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우리나라에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티베트불교의 중요 수행서가 한 권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보리도등론입니다. 티베트불교만의 독특한 수행체계인 ‘보리도차제’의 사상적 뿌리가 되는 문헌이자 교리의 기틀을 다진 논서입니다. 그래서 도차제 사상을 체계화한 쫑카파 대사가 람림첸모(보리도차제광론)의 서두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이 교계(敎系)의 규범이 된 책은 『보리도등론』이다. 그러므로 그 논서의 저자 아띠쌰가 이 『람림첸모』의 저자인 셈이기도 하다.”
보리도등론』의 저자 아띠쌰는 인도 비끄라마씰라 사원의 장로로 있던 고승으로 후기 인도불교의 사상에 정통했으며, 현교와 밀교 양측의 가르침을 모두 깊이 알고 있는 뛰어난 스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쇠퇴해 가는 티베트불교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티베트의 법왕 장춥외의 간절한 요청에 응하여 1042년 티베트로 초청받게 됩니다. 초청을 수락하기로 마음 먹은 뒤에는 비끄라마씰라 사원의 대중들이 자신을 보내주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순례를 핑계로 길을 떠났다고 할 정도로, 학식과 수행 모두 높은 경지에 오른 스님이었던 겁니다.
티베트에 도착한 아띠쌰 스님에게 법왕 장춥외는 당시 온갖 사견(邪見)과 비행 등의 심각한 문제로 인해 쇠퇴의 길에 들어서 있던 티베트불교를 정화하기 위한 바른 법의 등불을 밝혀 달라고 청하였는데, 그 간청에 대한 답이 바로 『보리도등론』이었습니다. 아띠쌰는 이 논서에서 후기 인도불교의 사상은 물론이고, 현교와 밀교 양측의 견해와 가르침을 모두 녹여내어 서로를 무시하거나 배격함 없이, 그 둘을 함께 닦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티베트불교는 ‘현밀쌍수’의 불교로 발전하게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티베트불교를 대표하는 수행서이자 교리의 기본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리도등론을 읽고 단번에 모든 가르침을 파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68구의 게송이라는 짧은 분량 때문에 그 심오한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여 오해와 의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법왕 장춥외는 아띠쌰 스님에게 『보리도등론』의 내용 중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질문하였고, 그에 대해 아띠쌰 스님이 내놓은 것이 다양한 경전과 논서를 바탕으로 불분명한 부분을 명확히 밝혀낸 『보리도등론난처석』(이하 난처석)입니다.
물론 『보리도등론』에 대한 주석서가 『난처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만 꼽아보아도 무려 15종에 다다르지요. 하지만 저자 자신이 남긴 주석서라는 점에서 『보리도등론』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자 했는지, 본래의 의도를 가장 잘 밝힐 수 있는 주석서는 난처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티베트에서 저술된 다른 주석서들과는 달리, 인도 출신인 아띠쌰 스님의 주석서에는 인도 정통불교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지요.
티베트어 원전 완역 보리도등론난처석은 난처석의 티베트어 원전을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자 유일한 책입니다. 이미 보리도등론에 대한 역해서를 출간한 중암 스님이 원문과 다양한 주석서를 비교・대조하여 오류를 바로잡고, 번역어와 용어에 대해 상세하게 주석을 달아 두었습니다. 또한 부록을 통해 익숙하지 않은 티베트불교의 용어와 인물, 심지어 난처석에 인용된 다양한 경전과 논서에 대해 풍부하게 설명하고 있지요. 30여 년간 인도와 네팔에 머물며 수행과 경론 번역에 매진하고 있는 중암 스님의 공부와 수행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 책과 함께라면 낯설 수도 있는 티베트불교의 수행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