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信心銘)>이라는 책을 아시나요? 선어록을 좀 읽어보셨다면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신심명>은 중국 선종의 3대 조사인 승찬 대사가 4글자씩 146구의 게송 형식으로 풀어낸 짧은 글인데, 중국에서는 불교 전래 후 저술된 ‘최고의 문자(文字)’로 꼽힙니다. 문장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그 안에는 깨달음은 거창하고 신비로운 무엇이 아니라 분별과 집착을 벗어나면 가능한 것이라는 ‘중도(中道)’의 가르침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신심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불교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처음 이 구절을 접했을 때, 멍해진 적이 있습니다. 깨달음이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수행하는 ‘소수’의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경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면 깨달음은, 그리고 불교는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법 스님의 신심명 강의》는 내 삶과 세계를 살리는 진리로서의 불교를 강조해 온 도법 스님이 <신심명>을 읽고 새롭게 풀어쓴 책입니다. 작년 여름, 실상사의 대중스님들이 뜻을 모아 안거 기간 동안 공부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모임의 첫 교재가 바로 <신심명>이었습니다. 이 공부 모임에서 도법 스님은 50년 만에 <신심명>을 다시 접하게 되었고, 20대 시절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공부의 결과입니다. 경전, 어록 등 다른 참고자료 없이, 오직 ‘상식의 눈’으로 읽으면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신심명>을 ‘알려준다’는 의미가 아닌, ‘읽는다’는 의미의 ‘중도연기의 눈으로 본 깨달음의 노래’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붓다의 가르침 중 핵심은 ‘중도연기’라고 여기는 스님의 시선으로 읽고 풀어낸 이 책을 읽다 보면 깨달음은 도달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무엇이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실현시킬 수 있는 경지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