는 인격체가 존재한다는 착각과 세속적 갈애(渴愛)에서 벗어나 윤회의 사슬을 끊어버리는 열반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일례로, 위빠사나 수행으로 오온의 생멸을 알아차리게 되면 갈애가 일어나도 순식간에 사라져 소멸되어버림을 이미 이해하고 있기에 집착이 차단되므로, 연기의 과정이 중도에서 와해되어 갈애가 제거되기 마련입니다. 만일 수행의 선업을 쌓지 못한 속인(俗人)의 경우라면, 갈애가 일어나면 집착이 뒤따라 업에 따른 행위가 이어지므로 새로운 생(生)의 초래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처럼 오온의 생멸에 대한 통찰로 무지(無智)에서 벗어나 윤회를 멈출 수 있는 능력은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서만 키워질 수 있습니다. 연기법에 의하면, 무지가 지혜로 승화되면 업이 초래한 의지나 행위는 의식과 결합될 에너지를 상실하게 되므로 재생(再生)을 야기하는 어떤 결과도 생성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애초부터 윤회의 사슬이 엮어질 수 없으므로 저절로 열반이 구현되는 것입니다.

김해양 | 한국외국어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문학과 예술사를,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오랜 기간 저널리즘에 종사하면서 전문지 및 출판사 편집데스크 등을 역임했으며, 수행에 관심을 돌려 불교·명상서를 번역 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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