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1월 창간호를 발간한 월간 「불광」이 50년 역사를 맞았다. 5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월간 「불광」에는 많은 글과 사진이 실렸다. 불교 역사에 자취를 남긴 수많은 고승과 불자들의 밀도 있는 글이 실렸고, 당대의 불교를 기록한 사진이 실렸다.
2024년 11월, 월간 「불광」 창간 5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실린 사진들을 중심으로 지난 50년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옛 추억으로만 기억될 모습이 한 장의 사진에 담겨 있기도 하다. 지금의 글과 사진이 먼 훗날 불광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는 책임감을 느낀다.
월간 「불광」 최초의 사진은 1975년 8월호에 실린 안장헌 작가의 상원사 동종(국보) 비천상이다. 이 사진을 시작으로 2024년 9월호에 실린 화엄사 홍매화 사진에 이르기까지, 월간 「불광」 50년의 세월을 담은 총 360여 점의 사진을 11월호 특집에 실었다.
쉼 없이 쌓인 사진들은 43만 8,000이라는 시간만으로도 빛나는 것들이라 선 뜻 고를 수 없었다. 월간 「불광」이 지나온 시간에 의미를 두고 기록성이 짙은 사진을 먼저 골랐다. 사진 배치 또한 실린 순서를 우선 했다. 다만 몇몇 사진들은 편집 디자인을 고려해 적절히 배치했다. 2010년 중후반 이후 사진들은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도 머지않은 미래에 나타날 변화를 생각하며 기록성이라는 기준을 지키려 했다. 선별된 각각의 사진들에는 당시의 캡션이나 글을 넣었고, 바뀐 현재의 모습을 설명하는 글을 덧붙이기도 했다.
고른 사진들은 잡지의 형식과 내용에 따라 여섯 시기로 나눠 실었다. 잡지에 맨 처음 실린 상원사 동종 비천 사진 이후로 여러 사진이 쓰였으나, 저작권 표기는 4년 뒤인 1979년 8월호의 영탑사 금동삼존불상(안장헌)에 이르러서였다. 이를 보아 창간호부터 90년대 초까지 쓰인 사진들은 글을 보조하는 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 이후 합류한 사진작가들은 편집 디자인에 참여하며 사진의 독자성을 보이려 한다. 이때부터 불광 사진의 색깔과 실체가 만들어진다. 관조 스님과 안장헌 작가가 글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지 않았다는 것일 뿐 불광 사진의 실체와 멀리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의 사진은 해를 더할수록 든든한 불광의 후광이 될 것이다. 두 작가와 맺은 인연을 꾸준히 이으며 불광 사진의 기틀을 다진 발행인 스님과 편집자들 안목에 경의를 표한다.
켜켜이 먼지 쌓인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보이는 사진들에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졌다. 마치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발행된 모든 잡지를 가지고 있다’라는 독자를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 귀한 자료들을 이른 시간 안에 디지털 자료로 만드는 것이 우리 후배들의 중요한 몫이라 생각했다. 그런 뒤라면 이번에 담지 못한 사진들을 모아 전혀 다른 감성의 ‘불광의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다가올 불광 100년의 초석을 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획을 진행하며 가장 걱정했던 점은 ‘안장헌·구본창·윤명숙 등의 작가들의 필름 원고를 받을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세 작가 모두 예상보다 빠르게 원고를 보내줬다. 촬영부터 보관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과정도 걸림이 없는 대가다운 모습들이었다. 세 작가 외에도 ‘잡지 사진’이라는 성격이 다른 사진들 틈에 자신들의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준 강운구·육명심·이갑철 작가, 그리고 고(故) 한정식 작가의 가족분들과 불광의 50년을 함께 쓴 하지권· 최배문 작가에게도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글. 유동영(월간 「불광」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