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제4의 물결
2016년 봄,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인공현실의 초기 단계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을 실현하는 홀로렌즈를 출시했다. MS 홀로렌즈는 세계 최초의 완전 풀가동 홀로그래픽 컴퓨터로서 첨단 광학 및 센서를 결합해 현실 세계에 3D 홀로그램을 증강 실현한다. 머리에 안경처럼 착용하는 홀로렌즈는 ①대형 중앙컴퓨터(mainframe), ②책상 위 PC, ③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Smartphone)에 이어, ④몸에 착용하는 차세대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로 분류된다. MS 홀로렌즈는 페이스북의 오큘러스(Facebook’s Oculus), 애플의 스마트 글래스(Apple’s Smart Glasses), 삼성의 AR 글래스(AR Glasses)와 더불어 가히 컴퓨터의 제4의 물결이라 일컬을 만하다.
MS는 그동안 증강현실 플랫폼에서 미래에 언젠가 등장할 잠재적 기능들을 종종 선보였다. 가상 공간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등장하는 홀로포테이션(Holoportation) 기능도 그중 하나다.
수년간 지속적인 홀로그램을 연구 개발한 결과, MS는 올해 상반기에 애저(Azure)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메타버스(Metaverse,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인 메쉬(Mesh)를 발표했다. 이로써 개발자들은 홀로포테이션의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걱정할 필요 없이 현실감 있는 메타버스를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메쉬의 여러 기능으로 사용자는 실제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메타버스의 현장으로 원거리 순간이동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해 실감 나게 거리를 활보하며, 다른 아바타를 만나 함께 소통하고, 각종 사회 문화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인류는 오랫동안 우주 탐사를 통해, 지구의 ‘물질세계 모델’* 경계를 밖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계속해 왔다. MS 메쉬의 등장으로 인류는 이제 현실 세계 시공간의 아날로그 경계를 오히려 내면으로 초월해 디지털 세계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아마 인류의 역사를 이렇게 기록할지도 모른다.
“2020년대에 이르러야 비로소 컴퓨터 과학자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인간의 감각 체계를 통한 경험을 토대로 세상이 창조된다’는 ‘영성세계 모델’*에 기인한 의미 있는 메타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실 세계를 확장하는 메타버스
컴퓨터의 제4의 물결로 한층 가속도가 붙고 있는 메타버스 컴퓨팅은 코로나 펜데믹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류는 아날로그 소통보다는 더 자유롭고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디지털 소통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전화로 대화하기보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회사로 출퇴근하기보다는 줌(Zoom) 비대면 회의로, 도서관에서 책으로 정보를 얻기보다는 유튜브로 대신한다.
이러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명상업계에서 더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 여러 명상앱은 이미 펜데믹 이전부터 홀로렌즈와 같은 VR 헤드셋을 이용해 대나무 숲속 산사(山寺), 하늘 높이 뭉게구름 위, 에베레스트산 정상 등에서 시청각적으로 현실감 나는 3D 명상 환경을 제공해왔다.
코로나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마보(Mabo)는 드디어 명상앱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ifland)’를 통해 메타버스 명상을 시작했다. 한국의 MZ세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중에도 집에서 이프랜드의 명상 카페로 순간 이동해 각자의 개성을 살린 아바타로 동시에 서로 소통하며 명상 강의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강의 후엔 진행자와 개인 면담도 자연스럽게 할 전망이다.
뇌-머신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개발회사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뉴럴링크(Neuralink)사는 올해 4월 신경 기록 데이터 송신 칩(N1 1294) 두 개를 양쪽 뇌에 하나씩 심은 원숭이가 단지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연을 공개했다. 이 BMI 기술은 메타버스에서 사용자 아바타의 제스처, 메뉴선택, 스크린 터치 조작, 비주얼 키보드 타이핑 등에 적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특히 뇌파의 알파리듬 수위 측정으로 명상 상태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몇 달 전 세계적인 미국인 래퍼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10분 남짓 분량의 메타버스 콘서트를 현장 경험하기 위해 2,700만 아바타들이 모여들고, 200억 원 상당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장차 메타버스로 확장된 명상 경험을 통한 인류의 보편적 영성 향상은 충분히 낙관적이다. 왜냐면 앎(Awareness)이 알아차리는 경험은 현실 세계(Universe)에서나 메타버스에서나 별반 다르지 않고, 양쪽 세계 경험의 본질은 유일무이(唯一無二), 즉 ‘오직 하나뿐이고 둘도 없음’이기 때문이다.
‘앎’(아는 놈)이란 무엇인가?
