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서방 극락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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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서방 극락정토
  • 현안 스님
  • 승인 2022.0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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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25)] 
Western Bliss Pure Land
아미타 부처님. 그림 서주 스님.

불광미디어와 함께 연재를 시작한 후 벌써 계절이 바뀌고 새해가 왔습니다. 작년엔 연재물에서 주로 선과 수행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새해에는 영화 스님의 정토 법문을 기반으로 서방 극락정토 이야기도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올해 연재물에서 서방 극락정토에 관해 다루고자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 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세상으로 가져온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불법으로 왕생법과 약사불법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한국 불교에서 이 두 가지 불법을 수행하거나 설명하는 일이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불자들은 정토왕생에 대한 궁금증과 염원이 큽니다. 이들을 위해 낮은 수준으로 취급당했던 염불 수행법과 미신처럼 전락하고 있는 왕생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극락정토나 죽음, 윤회, 사후 세계를 설명하려 든다면, 제 개인적인 의견과 혼란스러운 생각만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신 제 스승이신 영화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정토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출가 전까지 저는 오로지 선 수행만 고집했습니다. 정토법에 관련된 염불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모친을 비롯한 많은 분이 참선하기엔 너무나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출가하기 전부터 어머니가 명상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항상 실패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설득했지만 어머니는 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릴 방법 중 제가 아는 것은 선을 통한 방법뿐이었습니다.

출가 후 영화 스님이 저를 한국에 보냈는데, 어머니가 청주 보산사로 찾아왔습니다. 그날은 정토법회가 있는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일부러 자청해서 아미타경 염송과 아미타불 염불을 집전했습니다. 어머니는 불교에 대한 믿음은 없었지만, 딸이 하는 것이니 잠자코 따라 하셨습니다. 그 후 정토 염불법 덕분에 모친은 절에 자주 오게 됐고, 분당 보라선원으로 옮긴 후에도 아미타불 염불하는 날에는 늘 오셨습니다. 아미타불 염불이 어머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가 ‘나’라는 주체를 통해 참선만 고집했다면 모친을 도와드릴 수 없었을 겁니다.

제 모친과 같이 종교에 관심이 없고, 명상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정토법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정토 법문(Pure Land Dharma Door)은 『불설아미타경』에서 잘 설명돼 있습니다.

아미타설법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경에 따르면 첫째로 정토가 우주에서 가장 멋지고 장엄한 곳이라고 말합니다. 장엄하기로는 무상(無上, unsurpassed), 즉 이보다 더 나은 곳이 없습니다. 그만큼 정토에 거주하는 자는 부유하고 축복받습니다. 둘째로 그곳에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설명해 줍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죽었을 때, 아미타 부처님이 여기로 오셔서 우리를 거기까지 데려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합니다. 그래야 아미타 부처님의 세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생각보다 그리 멋지지 않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세상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보다 훨씬 좋다고 합니다.

사후에 우리에게는 49일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49일이 우리가 정토에 갈 큰 기회이며, 망쳐버리면 다시 가는 게 훨씬 더 어려워집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진 가장 뛰어난 기술력으로도 49일 만에 은하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정토까지 49일 안에 결코 도달할 수 없습니다. 정토는 너무나 멀어서 아미타 부처님께서 직접 오셔서 우리를 데려가는 방법이 유일한 길입니다.

