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의 사다리
상태바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의 사다리
  • 관리자
  • 승인 2007.03.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대설법 | 아짠 마하 부와의 수행법문-아홉 번째 법회(1)

이 글은 태국을 대표하는 위빠사나 대선사, 아짠 마하 부와가 영국을 초청방문하여(1974년 6월) 설한 법문과 질의 응답들을 수록한 수행법문집, 『The Dhamma Teaching of Acariya Maha Boowa in London』 중, 아홉 번째 법회의 질의응답입니다.

---------------------------------------

문: 이곳 영국에는 사이비 명상지도자들이 공공연히 활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답: 믿을 만한 스승을 찾지 못한다면, 자력(自力)으로 사마디(삼매)수행을 하면서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를 시험해 보십시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많은 시간을 들여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마음이 사마디수행 시에 야기되는 외적 상(相)들에 쏠려 알고 싶은 욕망에 뛰쳐나가게 되면, 천안통(天眼通)이나 천이통(天耳通) 같은 신통력을 얻었다는 착각에 빠져드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들을 실체(實體)인 양 덥석 믿어버리지 말고 찬찬히 검색해보면, 단지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들에 불과함을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그보다 더 나은 최상의 방법은, 외부로 뛰쳐나가는 마음을 즉시 붙잡아 되돌려 자신을 샅샅이 검색하게 함으로써 어떤 호기심이나 의혹도 일어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상들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사마디수행 초기에는 마음을 자신에게만 집중하도록 붙들어 매어 외부로 방출시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마음속에 다양한 상(相, nimitta)1)들이 일어나게 되면, 그것들을 일일이 쫓아가 무슨 일들을 벌이는지 알아낼 수가 없으므로 미혹에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수행에 숙달되면 저절로 소멸됩니다. 사마디수행 시에 어떤 상들이 나타나면 즉시 스승에게 상세히 보고하여 가르침을 받도록 하십시오.

문: 이곳(영국)에도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에 관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이에 관해 너무 많이 듣다보니 도리어 그 참뜻이 간과되는 부작용을 느끼게 됩니다.
답: 아주 높은 단계의 현상들을 (이론적) 학습을 통해 알아내고자 한다면, 지식이 그 영역까지 이르게 되더라도 정작 그 참된 이치는 터득할 수 없습니다. 사물의 진상(眞相)은 지극히 오묘한 것이어서 지혜(지식이 아니라)를 통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 속인들의 앎은 학습을 통해 얻어진 것이지만, 각자(覺者)들의 앎은 진리(眞理)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무상·고·무아를 떨쳐내고 집착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비유되는 일화가 있습니다. 한 어머니와 아이가 물고기를 잡으러 갔습니다. 흙탕물 범벅이 되어 한참 물고기를 찾던 중, 돌연 아이가 (멋모르고) 뱀 한 마리를 덜컥 움켜잡아 자랑스레 들어 올렸습니다. 어머니는 혼비백산했지만 간신히 마음을 추슬러 태연스레 아이를 구슬렸습니다. “참 근사한 고기구나! 내가 갈 때까지 그대로 꽉 붙잡고 있거라. 절대 놓치지 말고!” 시키는 대로 뱀의 목을 단단히 움켜잡고 있는 아이에게 달려간 어머니는 뱀을 죽인 다음에야 아이에게 실토했습니다. “이건 물고기가 아니라 무서운 독을 품은 독사란다! 만일 사실대로 알려줬더라면 넌 기절초풍해서 뱀을 놓쳐버렸을 테고, 곧바로 뱀에 물려버렸을 거야. 그래서 이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단다!”
담마(Dhamma) 수행자에 빗댄 이 일화처럼, 수행에 숙달되면 점차 자아(自我)로부터 벗어나 (더 이상 아무 것도 움켜잡지 않고, 어떤 원칙에도 매이지 않는) 무아(無我)에 다가가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담마수행을 향상시켜 나가야 하는 단계에서는 자아를 활용해 의지해야만 합니다 -사다리를 붙잡고 한 걸음씩 올라가듯이.
이윽고 사다리를 다 올라 목적지인 꼭대기 방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사다리는 뒤에 버려두게 마련입니다. 그리하여 안락한 방에서 고대하던 행복한 휴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무상·고·무아와 함께 가는 길입니다. 종국에는 이들을 (사다리처럼) 내버리게 되겠지만, 아무 것도 붙잡지 않아도 될 때까지는 지나온 걸음들을 차례로 내버려가며 이들에 의지해 한 걸음씩 오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담마수행 초기에는 안팎에서 다양한 상(相)들이 일어나는 즉시 무상·고·무아의 3가지 특성을 통해 관찰해야 합니다. 즉, 즐거운 상에 대한 집착이나 불쾌한 상에 대한 혐오감에 빠지지 않도록 중도(中道)를 유지하십시오. 무상·고·무아 중, 자신이 선호하는 것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관찰해도 됩니다. 이들은 상호 연관되어 있으므로 어떤 방식을 택하든 사성제(四聖諦)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행이 향상되면서 무상·고·무아를 관찰함으로써 어떤 상이 나타나든 초연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담대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상들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오온(五蘊)과 자연의 담마들은 무명(無明)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는 고통의 씨앗일 뿐이지만, 그것들의 참 본성을 알아차린 이들에게는 진리(眞理)의 보고(寶庫)로 돌변하게 됨에 유의하십시오.

문: 호흡의 출입을 알아차리면서 호흡관수행을 해도 마음은 정(定)에 들지 못합니다. 어떤 문(門)으로 들어서는 듯싶다가도 정작 들어가지는 못하는데요. 마음을 붙잡아 계속 고정시키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답: 숨이 들고 남을 따라갈 수 있는 것도 수련성과의 일환입니다.
마음이 다른 곳으로 달아날 때 즉시 알아차린다면 마음은 멈춰 서게 됩니다. 그러면 마음을 되돌려 다시 고정시켜 수행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어느덧 마음에 머무르려는 성향이 배게 되어 수행이 본격적으로 진전됩니다.
수행 초기에는 호흡이 가장 또렷하게 느껴지는 부위(코끝이나 입천장 등)에 집중해야 하지만, 수행이 향상되면 호흡의 본성을 이해하게 되면서 호흡이 더욱 섬세해지며 가슴 중앙이나 명치에 자리 잡은 듯 느껴지므로 그 부위에 마음을 고정시키십시오.
이처럼 확고한 마음챙김을 통해 호흡이 점점 더 예리하고 미묘해지다 호흡과 마음이 일체가 되면 마음속의 호흡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호흡마저 사라져버리면 오직 마음의 알아차림만 남게 되면서 자연스레 선정에 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수련하면 문을 들락거리는 현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
1) nimitta는 마음에서 야기되는 상(相)으로, 시각적·청각적 상들이 대부분이다. 이 상들은 통상적으로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들이지만 실체(實體)처럼 여겨진다 - 꿈 속의 현상들처럼.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