삶은 생각, 감정, 오감의 경험 연속이고, 앎은 그 경험을 ‘아는 놈’이다. 앎은 경험이 일어나는 것을 알며, 몸의 감각을 아는 놈이다. 앎은 스스로 알며, 모든 경험에 편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놈이다. 앎은 또한 ‘그냥 아는’ 경험이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절대 움직이거나 변하지 않는, 늙거나 닳지 않는 유일한 경험이다. 어떤 대상이 될 수 없는 그저 ‘아는 경험’이다. 그렇게 생각하거나 믿는 것이 아닌 ‘그냥 아는’ 경험이다.
그러므로 앎은 한 물건으로서도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으며, 그러면서도 동시에, 부인할 수 없는 경험의 본질이다. ‘지금여기’에서 그 존재성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앎은 ‘스스로 아는 놈’이다.
경험으로서의 메타버스는 실감 오감[眼耳鼻舌身] 구현기술과 뇌-머신 인터페이스가 발전하면 경험으로서의 현실 세계와 사실 다르지 않다. 앎의 작용으로써 경험이 일어나고, 경험을 통해 세상이 창조되는 영성세계 모델에서는 현실 세계가 제1의 메타버스인 셈이다.
가령 메타버스의 홀로그램들의 해상도가 약 5,000만 픽셀에 육박하게 되면 시각적 경험의 완성도는 거의 꿈 수준에 이를 것이며, 인류는 더 이상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의 경계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마치 꿈은 깨어나야 꿈이고 깨어나지 않은 꿈은 생시이듯이.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의 공통분모 역시 스스로 아는 앎이다. 마치 꿈과 생시의 공통분모가 ‘아는 놈’이고, 오직 ‘아는 놈’ 하나이고, ‘아는 놈’ 외엔 아무것도 없듯이(It’s Awareness, only Awareness, nothing but Awareness).
이처럼 우주의 빅뱅 전과 후, 어제와 오늘의 공통분모도 역시 ‘앎’이고, 오직 ‘앎’ 하나이고, ‘앎’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세포 아메바, 파충류 공룡, 포유류 현인류의 공통분모도 역시 ‘앎’이고, 오직 ‘앎’ 하나이고, ‘앎’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항상 ‘지금여기’에서 경험을 알아차리는 앎은 ‘스스로 아는 놈’이다.
영성 진화 과정은 내면적이면서 직접적이고 친밀하지만 수동적이다. 모든 경험에 편재하는 영성의 씨앗은, 현실 세계에서나 메타버스에서나 발아 환경 여건이 맞으면 싹이 트게 된다. 싹이 트면 자양분을 찾아가는 여느 생명처럼, 싹의 배양은 싹의 몫이다. 싹은 스스로 ‘아는 놈’으로 자라나 어둠을 밝히고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홀로 존귀하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_ 붓다
*물질세계와 영성세계 모델
한 개인의 영성지능 향상의 가장 효과적인 첫걸음은 물질세계 모델에서 영성세계 모델로의 인식 전환이다. 세상을 물질세계 모델로 인식해 오랫동안 살아온 우리에게 영성세계 모델은 처음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세상을 체험하는 모델로서는 영성세계 모델이 더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 이유는 꿈의 세상과 생시의 세상을 같은 모델로 일관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세계 먼저 시공간(時空間)의 세상이 있고, 그 세상에 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세상을 살다가 늙어서 세상을 떠난다. 빅뱅(Big Bang)으로 인해 물질로 만들어진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생겨나고, 그 산하대지 안에 몸이 생겨나고, 그 몸 안에 마음이 생겨나고, 몸과 마음이 산하대지 만물(萬物)을 경험한다.
영성세계 본래 영원(永遠) 무한(無限)의 앎(Awareness)이 있고, 그 앎의 작용으로써 경험이 일어나고, 경험을 통해 세상이라는 상(想)이 만들어진다. 생각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생겨나고, 감각으로 말미암아 공간이 생겨나고, 산하대지와 몸과 마음의 경험이 한 통으로 일어난다. 여기서 ‘앎’은 스스로의 작용으로 일어난 경험을 스스로 ‘아는 놈’이다.
處處 킴킴(Kim Kim)
마이크로소프트사 CLOUD+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 국제화 소프트웨어 기획설계자. 미국 라디오코리아(RadioKorea)에서 ‘킴킴이 들려주는 빅데이터 이야기’ 진행, 2019 대한민국 명상포럼에서 ‘빅데이터와 불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선사로부터 법명 ‘처처(處處)’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