그러므로 정토 법문은 타력법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땅은 저 멀리 있습니다. 우리가 거기에 스스로 도달할 수만 있다면, 아무도 정토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정토에 들어갈 수 있고, 저 사람은 안 된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국토는 문이 항상 열려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게 아닙니다. 너무 멀어서 우리 혼자 힘으로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타력이란 부처님의 힘을 뜻합니다. 궁극적으로 정토에 가려면 부처님께서 우릴 도와주셔야 합니다. 부처님의 도움은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오셔서 우릴 도와주시는 데 필수 조건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일심불란(一心不亂, with one mind and unconfused)으로 아미타 부처님의 명호를 10번 부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아미타 부처님이 분명히 오셔서 우리가 죽을 때 데려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명단에 올라가야만 임종 시 우릴 데려가실 겁니다. 그래서 이를 타력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아미타 부처님의 명단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명호를 일심불란으로 10번 부르려면 세 가지 필수 조건이 있는데, 믿음(Faith, 信), 서원(Vow, 願), 수행(Practice, 行)입니다. 이것이 정토 법문의 기본입니다. 믿음이 있어야 하고, 바른 가르침이어야 합니다. 스승이 설명하는데 여러분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으면 믿음이 부족한 것입니다. 여러분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다면, 그 믿음은 완전치 못합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일심불란, 즉 혼란 없이 일심으로 염불할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의 마음에 의심이 있다면 염불하는 도중에 ‘잘 모르겠어. 내가 왜 저 사람을 믿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일심불란으로 염불할 수 없습니다. 만일 누구든 일심불란으로 아미타 부처님의 명호를 열 번 부를 수 있다면, 임종 시 아미타 부처님은 우리를 접인해서 데려가신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심불란으로 염불할 수 있다면, 다른 이를 그 명단에 올려주기 위해 대신해서 염불해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 ‘조념(助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어떤 사람이 살생업을 많이 짓고 죽었다고 합시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은 귀신이 돼서 죽은 그를 괴롭히러 올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런 이를 위해서 염불하면 이 귀신들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 귀신들은 그 사람이 정토 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이를 대신해 염불하는 것은 위험이 큽니다. 영화 스님은 이런 조념 염불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런 위험성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조념염불을 합니다. 사실 이런 일에 연루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도 사실 아주 심각한 문제에 간섭하는 것입니다. 어떤 이가 죽어서 아귀가 되거나 지옥에 떨어질 운명이라면, 여러분은 자신의 힘으로 그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겸손해져야 합니다.

아미타삼존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심불란으로 열 번 염불할 수 있다면, 죽기 직전이 아니라 아무 때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면 아미타 부처님의 명단에 즉시 올라간다고 합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일심불란으로 열 번 염불하는 데 성공하면, 이제 안전합니다. 우리의 업장이 상쇄된 건 아니지만, 그들이 부처님의 힘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아미타 부처님께서 “내가 당신을 데려오겠다”라고 말씀한다면 누구도 부처님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염불할 때, 염불 사이사이에 생각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보통 우리 마음엔 1초마다 일십만 개 이상의 생각이 올라옵니다. 초마다 말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빠릅니다. 그리고 그걸 자각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염불은 쉽네. 나도 일심불란으로 열 번 염불할 수 있어. 나는 그냥 밤낮으로 하루종일 염불하니까 당연히 그렇게 될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미타 부처님의 정토에 가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영화 스님은 정토에 가는 것이 아라한과를 증득하기보다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정토를 고수하는 자들은 이게 쉽다고 말합니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염불을 하면서 백만 번 생을 더 살면 혹시 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생이 끝날 때 바로 정토에 가고 싶지 않나요?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정토에 가고 싶다면, 그냥 대충 “아~ 이거 그냥 쉬워”, “괜찮아 염불하니까 죽으면 정토 갈 거야” 이런 말을 믿지 마십시오. 누구든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정토를 알지 못해서 그런 겁니다. 진짜로 잘 이해한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고 더욱 겸손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더 진지하게 여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염불삼매를 얻기 위해서 일심불란으로 염불해야 하는데, 선(禪)을 수행하면 그 수준에 더 빨리 이를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영화 스님은 제자들에게 선과 정토를 둘 다 수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순전히 정토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염불만 해!”라고 말하면서 참선은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영화 스님은 제자들에게 정토에 가기 위한 노력을 쉬지 말아야 하고,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방법을 해보았는지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불국토인 정토에서 왕생하길 원한다면 부처님의 도움에 의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혼자 정토에 갈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부처님께서 직접 오셔서 데려가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자기 자신에게 확신하고 있나요? 정토왕생의 필수 조건 중 하나가 신심입니다. 이 신심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심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심이란 부처님의 도움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아무도 그걸 할 수 없고, 정토에 가는 일은 오직 부처님께서 우릴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러니 맹목적으로 “내가 죽으면 날 위해서 염불해주세요”라고 묻지 마십시오. 정토왕생을 위해선 우리에게 바른 믿음과 가르침이 있어야 합니다. 정토왕생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마십시오. 정토에 반드시 갈 수 있다는 너무 큰 확신이 있다면 더 겸손해지십시오. 그래야만 도움을 받을 기회도 더 커집니다.

 

*참고법문: 영화 선사의 ‘정토의 기초’ 법문(2013년 3월 3일)

 

* 미국 샤논의 정토 수행의 경험

 

현안(賢安, XianAn) 스님
영화 선사(永化 禪師, 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접한 후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법을 소개해왔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 Jeweled Conch Seon Center)의 개원을 도우며, 정진 중이다. 불광미디어 홈페이지 연재를 비롯해 미주현대불교, 브런치 등에서 활발히 집필하며, 청주 BBS불교방송 라디오 ‘4시의 불교산책’에서도 활동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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