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행자의 목소리
새벽 어둠을 거두어 내며 아들아이와 함께 절로 향하는 이 새해 첫 날. 참으로 평온하고 감사하다.
아침잠이 많은 아들아이가 선선히 나서 준 것도 감사하고 이른 아침 아무리 조심하려 해도 약간은 수선스러웠을 텐데도 아무런 불평 없는 남편과 딸에게도 감사하다. 더욱이 이렇게 마음 내면 언제나 갈 수 있는 우리 절 봉영사가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늘이 지나고 또 다시 새벽을 맞이해도 여전히 새롭겠지만 굳이 새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보니 오늘 이 순간이 더 귀한 시간이고 특별하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벌써 부지런한 신도님들이 오셔서 예불시간을 조용히 기다리고 계셨다. 예를 올리고 가만히 앉아 부처님을 바라보니 늘 변함없는 자비의 미소로 반겨주신다.
모든 만물이 무명에서 깨어나기를, 부지런히 정진하기를 일깨워 주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스님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 가슴마다 새겨져 온다. 두 시간 정도 진행되는 예불시간 내내 마음은 더 없이 고요해지고 경건해진다. 그리고 저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가득 밀려오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들아이는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가 국립공원에 취업을 해서 번 작은 보수로 한 달 동안 미국일주를 하고 돌아온 아이는 많이 어른스러워지고 앞으로의 진로 때문에 고뇌하는 빛이 역력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해야겠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듯했다. 좀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뇌할 줄 아는 그런 모습이 철이 난 듯하여 듬직해 보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되었다.
오늘, 새해 첫날 이 새벽에 아들아이는 부처님 앞에서 자신을 좀더 추스리고 큰 서원을 세우고 정진할 의지력을 키우지는 않았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예불이 끝나고 동참한 도반들과 합장인사를 나누었다. 새해인사가 오가는 도반들 얼굴은 모두 환하고 행복해 보인다.
“승준아. 올해에도 건강하고 네가 하고자 하는 공부 열심히 해라.”
“네. 엄마두 건강하세요.”
희뿌옇게 밝아오는 새벽녘 집으로 향하는 길에 아들과 나는 이렇게 덕담을 나누었다. 어려운 공부를 앞둔 아들에게 난 마음 속 깊이 발원과 더불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부처님 법에 의지하고 지혜에 의지해서 늘 마음 잘 챙기고 살기를. 이 사회에서 필요한 몫을 다하고 부디 행복하기를. 그리고 아들아이라 부를 수 있는 네가 있고 서로 의지할수 있는 아버지가 계시고 친구 같은 너희 누나가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때로는 의견이 안 맞아 얼굴 붉힐 일도 많지만 가족이라는 이 울타리는 늘 우리 마음속에 가장 편안한 존재이며 귀한 인연의 텃밭이다. 내년 새해에는 온 가족이 함께 새벽예불에 동참하기를 덧붙여 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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