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이 기승을 부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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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이 기승을 부릴 때
  • 관리자
  • 승인 2003.10.27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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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하다 보면 순조롭게 잘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평소에 아무 문제가 없던 물건이 느닷없이 말썽을 일으키기도 하고 별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들과 시비가 붙기도 하며 아무 일 없던 집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순조롭던 사업도 난데없이 장애에 부딪치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없던 작고 큰 이런 저런 일로 원만한 기도를 올리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이런 일을 불교에서는 마장(魔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도를 하지 않아 그런 일이 생긴다면 기도를 안 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겠으나 기도를 하는데 그런 일이 생긴다면 좀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 기도를 하지 않을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기도를 하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질까? 때로는 이런 회의 끝에 기도를 중단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마장이 기승을 부릴 때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일은, 마장이 마장이 아니라 사실은 '기도가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기도를 방해하고 기도 성취가 어려운 징조를 뜻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기도가 원만하게 회향되고 있으며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된다는 격려인 것입니다. 물론 기도를 잘못하면 당연히 마장이 올 수 있으나 기도에 별 문제가 없는데도 마장이 기승을 부린다면 우리는 꼭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도가 이루어져 가면 갈수록, 마장은 기승을 부립니다. 평소에는 전혀 문제가 없던 일들이 문제를 일으키며 난리를 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도 때 기승을 부리는 이런 마장은 사실은 업장의 소멸을 뜻합니다.


평소에는 시절 인연이 아직 아니어서 숨어서 익기만을 기다리던 업장들이 기도의 밝은 힘으로 채 익기도 전에 수면위로 떠 오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 중에 떠 오르는 업장들은 아직은 채 익지 않은 것이라 당연히 그 파괴력이 한결 약해집니다. 따라서 기도 없이 맞이한다면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엄청난 업장이라도, 기도 중에는 그저 약간의 피해만 주고 소멸이 되는 것입니다.



기도가 끝나 갈 무렵에는 이제는 더욱더 큰 마장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세력이 별 것 아닐 때는 방관하지만 세력이 점점 강해지면 엄청난 견제가 들어가듯, 마장도 기도가 끝나가고 원만한 회향이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큰 힘으로 방해를 하려 드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사막에서 40 여일 단식 기도하실 때도 그랬고,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 성불을 이루실 때도 그러하였습니다.



그러니 마장이 기승을 부릴 때 마장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나약해 지고 기도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보리심, 더 큰 용맹심을 내어야 합니다. 더 큰 밝은 마음, 더 큰 정성을 일으켜 부처님께 바쳐야 합니다. 그리하여 마장의 거친 바람을 부처님 원력으로 맞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기도할 때 마장이 닥치는 것은 어쩌면 기뻐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원만한 회향이 가까이 오고 있으며 우리의 소망은 멀지 않아 이루어진다는 징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참된 불자라면 오히려 마장에 감사하고 이렇게 서원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아! 이제 원만한 회향이 가까이 왔구나! 내가 더 용기를 내어야겠구나! 더 힘써 정진해야겠구나! 마장아 고맙다! 나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줘서... 부처님, 더욱더 힘을 내겠습니다, 더욱 큰 정진으로 꼭 원만한 기도, 부처님께 공양 올리겠습니다...


이런 서원과 함께 더욱더 정진해 나가면, 언제부터인가 마장의 힘이 현격히 약해지며 물러나가는 것을 때로는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도를 열심히 여법하게 해 나가는 데도 얼토당토 않는 문제가 벌어지고 난데없이 힘든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그것이 곧 마장임을 얼른 알아 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마장이 크면 클수록, 우리를 괴롭히는 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도는 더 크게 이루어짐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마장이 기승을 부릴 때 마장을 원망하고 기도를 힘들어하며 공덕을 의심할 게 아니라, 더욱더 밝은 마음을 내어 더 큰 정진, 더 큰 정성을 부처님 앞에 바쳐나가야 하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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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2021-02-23 12:47:08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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