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의 통찰, 위빠사나
상태바
‘사라짐’의 통찰, 위빠사나
  • 관리자
  • 승인 2007.06.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글은 태국을 대표하는 위빠사나 대선사, 아짠 마하 부와가 영국을 초청방문하여(1974년 6월) 설한 법문과 질의 응답들을 수록한 수행법문집, 『The Dhamma Teaching of Acariya Maha Boowa in London』 중, 열 번째 법회의 질의 응답입니다.

문: 오온(五蘊)과 연기(緣起)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답: 오온은 몸(물질)과 마음(정신)을 구성하는 5종류의 요소로, 색(色: 물질적 형상)·수(受: 감각)·상(想: 대상에 대한 인식)·행(行: 의지, 즉 受·想 이외의 모든 마음작용)·식(識: 구별하여 아는 의식)을 이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단지 오온이 ‘동시에’ 일어나서 함께 사라지는 진행의 연속에 불과합니다. 이 5개의 집합 외에 독립된 개아(個我)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혼이나 자아(自我)는 완강한 관념에 불과합니다. 이런 관념들을 수행을 통해 넘어서게 되면 모든 유정물(有情物)들은 단지 오온의 덩어리임을 꿰뚫어볼 수 있게 되므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모든 현상들에 초연해지면서 해탈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행자는 오온의 무상한 본성을 통찰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해야 하며, 오온이 일어나는 매 순간마다 그 일어남과 사라짐의 전(全) 과정을 세밀히 관찰하여 연기(緣起)의 이치를 터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연기는 모든 육체적·정신적 조건성의 순환(循環)으로, 무아(無我)의 통찰과 함께 불교의 핵심을 이루는 교설(敎說)입니다. 연기설에 의하면, 모든 현상들은 원인과 조건의 상호연계를 통해 생성되므로 연기(緣起)하고 있는 사실 외에 고정된 실체(實體)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무명(無明)으로부터 의식작용이 유발되어 사물과의 접촉을 통해 감각이 일어나며, 감각 때문에 집착이, 집착 때문에 행위가 야기되어 그 행위로 인해 조성된 업의 힘이 재생(再生, 윤회)의 조건으로 작용함으로써 탄생과 죽음의 고통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 연기의 순환과정입니다.
이처럼 윤회의 고통은 인과(因果)의 조건들에 연(緣)해 생성되므로 그 원인과 조건들을 애초부터 제거하여 결과의 생성을 차단시켜버리면, 연기의 쇠사슬은 절로 끊겨져 해탈의 자유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 연기의 ‘참뜻’입니다.
윤회의 에너지는 사성제(四聖諦: 苦와 그 원인과 소멸, 소멸에 이르는 길에 관한 진리)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먼저 오온과 사대(四大: 물질을 구성하는 4가지 원소인 地·水·火·風), 연기, 사성제의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여 오온의 생멸(生滅)은 ‘나’나 ‘나의 것’이 아니라 단지 무상하고 고통스럽고 무아(無我)일 뿐임을 자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위빠사나 수행의 본(本)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됩니다.

문: 위빠사나 수행 시, 감각과 의식을 어떻게 관찰해야 합니까?
답: 위빠사나 수행 시에는 수련자세의 변화와 그 움직임의 다양한 양상들을 현미경처럼 세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열반으로 인도하는 3가지 길인 삼법인(三法印: 無常·苦·無我)의 특성을 꿰뚫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의식은 대상과 감각기관의 접촉을 통해 일어남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의식들을 한 차례에 하나씩 관찰하고 알아차리십시오. 오온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사라지므로 하나의 의식 또한 한 순간만 존재할 뿐, 뒤를 잇는 의식과 연속적으로 동일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의식은 관찰되려 할 때 이미 사라져버리며, 뒤이어 새로운 의식이 일어나는 과정이 반복될 뿐입니다.
따라서 관찰을 통해 발견되는 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의식의 ‘사라짐’일 따름입니다. 이 같은 관찰수련이 점점 더 예리해지면, 이 일순간의 일어남과 사라짐이야말로 인과(因果)에 의해 조건 지어진 모든 물질적·정신적 현상들의 본성임이 명백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생멸하는 의식들은 단지 의식 그 자체일 뿐, ‘나’이거나 ‘나의 것’이 아님을 명료하게 구분하게 됨으로써 불변하는 개아(個我)란 결코 존립할 수 없다는 삼법인의 진리를 체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식 관찰수련은 앞선 의식이 사라져버림의 ‘무상’과, 그 의식의 사라짐을 관찰하는 ‘통찰’이 연속적으로 되풀이되는 과정이므로, 앞의 무상함과 뒤이은 통찰 사이에 망상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의식의 사라짐을 놓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감각의 관찰 또한 의식관찰과 동일한 방법으로 수련하면 됩니다.
감각은 대상과 감각기관과 의식이 접촉할 때 일어납니다. 감각 관찰수련 역시, 감각은 감각 그 자체일 뿐 ‘나’나 ‘나의 것’이 아님을 명확히 구분하여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해야 합니다.
이처럼 감각을 자신과 분리시켜 관찰하다보면, 어느덧 감각은 사라지고 단지 일어났다 사라지는 오온의 무상한 본성만을 꿰뚫어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정신적 작용이 물질적 현상을 태동시킴을 알아차림으로써, 이 고통스런 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인과의 원인과 조건을 근절시켜야 한다는 연기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문: 위빠사나 수행으로 오온의 본성을 통찰하게 되면 어떤 이로움들을 획득할 수 있는지요?
답: 오온의 본성을 통찰하게 되면 연기의 사슬을 끊을 수 있습니다. 위빠사나를 수련하면 갈애가 일어나도 그 또한 일순간에 사라져버릴 뿐임을 알아차리게 되므로, 그 일어남과 사라짐이 저절로 갈애와 분리되면서 연기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갈애를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온의 생멸을 세밀히 관찰하여 그 본성을 밝혀내고, 오온의 본성으로부터 삼법인과 사성제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은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서만 계발될 수 있습니다.
형체도, 의식도, 감각도 단지 비어있을 뿐이며 영원히 지속되지 못한다는 ‘무상’에의 알아차림으로부터 확산된 삼법인의 통찰은 사성제의 통찰로 이어지게 마련이므로, 이 단계에 오르게 되면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