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우리는 팍팍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큰 벽 앞에서 어떤 약속을 떠올렸다. 한 시대의 권력층의 핍박, 잦은 약탈자의 수탈로 신음할 때면 미륵에게 공양하고자 갯벌에 침향을 묻었고, 용화세계의 도래를 바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의 고통은 형상만 다를 뿐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코로나 팬데믹, 기후위기, 각종 우울 증상과 높은 자살률, 부의 편중, N포 세대의 증가, 생활고로 가족이 삶을 마감하는 비극까지…. 여전히 현실은 아프기만 하다.
현타(현실 자각 타임 줄임말) 올 때 되새기라던 그날의 약속이 있었다. 56억 7,000만 년 후 도솔천에서 내려와 세상을 이롭게 할 미래의 붓다 미륵 이야기다. 사실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구원자의 등장은 까마득한 미래이지만, 거룩한 판타지이자 희망이자 미완의 꿈이기도 하다. ‘원 테마’ 중심 잡지 월간 「불광」이 오고야 마는 그날의 약속을 되새겼다. 리뉴얼 다섯 번째 특집 ‘거룩한 판타지 미륵’이다.
불광미디어(대표 류지호)는 최근 불교 전문교양지 월간 「불광」 5월호(통권 559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는 혼란의 시대에도 희망을 부여잡고 살고자 의지처 삼았던 미륵에 주목했다.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 이래 삼국시대의 가장 강력한 신앙으로 자리 잡은 미륵의 역사가 과연 지나간 유행에 불과한 것인가 되짚어봤다.
익산 미륵사지의 봄 풍경으로 문을 연 이번 특집은 미륵이 최고의 미래학이 될 수 있다는 마중물로 시작했다. <미륵상생경변상도>와 <미륵하생경변상도>에서 엿볼 수 있는 미륵을 향한 염원, 이 땅에 미륵이 오는 길을 열었던 진표 율사, 미륵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설법지 금산사·법주사, 지상 낙원을 꿈꿨던 이들의 묻힐뻔한 역사, 유명한 미륵불 등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또 반가사유상을 왜 미륵으로 볼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풀었다. 다양한 미륵불 사진을 보는 것도 이번 호의 재미다.
5월호에 수록한 연재는 하나같이 사유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붓다의 깨달음을 심리학으로 해석한 ‘붓다의 인생상담’, 불멸을 욕망하는 몸과 마음의 이야기 ‘트랜스휴머니즘과 불국정토’, T.S. 엘리엇의 장시 「황무지」 중 ‘불의 설교’와 붓다의 ‘불의 설교’를 전하는 ‘붓다의 신화’, 손맛 살린 봄날의 도시락을 위한 한 장 레시피 ‘건강한 혼밥 한 그릇’이 5월호에 실렸다. 이번 달 ‘불광초대석’에서 ‘소나무’ 광우 스님을 만나 신간 소식과 함께 스님이 역주행시킨 책 이야기,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