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돌이 되고 나무가 되고 산이 되는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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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돌이 되고 나무가 되고 산이 되는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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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7.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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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나흐마노비치 지음|권혜림 옮김|280쪽|18,000원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지음|권혜림 옮김|280쪽|18,000원

좋은 책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많아서 자주 밑줄을 긋게 됩니다. 이번에 나온 《무엇이 삶을 놀이로 만드는가》가 그런 책 중 하나입니다. 책을 만들면서, 거의 모든 장마다 밑줄을 그어 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중 한 대목,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제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을 소개합니다.
 

일상이 영감의 순간이 되면 발리족 사람들이 말하듯 특별한 예술이란 없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예술이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미리 쓰인 각본이나 경직된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다. 행동이 곧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창조성을 발휘하고 실현하는 비결입니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일상을 영감의 순간’으로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즉흥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깨달은 바와 미켈란젤로・모차르트・베토벤・고흐・레오나르도 다 빈치・중국과 일본의 옛 선사들이 보여 준 삶의 태도를 들려줍니다. 그 모든 반짝이는 통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항상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
     둘째, (기대・욕심・두려움・자기 자신마저) 내려놓을 것.
     셋째, 기술이 무의식화될 때까지 연습할 것.

어떤가요, 참 쉽죠? 어쩌면 조금 뻔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실은 원래 단순하고 간단한 법! 다만 머리로 이해하기는 쉽지만 몸으로 실천하기는 어렵지요. 실제로 현실에서 이 세 가지를 행동에 옮기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오히려 대부분 사람이 이와는 정반대로 살아가지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과거와 미래에 얽매여 살고, 비우기보다 채우기에 급급하고, 노력에 투자하기보다 효율성을 찾아 기웃거립니다.
 


여기 또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예술적 창조성은 잘 훈련받고 숙련된 성인 예술가가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의 맑고 순수한 놀이 의식의 원천을 활용할 때 만개한다.

 


혹시 놀이하는 아이들을 보신 적 있나요? 놀이할 때 아이들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놉니다. 돌 하나, 나뭇잎 하나조차 재밌는 놀이 재료가 됩니다. 그리고 놀이에 완전히 몰입해서 스스로 돌이 되고 나무가 되고 산이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창조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그것에 다가설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말합니다. 창조성을 찾고 싶거들랑 아이들의 놀이처럼 삶을 대하라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지금 하고 있는 그 일과 하나가 되라고. 그러면 일상의 모든 순간을 창조적 순간들로 경험하게 될 거라고 말입니다.

잠시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며칠 전 블록 놀이에 푹 빠진 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놀다가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아니야, 그렇게 만들면 안 돼. 설명서를 잘 보고 따라 해야지.’ 블록 놀이를 하는 데 ‘아니’어야 할 게 뭐가 있다고 그런 소릴 한 건지, 돌이켜 보면 자유롭게 펼쳐지는 아이의 상상력을 틀에 박힌 어른의 시선으로 방해한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입니다. 더불어 그동안 나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강요와 제한의 말을 던져 왔는지도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혹시 저처럼 무언중에 자기 자신에게 강요와 제한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는 않나요?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는 말로 스스로의 창조성을 옭아매고 있지는 않나요? 언제나 가장 큰 적은 바깥이 아닌 내부에 있다는 가르침은, 창조성에 관한 이야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인생의 진리라는 생각입니다.

“지극한 도(道)란 어렵지 않으니
단지 분별하는 마음만 버리면 된다”
- 승찬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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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나흐마노비치(Stephen Nachmanovitch)
스티븐 나흐마노비치는 공연예술, 멀티미디어, 생태학, 철학의 교차점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가르치며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즉흥 바이올린 연주자다. 1971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75년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에 대한 연구로 인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에 바이올린비올라전자 바이올린 등 현악기 즉흥 연주의 선구자로 활약했으며, 여러 음악원과 대학에서 전문가 클래스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라디오, 텔레비전, 음악 및 연극 페스티벌에도 다수 출연했다. 현재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등 미디어 분야에서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미술, 음악, 문학, 컴퓨터 기술을 융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멀티미디어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창조성과 예술의 정신적 토대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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