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되어 헌책방에서 구해 읽어야 했던
원철 스님의 첫 산문집
출간 10년 만에 새얼굴로 다시 만나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의 원철 스님. 산중의 스님을 문장가로 세상에 ‘노출’시킨 책은 10년 전 펴낸 첫 책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이다. 학승으로서 한문 고전의 현대화에 일조하며, 수년 간 틈틈이 쓴 글을 한 데 묶은 이 책은 출간 당시 큰 사랑을 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 종교적 믿음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불교적 가치를 자연스러운 일상의 지혜로 풀어낸 점, 무엇보다 법정 스님 이후 불교와 우리 사회를 잇는 또 한 명의 ‘스님 작가 탄생’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 뒤 스님의 첫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절판이 되고 얼마 후 완전히 품절되었다. 그동안 스님은 여러 권의 책을 펴냈으며, 세상을 향한 스님의 메시지 역시 변함없이 간결하고 분명했다. 한편 글쟁이로서 명성이 높아지면서 스님의 첫 책을 찾는 이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해 읽어야 하는 ‘고서 아닌 고서’ 대접을 받았고 마침내 재출간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은 ‘읽을 만한 작가의 글’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글은 세월이 흘러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가 바로 그런 책이다. 구성과 소제목을 정리하고 이우일 작가의 그림으로 새롭게 단장한 이번 책에서도 스님의 글은 여전히 우리를 솔깃하게 한다.
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마른 뼈다귀를 씹는 심정으로 쓴 글
수행자에게 삶은 구도의 대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누구보다 고심하는 것이 수행자의 의무이다. 원철 스님의 글은 치열한 자기 성찰에서 길어 올린 글이다. 후기에서 스님은 “마른 뼈다귀를 씹는 마음으로, 마른 수건을 짜듯 한줄 두줄 써내려갔다”고 밝히고 있다. 수행자가 삶이란 날로 비우고 버리는 것이지만, 글쓰기는 날로 더하고 쌓아가는 것, 이러한 극과 극의 ‘비우기와 더하기’ 사이에서 스님은 타협하고 갈등하며 꼭 담을 것만 글로 옮겼다. 아름다움, 비움, 지혜, 마음, 수행, 땀, 부富, 무소유……에 대한 이야기들. 절제된 표현, 적절한 인용, 촌철살인 문장 등 담백한 문장 속에 녹아 있는 삶의 화두는 ‘지금의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도록 한다.
중도의 지혜가 풀어내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만큼 우리 사회의 행복 지수는 높아졌을까. 우리나라가 전 세계 자살 순위 4위라는 수치는 절망적이다. 이런 통계 앞에서 우리는 묻는다. 삶의 근본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삶에서 추구하는 것, 얻고자 하는 것, 꿈꾸는 것들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 믿음은 옳은가. 이런 의심에 대해 이 책은 답한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믿음을 의심해보라는 것. 어쩌면 극단의 사고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극단의 사고란 ‘절대적으로 믿는’ 것이다. 의심 없는 믿음이다. 의심은 곧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 곧 중도中道이다. 중도는 이쪽과 저쪽의 가운데가 아니다. ‘가운데도 줏대가 있어야 한다’는 스님의 말처럼 내가 가진 수많은 생각들을 의심하고 점검하며 나아가려는 자세가 바로 중도이다. 가령 휴가는 반드시 산이나 바다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불행해지고 만다. 산이건 바다이건 방구석에서건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을 쉴 수 있다면 그것은 중도적 지혜를 발휘하는 셈이 된다. 또 생일을 축하받아야 할 날이라고 생각하면 혼자 지내는 나는 가여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본문 중에 생일에 대한 이런 글이 있다. “태어남이 제대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태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 이후 삶의 궤적을 얼마나 더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생일을 앞으로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갈 다짐을 세우는 날이라고 기억한다면, 누군가의 축하 인사 정도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중도의 지혜가 그득하다. 고정된 것을 의심하고 변화하려는 것이야말로 삶을 잘 살아가는 비결이다.
삶은 어디에 누적되는가
틈틈이 갈고 닦은 마음이 얼굴에 담긴다
중도의 삶은 머물지 않고 새로워지는 데 있다. 인생의 의미 또한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사는 데 있다. 날마다 좋아지는 삶은 자기반성과 성찰로 이뤄진다. 스님은 “자기반성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삶의 모습인 동시에 수행의 한 방편이다. 세 치 혀의 화려한 수식어로 남이야 수백 명도 속일 수 있지만 자기 자신까지 속일 수는 없다. 반성적 사고가 계속되면 이기심이 지혜로 바뀌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님은 날마다 참회문을 읽고 새벽에 일어나 백팔배를 한다. 욕심을 차단하기 위해 다락방을 막아버리기도(물건을 쌓아두게 되므로) 한다. 이러한 반성적 습관은 곧 삶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진다.
성찰의 시간은 어디에 누적되는가.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온 세월이 얼굴에 담긴다. ‘면상面相’보다는 ‘심상心相’이다.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이들의 얼굴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보는 법이다. 인생을 살면서 변해가는 얼굴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순간순간 인생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마음의 뜰을 비우고 가꾸고 길들이면,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아름다운 얼굴 하나 떠오른다. 결국 수행과 삶은 같은 말이 아닌가.
지나온 삶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하겠는가
“하루하루 아름다워지는 당신이 얼굴 부자!”
● 아침마다 맑은 물로 세수하며 마음을 들여다보라
● 방 한 칸 정도는 완전히 비워 텅 빈 충만의 여유를 가진다
● 생일은 태어남의 의미보다 다시 태어나는 날로 삼는다
● 사람에게는 물이지만 물고기에게는 공기다. 상대적으로 보라
● 습관을 업그레이드하라.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 때로는 용감하게 대열을 이탈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보라
● 자존심, 기득권, 명예를 과감히 버려야 할 때가 있다
● 사람을 아끼고 가꾸고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 무소유의 끝은 버리는 데 있지 않고 베푸는 데 있다
● 아무리 불이라고 외쳐도 종이를 태울 수 없다. 제대로 실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