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불교인구 감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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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본 불교인구 감소의 의미
  • 유권준
  • 승인 2017.07.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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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구감소 이미 예견된 일 … 사상적 각성과 청정계율의 회복이 가장 중요

 얼마 전 종교인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불교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한국사회 제1종교를 자부해오던 불교를 종교로 갖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의 수가 3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네티즌들이 구글 검색을 통해 검색한 내역을 통계지표로 제공하는 구글 트렌드를 통해 분석해보면 불교인구 감소는 이미 오래전 시작된 일이다. 갑작스런 일이 아니란 뜻이다.

2004년부터 최근까지 구글을 통해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를 검색한 통계를 분석해보면 불교가 4,295, 기독교가 6,137, 천주교가 1,812로 나타난다. 

검색 건 수의 평균값을 살펴보면 불교가 34%, 기독교가 48%, 천주교가 14%로 종교인구조사 결과와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즉 인구조사의 통계적 오차나 구글 트렌드 분석의 통계적 오차를 감안하고 보면 불교인구 감소는 예견된 일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또, 연관 검색어로 사찰과 교회, 성당을 비교해보면 이마저도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같은 기간 사찰을 검색한 통계치는 703, 교회가 9,825, 성당이 1,421 로 나타난다. 사찰을 검색한 건수가 교회나 성당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종교별 인구비율보다도 훨씬 격차가 커진다. 사찰이라는 표현보다 절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고 가정해 분석을 해봐도 검색 건수의 일부 보정은 가능하지만, 절대값으로는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2014년 갤럽의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조사를 살펴보면 개략적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주1회 이상 종교의례에 참석한다고 밝힌 사람은 기독교의 경우 80%, 천주교의 경우 59%지만, 불교는 6%에 불과하다. 불자들의 신행활동 빈도가 다른 종교보다 훨씬 적다는 의미다. 

이를 구글 트렌드의 사찰이나 교회 검색 건수를 비교해보면 앞으로 불교인구의 감소는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약간의 위안을 주는 것은 비종교인의 종교에 대한 호감도 조사인데 호감도는 불교가 25%로 기독교 10%, 천주교 18%에 비해 약간 높다. 하지만, 이마저도 2004년 조사에 비해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종교와 관련된 빅데이터 분석 사례는 또 있다. 엔그램(Ngram)이라는 툴을 이용한 분석이다. 엔그램은 구글이 시작한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의 단어를 검색해주는 툴이다.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는 2004년 시작됐는데, 이 프로젝트는 대학 도서관에서 보관 중인 책을 스캔해 전자문서 형태로 만든 뒤 도서관에 기증하고 독자들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것이다. 저작권 유효기간이 끝난 책은 전문을 공개하고, 저작권이 남아 있는 책은 목차와 내용 일부만 공개한다. 구글이 이런 방법으로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책은 2,000만권이 넘는다. 

엔그램은 바로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에 디지털로 저장된 책의 본문에 특정단어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를 세어 준다. 하버드의 대학원생이었던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티스트 미셸이 의기투합해 만든 엔그램은 1520년 이후부터 쓰여진 책에 들어있는 8천억 개가 넘는 단어의 빈도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엔그램으로 종교 분야에서 신(God)과 데이터(Data), 두 단어를 조회해보면 두 단어가 그리는 곡선 그래프는 그 자체로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으나 1800년대 후반 이후 신(God)이 하강 곡선을 긋더니 1973년을 기점으로 데이터(Data)가 신을 추월해 버렸다. 이 결과에 대한 맥락과 해석은 물론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지만, 엔그램의 조사결과 값은 매우 상징적이다. 참고로 이슬람(muslim)이 카톨릭(Catholic)을 추월한 것은 1974년이고, 과학(Science)이 종교(religion)를 추월한 해는 1934년이다.

 바야흐로 빅데이터 시대다. 

 앞의 사례에서도 살펴봤듯이 빅데이터 분석은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속에서 건져 올리는 거대한 데이터의 흔적이다. 무상(無常)하게 흘러가는 민심은 빅데이터를 통해 속내를 슬쩍 비친다. 데이터(data)라는 말은 datum 이라는 라틴어에서 온 것이다. datum은 ‘주다’라는 뜻을 가진 ‘dare’의 과거분사로 ‘주어진 것’이라는 의미다. 

요즘은 흔히 datum은 확인되지 않은 첩보수준의 자료라는 의미로, data는 약간의 확인과정을 거친 자료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data가 맥락과 의미를 지니게 되면 정보(information)로 가치가 상승한다. 그리고 정보가 모이고 학습, 훈련되어 숙련의 과정을 거치면 지식(knowledge)이 된다. 지식이 고도화되고 실천과 성찰, 수행이 거듭되어 지혜(wisdom)로 확장된다. 불교의 반야(산스크리트어의 프라즈나 혹은 빨리어의 빤냐의 음역)은 지혜를 가리킨다. 

 빅데이터는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데이터에 머무를 수도 있고, 지식과 지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종교도 결국은 언어와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구글 트렌드이든 엔그램이든, 아니면 어떤 빅데이터 분석 툴이건 결국은 언어와 데이터로 전파되는 콘텐츠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불교가 시대와 사회에 어떤 키워드를 통해 발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종교인구감소와 구글 트렌드에서 보여주는 검색빈도 수 감소는 단순한 수치상의 감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사회적 영향력의 감소, 평판의 위축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해 다양한 포교방법을 동원한다는 대책은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불교가 이 시대와 이 사회에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기여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콘텐츠에 대한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붓다가 난마처럼 얽힌 고대 인도사회와 정법을 무기로 정면으로 맞서면서도 스스로의 위의를 잃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날 불교는 스스로의 존재가치에 대해 답하는 것이 먼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 불교는 무엇을 묻고 대답할 것인지 책임감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는 무리지어 세력을 형성하는 것으로 힘을 키워온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기성의 종교가 가지지 못했던 개방성과 과학성, 그리고 합리적 교리와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각성의 힘으로 지금에 다다른 종교다. 불교의 본질적 자생력은 온전히 사상적인 각성과 이의 실천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고 종교인구수로 1등을 자랑한다고 그것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시대정신이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불교가 가장 피해야할 일이다. 사상이 살아있고, 계율이 지켜지는 한 불교인구가 감소한다고 불교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불교인구가 1천만, 2천만이 된다하더라도 사상이 사라지고 물신을 숭배하며 계율 어기는 것이 부끄럼조차 없이 넘쳐난다면 불교는 쇠락의 길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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