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
정찬주 지음, 416쪽, 18000원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만큼 값진 인연이 또 없을 겁니다. 좋은 스승을 만나면, 삶에 대한 바른 기준과 눈이 생겨서 때때로 힘들지언정 방황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누가 좋은 스승일까요? 지식과 기술이 풍부한 사람, 뛰어난 교수법(敎授法)을 가진 사람도 물론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제자를 향한 마음이 지극한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몰라서 답답해하는 마음에 공감하고, 배우려는 의지에 힘을 북돋고, 어떻게 해서든 알게 해주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섬겨야 할 좋은 스승이 아닐까요.
대표적인 예가 석가모니 부처님입니다. 보리수 아래서 정각을 이룬 부처님은 모든 중생이 부처의 성품을 타고났음에도 이를 알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진리를 깨닫게 해주고자 죽는 날까지 수만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하고 가르침을 폈습니다. 이것이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가르침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승해 온 스님 중에도 훌륭한 스승이 많습니다. 당장 떠올려 봐도 성철 스님, 법정 스님 같은 분이 계셨지요. 스타일은 달랐지만 온 국민이 존경하고 따를 만큼 두 분 모두 시대의 큰 스승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최근에 알게 된 스님 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부산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입니다.
수행자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하고 그들의 삶과 수행을 소설로 그려온 정찬주 작가의 최신작 《시간이 없다》는 30여 년간 간화선 대중화와 세계화에 매진해 온 수불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한국불교 정통 수행법이자 최상승 불교 수행법이라 불리지만, 정작 대중들에게 외면받아 온 간화선에 새 숨결을 불어넣은 수불 스님의 땀과 노력, 꿈을 그리고 있지요. 수불 스님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이 책을 만들면서 스님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고 참 좋은 분이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앞서 말한 좋은 스승의 조건, 포기함 없이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에게 길을 밝혀주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소설책을 읽다 보면 이런 궁금증이 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화를 토대로 한 팩션(Faction)을 볼 때 더 그렇습니다. 《시간이 없다》를 읽으면서도 그런 장면이 몇몇 있었습니다. 작가님에게 물어볼까 아니면 나중에라도 스님을 만나면 확인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냥 재미있게 본 소설 속 한 장면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뭐가 사실이고 아닌지를 따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나중에 꼭 한번 수불 스님을 찾아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지혜롭고, 남도 지혜롭게 해줄 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기 때문입니다.
혹 삶의 등대가 되어 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수불 스님을 추천합니다. 더불어 스님이 주인공인 소설 《시간이 없다》도 권합니다. 책을 읽고서 스님께 공부하러 왔다고 하면 왠지 조금 더 반갑게 맞아주실지도 모른다는, 잔망한 편집자의 장담할 수 없는 멘트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