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B급 스님들] 풍속화에 나타난 조선시대 스님들
상태바
[조선의 B급 스님들] 풍속화에 나타난 조선시대 스님들
  • 불광미디어
  • 승인 2023.08.23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홍도, 『행려풍속도병』의 부분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 후기에 그려진 풍속화가 제법 전해진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이 대표적이고, 둘은 스님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도 남겼다. 김홍도의 ‘시주를 청하는 스님’과 신윤복의 ‘단오’ 풍경이 언뜻 떠오른다. 잘 알려지지 않은 김홍도의 그림을 보자. 『김홍도필 행려풍속도 8폭 병풍(金弘道筆 行旅風俗圖 八幅 屛風)』이라는 그림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행려풍속이라는 말은 선비가 세속을 유람하면서 보는 풍경을 담은 풍속이다. 

서른넷이 된 김홍도가 강희언의 집에서 그렸다. 그림마다 표암 강세황의 평이 적혀 있다. 다섯 번째 그림을 보자. 노새를 타고 가는 선비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보고 있다. 저 멀리 뒤로는 또 한 명의 선비가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님은 고깔모자를 쓰고 걸망을 지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얼핏 보면 앞선 사람들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강세황은 이 그림에 글로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다리 아래 물새는 노새의 발굽 소리에 놀라고
노새는 날아오르는 물새에 놀라고
길가는 사람은 놀라는 노새에 놀란다.
놀라는 모양새가 입신의 경지다.”
- 표암이 평하다

금강산의 삼불암(三佛庵)을 화폭에 담았다. 삼불암 바로 앞에 선비와 민머리를 한 사람이 있다. 아마도 스님일 것이다. 조금 멀리에도 두 명의 선비와 또 한 명의 민머리 스님이 있다. 세 명의 선비와 두 명의 스님은 『금강산도권(金剛山圖卷)』이라는 화첩에 계속 등장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강산도권』 화첩에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와 절을 포함한 75곳을 그렸다. 신익성(申翊聖, 1588~1644)의 그림으로 전해지나, 안내문에는 19세기 이후의 작품으로 설명돼 있다. 기암절벽을 양옆으로 두고 폭포를 그렸다. 
그림에는 ‘우는 계곡의 연못이 돌을 때리니, 맑은 날에도 바람 불고 우레가 친다’는 뜻의 “명연촉석(鳴淵觸石) 백일풍뢰(白日風雷)”라는 글씨가 있다
『금강산도권』 화첩 중 옥류동(玉流洞) 계곡 그림이다. ‘옥 같은 맑은 물이 구슬처럼 흘러내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구룡폭포와 함께 금강산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그림 아래에 선비와 스님네들이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다. 
『금강산도권』 화첩의 소제목은 원통암(圓通庵)이다. 외금강의 원통암과 구분하기 위해 내(內)원통암으로 적혀 있다. 기암괴석이 즐비하며 내금강 권역의 주요 명승지로 꼽혀왔다. 원통암 개울 건너에 선비와 스님이 보인다. 

 

수륙재(水陸齋)와 놀이를 통해 스님네들은 일반 백성과 자주 접했다. 수륙재는 조선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나라에서 행하는 큰 의식이었다. 나라에서 행하는 의례는 폐지됐으나 민(民)과 함께 조선시대 내내 진행됐다. 스님네들이 진행하는 놀이는 조선시대에 사찰이 유지될 수 있었던 큰 힘이었다. 시주와 공양의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근세 초 풍속화를 남긴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도 수륙재를 그림을 제법 남겼다. 기산의 그림은 조선의 풍속을 그려 서양인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는데, 그의 작품은 유럽은 물론 러시아·미국·캐나다·일본 등 전 세계 20여 곳의 박물관에 남아 있다.

병풍으로 그려진 듯한 풍속화 8점 중 한 폭이다. 길거리와 시장에서 펼쳐지는 여러 일상을 담은 그림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한 폭의 그림에 시장에서 놀이하는 몇 사람과 구경꾼들이 그려져 있다. 왼편에 다리 위를 무심하게 지나가는 여인이 있고, 밑으로 소고(小鼓)를 두드리는 스님인 듯한 두 명이 있다. 앞쪽으로 청(請)하는 듯한 여인과 또 다른 두 명의 연희자가 있다. 시주를 청하는 것일까?

『기산풍속화첩(基山風俗畵帖)』 중 〈석도무요(釋徒舞躍)〉. ‘불도의 무리(釋徒)’라는 제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수륙재의 모습일 듯하다. 무동이 사람 위에 올라 춤을 추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기산풍속화첩』 중 <범궁무락(梵宮舞樂)>. 수륙재를 지내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이다. 법고를 치고 대금을 불고 있는 모습, 바라춤을 추는 스님이 그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에 유숙(劉淑)이 그린 <세검정(洗劍亭)>. 한양에 있는 세검정을 그린 그림이다. 정자 안에 선비들이 몇 명 있고 밖으로 스님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