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딱딱한 주제인 계율에 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살았고, 답답한 것은 딱 질색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듯 틀에 맞춰서, 튀지 않게,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사는 것이 늘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남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미국에서 살게 됐고, 어릴 때부터 상상했던 자유로운 삶을 누리며 살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출가라니 놀랍지 않으신가요?

사실 출가의 길에 고속도로를 깔아준 시발점은 오계를 받은 일이었습니다. 영화 스님에게서 명상을 배우다가 계율을 받아서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해 선칠 수행을 하던 중 영화 스님의 『불유교경 강설』을 읽었는데, 그때 계율은 그냥 고리타분한 규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당시 제 마음을 괴롭히던 많은 혼란과 생각을 잘 들여다보니, 그 뒤에 깔린 문제의 원인은 계율을 통해서 단절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계율이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처음 오계식에서 우선 오계 중 3개의 계율을 받았고, 그 후 수행하면서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나머지 2개의 계율도 받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계율을 지켜서 얻을 수 있는 안락과 수행의 진전에서 오는 기쁨이 세속적인 향락과 즐거움보다 컸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계율을 받은 후 수행의 큰 도약도 있었습니다. 거의 즉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계율이 왜 수행에서 중요한지 의논해보려고 합니다.

대승 수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보살의 육바라밀 중 두 번째가 지계바라밀(持戒波羅蜜)입니다. 말 그대로 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가장 중요한 부처님의 가르침인 계(戒)와 율(律)에 해당합니다. 계는 불제자가 따르는 도덕행의 규범이며, 악을 멈추게 하고, 실수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줍니다. 계를 지키려면 어떤 악행도 마구 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스스로 바르게 행동하고, 그 선행을 부처님께 바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재가자로서 불법승(佛法僧, Buddha, Dharma, Sangha), 즉 삼보에 귀의하고 진전을 원한다면 오계(五戒, Five precepts)를 받아야 합니다. 그 다섯 가지 계율은 많은 분이 알다시피, 바로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婬), 불망어(不妄語), 불음주(不飮酒)입니다.

계율은 덕의 명확한 정의를 가르쳐주기 때문에, 수행할 때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불교를 지도하는 비구나 비구니라면 계율을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법사, 즉 불법을 지도하는 자는 가장 먼저 계율부터 배워야 합니다. 옛사람은 출가 후 5년간 계율만 익혔고, 5년이 지나서야 교(敎)도 배우고 선(禪)도 닦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계율은 수행자를 위한 단단한 기반이 돼줍니다.

계율은 한자로 ‘지악방비(止惡防非)’라 하고, 중국어로 ‘쯔·어·팡·페’라고 합니다. 그 뜻은 “악을 멈추고 실수를 막는다”입니다. 이것이 바로 계율이며, 계율이 있는 이유입니다. 실수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계율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그렇게 우리는 악행을 멈출 수 있습니다. 계율을 이해한다면, 악행 하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멈추게 합니다. 그게 계율의 역할이고 계율이 있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 부분은 실수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계율을 이해하고 알기 때문에 실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선(善)이 악(惡)을 정복하고, 오직 선만 남게 될까요? 악이 멈추면 더는 계율은 필요 없을까요? 어느 시점이 되면 악이 멈추고 선도 멈출까요? 이렇게 더는 분별이 없는 것은 언제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만일 우리가 여전히 선과 악을 분별한다면, 악도 존재합니다. 그런 경우라면 선과 악을 아직 끝내지 못한 것입니다. 선과 악에 대해서 더는 분별하지 않아야만, 그때야 비로소 선과 악에 끝낼 수 있습니다. 그때가 바로 깨닫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서 깨닫지 않았다면 선과 악도 멈춰지지 않습니다. 선과 악은 전혀 끝나지 않고, 언제나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율이 필요합니다. 선과 악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계율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계율을 잘 지켜야 합니다. 마음에서 더는 선과 악을 분별하지 않아야 계율도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분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선지식 또는 스승의 증명이 있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계율이 있는 이유입니다. 습기(習氣, habitual energy)를 찾아내도록 해주고, 실수를 막고, 내면의 악을 멈추기 위한 일입니다. 우리는 여러 생에 걸쳐서 습기를 갖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언니의 용돈을 몰래 조금씩 가져다 썼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것은 훔치는 행위입니다. 이런 습기는 세세생생 우리와 함께합니다. 형제자매 또는 부모님 물건을 몰래 써본 적 있나요? 가족 물건이니 그냥 빌려서 쓴 거다, 공유한다고 생각하나요? 하지만 이런 것도 “훔친다”의 정의에 들어갑니다. 당사자의 허락 없이 내 소유가 아닌 것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행위를 하면서 즐긴다면 다음 생에서도 또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즐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음 생에서도 훔칠 것입니다. 심지어는 더 많이, 더 과감하게 훔치게 되겠죠. 지금은 가족 물건만 훔치지만, 다음에 가족이 없으면 고객이나 이웃으로부터 훔치게 될 것입니다.

선행하면 천상의 복을 짓고, 악행을 하면 지옥의 복을 짓습니다. 늘 이런 게 다 뒤섞여 있습니다. 인간의 존재에 항상 선과 악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계율을 지키는 것은 집을 짓기 전 기초공사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고층 빌딩을 지으려면 튼튼한 기반이 필요합니다. 수행도 비슷합니다. 수행에서 멀리까지 가고 싶다면, 계율을 받아서 지키십시오.

계율을 지키거나 어기는 일은 모두 개인의 문제입니다. 불교에서는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모든 게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행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행에서 옳고 틀린 게 없습니다. 옳고 그름은 오직 세속의 문제입니다. 이 세상에서 똑똑하고 우월한 자가 더 옳을 수 있지만 자비롭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옳고 그름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분별하기 때문입니다. 수행을 통해서 다른 이보다 내가 더 옳거나 우월해지길 원한다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세간을 초월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이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 길은 오직 자비뿐입니다. 우리가 아직 진정으로 자비로울 수 없는 것은 아직도 마음속에 탐진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행을 통해서 우리는 더 자비로워질 기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 자비로워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선 수행에서 고통을 많이 견디면 견딜수록 더 자비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타인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당신이 어떤 느낌인지, 또 얼마나 힘든지 알아. 나도 경험했으니까’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좋은 의도나 생각으로 어떤 일을 했는데, 다른 이가 비판이나 모함을 하면 어떤가요? 화가 날까요? 억울합니까? 해명하고 싶나요? 공평하지 못하다면서 속상해할 건가요? 그런데도 그런 사람의 괴로움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는 대신, 번뇌롭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여러분은 더 자비로워질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가 말로 자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누군가 비판이나 모함을 하고, 억울한 상황에 있거나, 몸과 마음이 지치고 고통스러울 때 자비심을 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나를 아프고 괴롭게 만든 그 사람이 스스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더 열리고, 커질 수 있습니다.

*참고법문: 영화 선사의 법문(2014년 12월 28일)

https://www.youtube.com/watch?v=1bkk7K_6afo&t=4s

현안(賢安, XianAn) 스님
영화 선사(永化 禪師, 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접한 후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법을 소개해왔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 Jeweled Conch Seon Center)의 개원을 도우며, 정진 중이다. 불광미디어 홈페이지 연재를 비롯해 미주현대불교, 브런치 등에서 활발히 집필하며, 청주 BBS불교방송 라디오 ‘4시의 불교산책’에서도 활동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2021, 어의운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