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광덕 스님 법어록』이 출간됐다. ‘광덕 스님 법어록 편찬위원회’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광덕 스님의 법문을 취합하고 엄선해 한 권의 법어록으로 집대성했다. 불광 창립 50주년 기념법회에 맞춰 출간한 3년에 걸친 대작 불사다.
광덕 스님과의 인연, 10년 동안의 발원
『광덕 스님 법어록』 편찬은 이를 주도한 이정민(법명 혜은慧垠) 불광사 불광법회 9·10대 회장의 오랜 서원이기도 했다.
“2014년 불광법회 9대 회장 소임을 볼 때, 불광사 중창불사가 완공되고 불광 창립 40주년 기념법회가 성대하게 치러졌어요. 전법도량 불광사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광덕 큰스님의 바라밀 사상을 체계화하는 과정이 필요했죠. 또 큰스님의 가르침을 보다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서 큰스님의 법어집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불광 창립 50주년 전까지 간추린 법어록을 발간해야겠다는 발원을 했죠.”
광덕 스님과의 인연은 1988년 서울에서 대전으로 출장 가는 기차 안에서 시작됐다. 무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이정민 회장은 가지고 있던 고민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 비어 있던 스님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가 토로하는 질문마다 스님은 명쾌한 답을 줬다. 그동안 품었던 의문들이 확연히 풀리는 순간이었다. 스님께 사찰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 하니, 잠실 불광사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출장을 마친 그 주 주말에 바로 불광사로 향했다.
“광덕 큰스님의 법문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이 탁 트이고 밝은 빛이 온몸에 부어짐을 느꼈습니다. 법문이 끝나고 모든 대중이 한마음으로 장엄하게 마하반야바라밀 염송을 하는 데 크게 감동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내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는데, ‘나는 불광사와 진짜 깊은 인연이 될 운명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죠.
그 이후로 불광사 청년회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금강법등(청년법회) 마하보살, 보현구 초대 명등보살, 불광법회 부회장(2010~2013 7·8대)과 회장(2014~2017 9·10대) 소임을 봤습니다. 청년회에서 반려자도 만났고요. 결혼식 주례는 광덕 스님이 봐주셨는데, 지금도 저희 안방에는 큰스님이 주례하시는 결혼식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운 광덕 스님의 법어
이정민 회장은 1993년 업무차 해외로 나가 있을 때 스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스님의 법문이 녹음된 테이프를 찾아 들었다. 스님의 육성 법문을 들을 때마다 감동적이고 환희심이 나면서 큰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1999년 광덕 스님 입적 후 2001년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2015년부터 법문 공부 모임을 만들어 2018년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불광사 교육원에서 진행했다(1956년 서울 대각사에서 대각회를 창립해 도심 전법 활동에 나섰던 광덕 스님이 목요일 저녁마다 법회를 열었던 까닭이다). 2000년대 초부터 불광 형제들이 스님의 법문 녹취 봉사를 해서 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모임에서 녹취가 누락된 것들을 보완하고 종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법도량으로서 불광사 모든 신도가 전법자가 되길 원했던 스님의 유훈을 받들기 위해, 불광법회 10대 회장을 맡던 2017년 바라밀 전법단을 만들어 운동을 전개해나갔다. 전법단에서는 BTN 라디오·TV에서 방영되던 스님의 1~2시간 분량의 육성 법문을 20분짜리 방송 분량에 맞춰 재편집하는 일도 도맡아 했다.
“큰스님의 법문은 저의 인생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진리 세계가 어떠한 것인지, 우리가 태어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잡이를 해줬습니다. 우리 모두가 부처님 무량공덕 생명이라는 선언과 반야바라밀 가르침에 한없이 젖어 들곤 했습니다. 그런 법어들을 모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책 한 권으로 내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보니 책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고민하던 중 엑기스만을 엄선해 법어록 형식으로 내게 됐습니다.”
광덕 스님의 육성 법어 녹취록은 물론, 이제까지 출판된 스님의 전집과 저서, 월간 「불광」, 신문, 방송 등 수많은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법어록을 만들었다. 편찬위원회 수석자문위원 서재영 박사, 불광연구원에서 활동한 지미령 박사 등이 힘을 보탰다. 방대한 스님의 법문을 정리할 때 편집 방향에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일까?
“큰스님 사상과 가르침의 정수를 주제별로 세분화해서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대중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뒀습니다. 크게 보면 사상·생활·사회 편으로 나눠집니다. 반야바라밀을 믿고, 보현행원을 실천해, 수행과 깨달음으로 불국정토를 이뤄나가는 스님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광덕 스님 법어록』입니다. 업무상 해외 출장이 잦은데 이제는 법어록을 어디든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독송하고자 합니다. 법어록에는 경제활동과 일에 대한 가르침도 있습니다.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입니다.”
불광 50년, 한국을 넘어
“우리는 횃불이다 스스로 타오르며 역사를 밝힌다.”
- 광덕 스님“여기에 어찌 대립과 투쟁이 있을 수 있겠는가. 뜨거운 단결과 협동만이 있다. 겨레는 진리로 하나가 된다. 세계를 진리로 꽃피우고 인류의 가슴속에 뜨거운 진리의 피가 함께 넘쳐흐를 때 어느 곳에 투쟁하고 정복할 적이 남아 있겠는가. 중생이 일심이요, 세계는 일화(一花)라는 사실만이 현전할 것이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 『광덕 스님 법어록』, 「제4부 불교의 사회적 실천」, ‘제4장 세계평화와 불국토’ 중에서
광덕 스님이 도심포교와 문서포교를 위해 1974년 창립·창간한 불광회와 월간 「불광」 50주년 기념법회와 기념식이 지난 11월 모두 마무리됐다. 횃불처럼 일어난 불광 50년의 저변에는 전법을 최우선시하는 광덕 스님의 크신 뜻을 계승해온 불광 행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정민 회장은 그 횃불이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길 바란다.
우선은 현재 500여 쪽 분량인 『광덕 스님 법어록』을 100쪽으로 축약해서 영어, 스페인어, 일어 등 여러 외국어 번역본으로 만드는 것을 꿈꾼다. 번역본은 모연을 해서 좀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불광이 한국을 넘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시대가 곧 열릴 거라고 확신한다.
“불광 형제들은 큰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합니다. 보현행원으로 보리를 이루고 스스로 타오르는 횃불이 되어 이웃을 밝히고 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정진 해야 합니다. 나를 위한 불광에서 이웃을 위한 불광, 온 인류의 행복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도량이자, 전법으로 정토를 성취하는 불광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광덕 큰스님의 유훈을 받들어 불광의 후계들이 열심히 해야겠죠. 또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은 2018년까지 존속하다가 현재는 중단된 바라밀 전법단이 다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광덕 스님의 말씀과 글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샘물처럼 오늘 우리의 행복을 창조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불광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광덕 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의 정수를 접할 수 있도록 방대한 법문을 3년여에 걸쳐 엄선하고 주제별로 분류했다. 법어록에 담긴 지혜의 가르침은 모든 인간이 본래 평등하고 완전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